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접 투자 신동빈 승부수에 "땡큐 롯데"로 화답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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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직접 투자 신동빈 승부수에 "땡큐 롯데"로 화답한 트럼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6.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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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조6500억원 규모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최대 투자 단행
미국 공장 준공으로 롯데 세계 7위권 에틸렌 생산량 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한미 정상회담과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자리에서 "땡큐 롯데"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롯데의 밀월 관계 이면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롯데 투자에 "땡큐 롯데"로 화답한 트럼프 

"31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을 높이 사 미국 대통령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본다." 

30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피니언뉴스>와 통화에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롯데그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추켜세운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몇 가지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롯데의 관계는 지난달 신 회장이 국내 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투자를 논의하면서 돈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과 면담 직후 트위터에 "31억 달러는 한국 기업 최대 대미 투자"라며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 수 천개를 만들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롯데는 지난달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총 사업비 31억 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자해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그리콜(EG) 준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 가동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올을 활용해 연간 에틸렌 100만톤과 에틸렌글리콜 연간 70만톤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세계 7위권인 연간 450만톤으로 늘게 됐다.

이 밖에도 롯데는 알리바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기지, 롯데뉴욕팰리스호텔, 괌 공항 롯데면세점 등으로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의 대미 투자 규모는 약 40억 달러(4조7500억원)를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롯데사랑(?)'은 이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국내 주요 대기업과 간담회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한 롯데, 삼성, 현대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롯데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롯데의 과감한 투자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신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부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명을 만났다. 간담회 후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을 가리키며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3조6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며 "땡큐 베리 머치"라고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신 회장 역시 간담회 직전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몇 가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 이외에도 미국 투자를 이끌고 있는 현대차, 삼성전자, CJ, 두산, SK 순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대 기업 총수들에 대해 "미국에 많이 투자한 기업인들"이라고 추켜세우며 "삼성전자 본사 건물을 보고 굉장히 놀랐고, 롯데월드타워도 처음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백악관이 직접 선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투자 규모가 큰 주요 기업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승부수 통해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결단력이 없었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롯데 사랑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셰일혁명' 초기인 2010~2012년 글로벌 유화기업들은북미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탄크래커(ECC)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ECC 사업은 미국산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으로 에틸렌을 생산할 경우 원유기반 나프타 제조공법에 비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유화기업은 에틸렌을 모두 중동산 나프타에서 뽑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에 유화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으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여긴 글로벌 유화기업 다우와 엑슨모빌 등이 ECC 사업 검토에 나섰고, 롯데케미칼도 2014년 ECC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유가각 급락하자 롯데와 함께 ECC 사업안을 검토하던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이 한발 물러섰다. 롯데 역시 당시 불안감이 컸지만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신 회장은 밀어붙였다. 그 결과 롯데는 국내 유화업체로는 유일하게 세계적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운영하는 한국 석유화학회사가 됐다. 

신 회장의 뚝심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가는 상승세에 있고 기술 발전으로 셰일가스 채굴원가가 낮아지면서 미국은 지난해 말 세계 1위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롯데는 앞으로 셰일가스 증산이 없다고 해도 30년간 에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미 레이크찰스 공장이 있는 루이지애나주로부터 세금 감면과 시설대 저리 차입, 발전기금 등 인센티브를 챙긴 롯데는 앞으로 상당한 영업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 에탄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영업이익률 30% 선은 문제 없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여기에 레이크찰스 공장에서 생산된 에탄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모된다. 에탄은 페트병, 화학섬유 등의 재료로 이 공장 준공으로 롯데는 원료다변화와 시장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레이크찰스 공장은 축구장 152개 크기인 102만㎡ 크기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지은 화학공장 중 최대 규모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의 국외투자 중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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