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중앙은행의 화법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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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중앙은행의 화법 이해하기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10.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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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월 FOMC서 5명위원 금리인상 주장한 의도 '궁금증' 커
금리인하 일방적 기대심리 차단+ 중앙은행의 본능적 '매파 편향'
전날 한국 금통위 금리인하 결정...'필자가 예견한대로'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 지난 7월에 이어 9월에도 미국 연준(Fed)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은 3분기에 열린 2차례 FOMC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내렸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2번의 기준금리 결정에서 ‘연속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됐다.

미 FOMC 두차례 기준 금리 인하

처음이 아닌 2번째 금리 인하였던 만큼 연준의 발언과 금융시장의 관심도 앞선 7월과는 사뭇 달랐다.

무려 10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7월의 경우 인하의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주류를 이뤘고, 시장 역시 인하의 이유로 지목된 대외 요인과 낮은 물가 상황에 대한 해석과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다.

이에 반해 9월에는 금리가 인하된 이후 기준금리 결정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관심이 컸고, 연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상당한 준비를 거쳐 점도표(dot plot) 작성이나 기자회견에 임했다. 그 결과 파월 의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경기가 하강으로 돌아서면 더 폭넓은 연속 금리 인하가 적당하다”는 것이었다.

파월 의장 발언의 진의는

이를 두고 시장은 설왕설래(說往說來)에 휩싸였다.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전제로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했으니 현 시점에서 딱히 경제 지표 상으로 급격한 위축 상황이 아닌 만큼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한 쪽과 연속적인 인하는 아니지만 적어도 인하를 전제로 ‘연속적이 아닐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인하 기조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풀이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비교적 연준의 입장을 객관적이고, 경제 주체들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점도표 역시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명확한 지침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된 점도표에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연준 위원들의 전망은 사실상 정책 결정에 대한 의지로 간주됨)을 밝힌 위원들은 총 17명이다.

이 가운데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 위원들의 숫자는 8명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총 17명 가운데 7명만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한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가 추가로 더 인하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7인을 제외한 나머지 10명 가운데 5명은 동결을, 다른 5명은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올해 1월말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던 제롬 파월 美 연준의장. 당시만해도 상반기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미국 경기 후퇴를 예감하지 못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1월말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던 제롬 파월 美 연준의장. 당시만해도 상반기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미국 경기 후퇴를 예감하지 못했다. 사진=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주장 정말일까

여기서 필자는 올해 남은 기간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5명의 위원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의지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인상이란 견해를 밝혔을 지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바로 그 의심이 중앙은행의 화법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단순히 해당하는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액션과 더불어 이러한 액션들을 할 수 있다는 신호들을 누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금융시장이나 경제 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통화정책 기조(혹은 스탠스)를 통해 완화적인 행보를 이어갈 때는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반대로 긴축적인 행보를 보일 때는 소비나 투자를 줄이는 방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에 금리를 올렸다가 내리거나, 반대로 내렸다고 올리는 행위는 중앙은행들이 피해야 할 행보로 간주되곤 한다.

심지어 이와 같은 일종의 빠른 행위의 번복은 통화당국이 경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공과(功過)의 문제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이를 앞선 경우에 그대로 대입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5명 위원들이 실제로 시사한 것과 같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Fed는 3분기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정도로 경기나 펀더멘털 여건을 판단했다가 4분기에는 급격하게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을 전환한 중앙은행이 되는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Fed는 상당한 비난과 신뢰의 상실을 직면할 것이다.

필자는 이처럼 매우 중대한 오류에 대한 비난이나 신뢰 상실을 감수할 정도로 5명의 위원들이 올해 남은 기간에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는 견해다. 즉 구속력을 지닌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이나 견해 시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금리 방향에 대한 일방적 기대심리 차단용?

그렇다면 이들 위원들은 왜 이처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큰 의심을 살 수도 있는 기준금리 전망을 내놨을까? 필자는 이에 대해 2가지 관점에서 이들이 의도적으로 기준금리를 전망했다고 평가한다.

첫째, 금융시장의 일방적인 인하에 대한 기대의 쏠림을 경계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초까지 Fed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사이클에 있는 것으로 간주됐던 중앙은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까지 기준금리를 실제로 인상했던 중앙은행으로 그 당시 Fed의 향후 선택지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경우 둘뿐이라는 기대가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저물가 상황으로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이뤄졌다.

역시나 빠른 기조의 전환은 동시에 앞선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 대한 오류를 의심하는 목소리를 키웠고, 그 결과 7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까지 50bp 인하와 같은 ‘big step(소폭으로 기준금리 결정한다는 baby step에 대비되는 개념)’에 대한 예상까지도 나왔을 정도다.

이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에 걸쳐 오히려 금리 인상을 주장한 5명의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빠르고, 강하게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다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임에도 인상을 시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본능적 매파'...워딩에 속지말아야

둘째, 중앙은행은 매파적인 견해에 대한 본능적인 '편향(bias)'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중앙은행은 성장보다는 안정을 목적으로 정책을 운용하는 집단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책 운용의 수단인 금리를 조금이라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설사 실제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겉으로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과 같이 의사를 표출하거나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그전까지는 소폭으로 내릴 것과 같이 의견을 밝히곤 한다(이는 반대로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는 더 많이, 더 강력하게 올릴 것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함).

필자는 이를 중앙은행의 매파적 행보에 대한 편향으로 규정하는데, 실제 과거 통화당국의 행보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적중률이 높았던 접근법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정책 행보에 대한 금융시장의 예측력을 높이거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이전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개발해 금융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소통의 수단이 늘고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지 않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화법인 듯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 10월 금리인하, 수개월전 예측된 방향과 일치

끝으로 몇 달 전 필자와 한국은행을 취재하는 기자 간의 통화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중앙은행들의 화법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고자 한다.

기자: “위원님(필자를 말함).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한국은행에서는 좀처럼 그 말씀을 잘 안 하시네요. 다음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께서 ‘인하’를 언급하게 하려면 어떤 질문을 드리는 게 좋을까요?”
필자: “기자님, 경인고속도로가 끝나면 바로 눈에 딱 마주치는 대학병원이 하나 있어요. 그 대학병원 이름이 뭔지 아세요?”
기자: “인하(대)?”
필자: “네, 그 질문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일 거예요”
기자: “아, 네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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