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연준,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 서두를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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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연준,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 서두를 이유 없다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2.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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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1월 열린 FOMC에서 연준은 또 다시 금리를 동결했다. 빠르면 3월부터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달리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긴축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양적 긴축(QT)을 언제쯤 마무리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 역시 밝히지 않았다. 한마디로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연준의 결정 이후 단기적으로 미국의 중장기 금리가 크게 하락해, 연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긴축이 갖는 장단기 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 압력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의 장기금리 역전 수준에서 역전 폭이 더 커졌다는 것은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현재와 같은 긴축 강도를 유지할 경우 미국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엘 에리언과 같은 유명 자산관리자들 역시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연준의 결정을 합리적이라고 보는 이유

시장의 이러한 반응과 무관하게, 필자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보여 준 연준의 태도가 매우 합리적이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전년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떨어지고는 있으나 목표로 하는 수준과는 여전히 1%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고, 최근 들어 하락의 속도가 주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의 호조세와 민간 고용의 증가는 물가가 재상승할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소비자심리지수는 빠르게 높아지고 소매 판매는 늘어났다.

또한 FOMC가 열린 바로 그 주 금요일에 발표된 고용지표는 호황 시기의 민간 고용 증가세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실업 상태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렸다. 연준 결정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미국 증시는 추세적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일시적인 조정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과 관계 없이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넘었거나 그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나스닥 시장의 대형 기술주들은 현재까지의 실적 호전에 더해 새롭게 펼쳐질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 AMD와 같은 반도체 업체는 물론 인공지능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수퍼컴퓨터 회사, 인공지능을 실제 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플랫폼 회사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기술 기업들이 장악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압도적 자본력과 기술력을 따라올 만한 기업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3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경쟁국 중국의 부진도 한몫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인공지능은 결국 데이터 싸움인데, 세계 1위의 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고 정부 주도로 민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국의 데이터 경쟁력을 어느 나라와 기업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중 갈등과 부동산 버블 붕괴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와 기업들에 대한 전망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바로 그 인구 측면에서 고령화와 저출산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통제에 기반한 투자 중심의 경제 성장 역시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가 블록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심국의 경쟁력이 블록의 크기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일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력과 기술, 심지어 데이터 경쟁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결론적으로 앞서 지적한 여러 환경을 감안하면 미국 연준은 지금 시점에서 긴축의 종료, 즉 금리 인하의 개시나 양적 긴축의 종류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물가 상승과 경기 또는 자산가격 과열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완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서 추가로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을 부양한다는 목적을 고려하기에는 현재 고용시장이 너무 좋고, 자산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고려하기에는 자산가격이 충분히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쟁국(?)과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제를 부양해야 할 이유도 없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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