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앵커 ‘피(blood)’ 언급하다 피 보는 트럼프
상태바
女앵커 ‘피(blood)’ 언급하다 피 보는 트럼프
  • 정리=김인영
  • 승인 2015.08.09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면초가 - 대선후보 집단 공격...보수단체, 연설 초청 취소

美공화당 지도부, 트럼프론 안된다는 여론 형성

머독, "공인생활 배워야"...캠프 내에도 분열 조짐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도널드 트럼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발단은 토론을 진행했던 폭스뉴스 여성앵커인 메긴 켈리를 상대로 도를 넘어선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 이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의 발언과 행동이 한꺼번에 증폭되면서 공화당 내부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내 대선 후보군 경쟁자들은 잇달이 트럼프의 발언을 공격하는가 하면, 공화당 지도부들은 트럼프로는 대선에서 이길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보도다.

 

‘월경 탓에 예민해진 게 아니냐’는 문제의 발언

트럼프는 토론회가 끝난 뒤 자신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을 문제삼아 송곳질문을 던졌던 켈리를 향해 '분풀이성' 막말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이튿날인 7일 새벽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 "나를 짓밟을 수 없다", "폭스 시청자들이 '빔보'(bimbo·섹시한 여자를 칭하는 속칭)에게 낮을 점수를 주면 켈리는 다른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NBC의 시사프로그램인 '모닝 조'에 출연, "폭스뉴스의 사회자들, 특히 켈리가 좋지 못했고 프로답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토론회를 즐겼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를 결정적으로 꼬이게 만든 것은 '피(blood)'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CNN 방송 '투나잇'에 출연해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u could see there was blood coming out of her eyes, blood coming out of her wherever.”

마치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서 자신을 토론에서 괴롭힌 게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언급인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DB

 

공화당 경쟁 후보들, 벌떼처럼 트럼프 공격

그러자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공화당의 다른 대선후보들이 벌떼처럼 일어섰다.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는 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씨,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메긴 켈리 편입니다"라고 밝혔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고,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참전군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여성에 대한 그의 공격은 기본적인 품위도 없는 심각한 인격 부족"이라고 날을 세웠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군 최고 통수권자라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자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력과도 맞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를 배제함으로써 생길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보수단체 '레드 스테이트' 집회에서 "53%의 여성 유권자들을 모욕한 트럼프의 말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사람들을 모을 수 없는 말"이라며 "트럼프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 등장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공화당은 여성과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성명에서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맞선다고 해서 상대의 인격을 파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CNN 인터뷰에서 켈리를 '언론인으로서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한 점을 빗대어 "켈리는 훌륭한 언론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폭스뉴스의 소유주이자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 역시 트위터를 통해 "친구 도널드는 이것이 공인의 생활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다른 어디라는 말은 코(nose)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변명했지만 경쟁 대선주자들의 비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수단체, 트럼프 초청연설 취소

이런 가운데 8일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트럼프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한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는 초청을 취소했다.

에릭 에릭슨 '레드스테이트' 대표는 7일 CNN 등을 통해 "아무리 직설적인 논객이거나 비전문적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품위도 그런 선 중에 하나"라고 비판했다. 

에릭슨 대표는 트럼프 대신 켈리를 연사로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트럼프의 속을 더욱 뒤집어놓기도 했다. 

 

공화당 지도부, 트럼프 배제론 대두

워싱턴포스트(WP)지는 “공화당(GOP)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초기 지지율 폭등에도 불구하고 결함이 노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트럼프의 대선 후보론은 제한될 것이며, 지지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백만장자의 거침 없는 발언으로 당의 브랜드가 손상되고 있으며, 경선이 트럼프의 일방적인 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아울러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특유의 화법, 지지자들의 열정등의 요인이 트럼프가 후보로서 위험하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선거 캠프내 불협화음

이 와중에 트럼프는 자신을 자문해온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로저 스톤을 해고하면서 선거캠프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여성대변인인 호프 힉스는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젯밤 트럼프가 스톤을 해고했다"고 밝히고 "스톤은 선거 캠페인을 자신의 홍보에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톤은 "트럼프가 나를 해고한게 아니라 내가 트럼프를 해고했다"고 반박했다. 

 

네티즌들, “메긴 켈리의 승리”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의 진정한 승자는 메긴 켈리."

7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회를 보도한 미국의 일부 인터넷 언론이 뽑은 기사제목이다. 

▲ 폭스뉴스 간판 여성앵커 메긴 켈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스뉴스 간판 여성앵커인 메긴 켈리는 토론회 초반 트럼프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성 비하' 발언을 작심하고 끄집어냈다.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말하고 정치적인 여과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운 켈리는 곧이어 "그러나 거기에는 결점이 있다. 특히 여성 문제에 관한 한 그렇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당신은 트위터 등에서 여성을 뚱뚱한 돼지, 개, 지저분한 것, 그리고 역겨운 동물로 불러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황한 트럼프는 중간에 말을 자르며 "그것은 단지 로지 오도널(동성결혼한 거구의 미국 여성 코미디언)에게 그런 것"이라고 비켜나가려고 했지만, 켈리는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켈리는 "기록을 보면 단순히 오도널만이 아니다"라며 "NBC의 인기 TV쇼인 '견습공'(Apprentices)에서 여성 출연자에게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송곳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며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힐러리 클린턴을 어떻게 공격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몰아세웠다.  

그러자 수세에 내몰린 트럼프는 "이 나라의 가장 정치적 문제점은 바로 정치적 결벽성(潔癖性. political correctness·약자와 소수자 를 상대로 차별적 언행·행위를 극도로 조심하는 태도)"이라고 뜬금없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불리한 상황임을 직감한 트럼프는 켈리를 향해 "솔직하게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안하다"며 "당신이 나를 다루는 방식으로 봤을 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나는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왔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일단 비켜갔다.  

켈리는 현재 폭스뉴스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인 '켈리 파일'의 진행을 맡고 있다.  '존스 데이'라는 국제로펌에서 10년간 기업 소송전문 업무를 맡았던 켈리는 2004년 폭스뉴스에 입사해 수차례에 걸쳐 선거방송을 전담했고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등 주요 사건을 취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