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脫트로트’로 K팝도 노리는 임영웅·영탁·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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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脫트로트’로 K팝도 노리는 임영웅·영탁·정동원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1.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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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과거 트로트는 비주류 장르였다. 중장년층의 노래방용으로 불러졌고, 지역 행사 무대에서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저평가된 올드한 대중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오디션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으며 트로트는 이제 세대를 넘나들어 사랑받는 장르로 재평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젊은 스타들이 여럿 탄생했고, 국민적 인기는 이들의 활동 영역을 트로트로만 한정 짓지 않게 했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광고모델부터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드라마 OST 참여에, 직접 연기하는 모습까지 선보이며 광폭행보를 보인지 오래다. 특히 음악적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이들 ‘트로트 가수’의 ‘탈(脫) 트로트’ 실험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트롯돌로 불리는 임영웅, 영탁, 정동원이 그 주인공이다. 

트롯돌에서 아이돌로 변신

‘피켓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10대부터 80, 9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임영웅은 첫 정규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에 발라드와 힙합, 포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수록했고, 한 인터뷰를 통해 여러 음악장르에 대한 도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Do or Die’ 는 그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EDM 계열의 팝스타일 곡으로 랩뿐만 아니라, 백댄서들과 함께 칼군무까지 선보였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2회 1위를 차지했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1월 29일 기준 859만 뷰를 기록했다. 임영웅은 트롯돌에서 K팝 아이돌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음악성을 보이며 장르 확장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탁 역시 2022년 첫 정규앨범에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가 있었다. 이후 지난해 5월 몽환적인 느낌의 R&B곡 ‘니편이야’에 이어 8월 퓨처팝, EDM 등 장르를 결합한 ‘폼 미쳤다’로 주목받으며 음악적 진화에 성공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와 권은비, 소유 등 아이돌 가수 등과 함께한 댄스 챌린지도 트로트 가수 영탁을 넘어선 눈에 띄는 변화였다. ‘찐이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등의 흥 넘치던 트로트 창법을 접어두고 트렌디한 실험으로 ‘찐 올라운드 플레이어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반면에 정동원은 이들과 차별화된 행보로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 지난 11일 신곡 ‘Who Am I’로 데뷔한 AI 아이돌 가수 JD1은 그의 페르소나이다. 트로트를 부를 땐 정동원이, K팝을 부를 땐 JD1이 되는 셈. 제작자 정동원이 직접 실험실에서 탄생시켰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초등학생 때 데뷔해 트로트 가수로 활동을 계속 이어갔으니 대중들이 그의 성장기를 함께 한 셈이다. 그런 이유로 갑작스런 장르적 변화를 주기보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새 장르에 도전한 건 참신한 시도로 보인다. 창법, 댄스실력, 스타일링까지 ‘트로트 신동’ 정동원이 전혀 오버랩 되지 않으니 그의 부캐 JD1의 데뷔는 꽤 성공적이라고 하겠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

내수용 넘어설까

이들이 장르적 확장성을 추구하는 건 트로트를 넘어선 다양한 음악적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티스트로서 그 재능을 대중에게 확인받고자 하는 욕심이 있을 것이고, 팬덤이 확고한 상황에서의 음악적 변신은 그것이 혹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이라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성공한다면 팬덤이 듣는 음악적 장르가 다양해지는 것이고, 새로운 팬층 유입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들의 장르적 변화는 일명 ‘내수용’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가요차트 1위를 차지하는 임영웅 조차도 글로벌 시장과는 닿지 않았다. 아쉽게도 트로트 장르는 아직까지는 내수용이다. 그러다 보니 트롯돌을 넘어 본격적으로 아이돌 음악을 추구하며 변신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유효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임영웅의 ‘Do or Die’가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 12주 연속 차트인 하면서 184위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순위는 아니지만, 트로트를 넘어 장르 확장에 따른 해외시장의 반응이기에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 아이돌 JD1은 스페인에서 신곡 ‘Who Am I’의 게릴라 버스킹을 하며 현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글로벌 K팝 아이돌 가능성을 시험해 본 것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변화와 재능이 ‘트롯돌 출신 슈퍼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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