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 “北에 휘둘리지 말라” vs “美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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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 “北에 휘둘리지 말라” vs “美 눈치 보나”
  • 김현민
  • 승인 2018.08.1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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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에 언론논평 큰 시각차…9·9절 사절 이용 가능성도

 

3차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있다.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과 북은  ‘9월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날짜와 대표단 규모 등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백으로 남겨두었다.

우리는 여기서 날짜보다 중요한 것이 빠져 있음을 보게 된다. 세 번째 회담은 무엇 때문에 열리는지 하는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절차 이행이다. 최근 미·북 관계가 교착상태로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다른 의도를 갖고 회담을 연다면 이번 회담은 납과 북이 서로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14일자 신문 사설들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편에선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지 말 것을 경고했고, 다른 한편에선 정부가 미국 눈치를 너무 보는게 아니냐고 질책했다. 남북정상회담에 관한한 언론들의 시각 편차가 확연이 드러났다.

이날 신문 사설 중에 매일경제와 경향신문의 결론이 대조적이다.

 

매일경제는 북한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다.

“북한이 몇 달째 입으로만 `비핵화` 운운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우리 정부가 좀 더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북한에 비핵화 실천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 달래기로 일관하다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믿을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에 휘둘리기만 한다는 비판은 점점 커질 것이다.”

 

경향은 정부가 미국에 끌려다니는게 아닌가 하는 논조다.

“리선권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남북관계 개선작업이 겉돌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통일부는 2년반째 가동중단 중인 개성공단의 설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조차 막고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차제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통일부

 

매일경제가 3차 정상회담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매경은 14일자 사설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믿을 만한 비핵화방안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본질인 비핵화 약속을 제쳐둔 채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면서도 오히려 더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어이없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도 북측은 회의를 공개하자며 배짱을 부리고 우리 측은 비공개를 요청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북한이 몇 달째 입으로만 `비핵화` 운운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우리 정부가 좀 더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북한에 비핵화 실천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 달래기로 일관하다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믿을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에 휘둘리기만 한다는 비판은 점점 커질 것이다.”

 

동아일보는 “南에 반대급부 요구하며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해준 北”이란 사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경제적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산림협력 등 교류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측에 대해 경제협력과 이에 수반되는 대북제재 해제 등의 반대급부 없이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과제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남측이 돈 안 드는 일만 하겠다는 심산으로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남북 정상회담 날짜 정해졌다는데 못 밝히는 이유 뭔가”라고 물었다.

조선일보 사설이 날짜 미공개에 의문을 품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북한 건국 70주년인 9·9절에 축하사절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면서 평창올림픽에 북측 대표단 파견 계획을 밝혔다. 북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자신들의 건국 70주년 기념식에 남측이 축하 사절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8월 말 성사를 목표로 했던 정상회담을 북이 굳이 9월에 평양에서 갖자고 한 것도 그런 뜻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의 건국 70주년 행사는 3대에 걸친 김씨 족벌 체제가 마침내 핵 무력을 완성한 것을 자축하는 성격을 띨 것이 분명하다. 북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핵 국가 간의 군축 회담으로 포장해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는데 9·9절을 전후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김정은을 찾아갈 경우 한국 대통령은 북 정권 수립 축하 사절이 된다.“

 

한겨레신문은 “신속한 후속협의 필요한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란 사설에서 “가을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일정이 예상보다 미뤄진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중순 이후로 미뤄진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도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정상회담이 한달 이상 남은 상황이어서 정상회담에만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정상회담대로 준비하되, 현재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따로 찾아내 해야 한다. 지금처럼 북-미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남-북-미 어느 쪽에도 좋을 것이 없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일정과는 별도로 북-미 사이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경향신문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확정, 비핵화 추동력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관건은 북·미 협상의 의미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이를 북·미 양측에만 맡겨서는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착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때보다 문재인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은 5월26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좌초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낸 바 있다. 이번에도 남북 정상이 지혜와 의지를 모아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비핵화협상의 추동력을 살려낼 것을 기대한다.”

 

중앙일보는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무거운 어깨”라는 사설을 냈는데, 논점이 불분명하다. 좌우 편차에서 중립적 견해를 보인 듯하다.

“이런 교착 상태를 뚫으려면 남·북·미가 모두 한 발씩 양보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북·미 간 타협을 끌어낼 수 있는 건 바로 우리다. 결국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다음달 평양을 향할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는 북·미 간 불신 해소와 비핵화를 전제한 종전선언 등 무거운 과제들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공조를 튼튼히 다지면서 지나치게 남북 교류를 서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미 사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중재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중히 추진하는 게 우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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