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한일 레이더 갈등…"양국 미래를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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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한일 레이더 갈등…"양국 미래를 생각해야”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8.12.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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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악감정 노출한 것…“서로 충분히 설명하고, 구조 매뉴얼 만들어야”

 

동해상에 북한 배가 최근들어 자주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 먹고살기 어려우니 멀리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장비도 시원치 않고 배가 낡아 자주 고장이 나는 모양이다.

동해에 조업하거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서 표류하는 북한 배를 보았다는 목격담을 자주 듣게 된다. 해양전문가 이효웅씨는 지난 9월 9일 극동러시아에서 열린 범선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표류하는 북한 선박을 만났다고 한다. 새벽녘이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북한 배와 충돌할 뻔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올해 홋카이도에 표류한 북한어선이 155척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북한 어선이 동해상을 떠도는지 알수 없는 실정이다. 북한의 어선들은 대부분 소형 목선선박으로 전자장비도 없이 무리하게 북대화퇴, 동대화퇴 까지 조업하러 다니다 기관고장 및 연료부족으로 표류한다고 한다.

 

▲ 동해상에 표류하는 북한 선박 (2018. 9. 9.) /사진=이효웅

 

동해에 표류하는 북한 배를 구조하려다 한일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군과 일본측의 설명을 조합하면, 북한 선박이 동해 한가운데서 조난을 당해 구조 신호를 보냈다. 이에 우리 해군은 북한선박 구조를 위해 광개토함을 출동시켰다. 구조 과정에서 우리 해군은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더를 총동원했다. 항해용은 물론 대공레이더도 돌렸다.

뒤늦게 도착한 일본 자위대 소속 P-1 초계기가 우리 해군의 레이더에 노출되었다. 일본은 이를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레이더 조준이었다고 주장하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 해군은 빠르게 접근하는 비행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다고 밝혔다. 추적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은 방사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은 막무가내다. 일본측도 우리 해군이 조난 어선을 수색중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자기네 초계기에 레이저 전파를 겨냥한 것이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화기관제 레이더에서 '록온'하는 것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된다"며 "유사시 미군은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는 자위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한일 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이런 오해는 서로의 설명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우리 군이 일본기를 사격할 의도가 없었을 것이며, 일본도 설혹 위협을 느꼈다고 해도 실수였거니 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감정적으로 다룰 일이 아니다. 서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 어선의 조난이 많아질수 있다.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표류할 경우 적성국 여부, 국적 여부를 따지 말고 구조하는 것이 해상 관행이고, 국제법이다. 북한배라고 다툴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간에 군사적 신경전을 피할수 있는 일정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도 있을 것이다.

 

24일자 언론들은 한일간의 레이더 갈등에 대한 논평을 냈다. 논조는 한결같이 최근의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조난 어선 레이더 탐지까지 시빗거리 되는 한·일관계”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과거 같으면 문제도 되지 않을 사안마저 시빗거리가 될 정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고 씁쓸하다”며 최근의 한일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경향 사설은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이 커져가는데 양국 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일본은 이치에 닿지 않는 한국 비난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측도 일본에 이번 사안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최악 한·일 관계 보여주는 '레이더' 논란”라는 사설에서 “결국 일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악감정이 이번 일을 계기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 사설은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정말 비우호적인 대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면서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 과거사 문제와 북핵 등 당면한 현안을 구별해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日, 레이더 논란 키우지 말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논란은 통상의 우방국 사이라면 해명과 이해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게 마땅한 사안“이라며, ”한국 국방부도 일본 측의 재반론 내용과 관련해 당시 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결과를 일본 측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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