[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고금리 시대 다시 올 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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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고금리 시대 다시 올 날 있을까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08.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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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통화정책 목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저물가 탓에 기준금리 올릴 유인 사라져
금융안정, 강한 의지에 비해 체계성 없어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상 어려워...당분간 저금리로 갈 듯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겸 채권 애널리스트]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었다. 이미 사전에 시장금리가 인하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혀 뜻밖의 인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통화당국이 과거에 보여줬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식의 행보와 비교할 때 한 발 앞서 이뤄진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호주가 2번이나 금리를 내렸고, 지난달 말 미국 연준(Fed)도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던 만큼, 금통위 차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판단된다. 또한 예상보다 이른 인하가 이뤄진 만큼 이제 채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추가로 금리를 얼마나, 언제 더 내릴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은행 금리 올릴 유인 사라져...저물가 탓

기준금리가 일제히 인하되는 국면에서 채권시장 참가자 특히, 필자와 같은 시장 분석가들에게는 묘한 궁금증이 생겨나고 있다.

다소는 의외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처럼 기준금리 인하 국면이 종료된 이후에는 과연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제대로 인상할 수 있을까, 이에 더해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과거(길게 보면 인플레이션 시대였던 1980년대 초반이나 짧게 보면 금융위기 이후)만큼 인상이 가능할 지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궁금증은 단순히 경기가 순환적으로 지금이 좋거나 나쁘다는 의미를 떠나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와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앙은행 차원의 통화정책 여력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동일하다고 하겠다.

필자는 앞서 물가가 과거처럼 상승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 아닌 오히려 낮은 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쪽으로 물가 문제를 인식하는 구조가 달라졌으며, 물가안정 역시 그 의미가 (선진국의 경우) 2% 정도에서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당국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성격이 180도 바뀌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과거만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유인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과연 중앙은행들이 이제 기준금리를 화끈하게 인상할 만한 동력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일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앙은행들이 전통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파티에서 술 잔을 치우는 사람’의 역할에서 오히려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응원단장’의 역할로 변신을 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언급도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答)은 절반은 Yes, 절반은 No다. 여전히 중앙은행들이 거시 경제 전반에 대한 엄격한 감독자나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경기를 부양하거나 물가 자체를 끌어올리는 역할 만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경제 구조가 변화하는 국면에서는 설사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과거에 이뤄졌던 인상 폭이나 수준만큼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올렸었다. 경기가 부진했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 오랜 저금리로 인한 통화정책 여력 확보등이 이유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시기가 언제쯤 올까.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올렸었다. 경기가 부진했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 오랜 저금리로 인한 통화정책 여력 확보등이 이유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시기가 언제쯤 올까. 사진= 연합뉴스

금융안정 목표? 강한 의지에도 체계적 시스템 없어 

이를 위해 지난 수년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혹은 인상하려는) 명분으로 가장 강력하게 사용했던 ‘금융안정’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실제 한국의 경우 경기 여건이 그리 순탄치 못했던 2017년, 2018년에 각각 연간 1회씩 어렵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금융안정이다. 물론 금융안정은 중앙은행 스타일의 표현이고,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 혹은 가계부채 문제로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금융안정은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중앙은행들이 공식화된 책무로 인식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 이후 물가안정과 함께 법적으로 명시된 책무로 포함됐다(한국은행법에서는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라고 명시).

여기서 독자들은 금융안정이 비교적 최근에 설립 목적에 추가됐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책무인 물가안정에 비해 우선 순위가 밀린다거나 쟁점 자체가 미약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으로 명시된 시한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인식의 깊이는 법제화된 시간과는 무관하게 매우 길고 강하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는 앞선 선배 격인 ‘물가안정’이 오히려 후배 격인 ‘금융안정’의 일부분이거나 아예 둘을 동격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필자는 이처럼 금융안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들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로 남겨두고 가장 손쉬운 어휘로, 금융안정을 ‘중앙은행의 자산시장에 대한 견제’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여기서 언급된 자산시장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이 모두 포괄된 개념이며 최근 논란이 된 암호자산(암호화폐) 역시 그 대상일 수 있다.

즉 이들 자산들이 비정상적인 가격 동향을 나타내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지나친 쏠림을 보일 경우 중앙은행이 일종의 건전한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통화정책 수단들을 동원할 수 있으며, 이를 바로 잡는 행위가 금융안정이란 목적에 충실한 중앙은행 혹은 통화정책 차원의 대응이다.

사실 금융안정을 자산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견제라고 간주할 때 1996년 당시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상승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언급한 것이나 2005년에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도 통화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금융안정이란 목적에 부합하는 행보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안정이 아직 물가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립된 목표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처럼 물가안정목표 등을 통해 시스템 내에서의 체계적인 관리가 아닌 통화정책 수장의 발언과 같이 임시적인 대응이나 중앙은행 이외의 다른 정책 당국들과의 복합적인 공조가 불가피하다.

과거같은 '고금리시대' 오긴 쉽지 않을 듯

이는 동시에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금융안정을 위해 좀처럼 적극적으로 긴축적인 행보를 취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를 중립적인 관점에서 저울질해야 할 것 같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 설정이 처음부터 어느 한 쪽으로 무게가 기운 모습이다. 또한 저물가의 비밀이나 물가에 대한 예측력이 높아지기 전까지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인상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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