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한동훈의 ‘1992’, 롯데자이언츠일까 세대교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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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한동훈의 ‘1992’, 롯데자이언츠일까 세대교체일까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4.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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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방 행보가 선풍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을 다니며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로 지지자들과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화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단연 부산이다. 부산은 여러모로 집권 여당에 악재가 많은 곳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이 부산이다. 전국 해산물의 집합지인 부산은 특히 바닷물의 안전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다.

게다가 얼마 전 그토록 갈망해왔던 2030 세계 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장 크게 지지층 이탈을 걱정하고 있는 지역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부산을 찾았다. 한 위원장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과 지지자 모습을 셀카 촬영하며 인기를 만끽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은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화제가 된 맨투맨 티셔츠

한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하면서 입었던 맨투맨 티셔츠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맨투맨 티셔츠를 착용한 채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그가 입은 티셔츠는 그레이 색상으로 ‘1992’라는 숫자가 적힌 옷이었다. 1992년은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연도다. 이를 두고 야구를 좋아하는 부산 민심을 파고들기 위한 한 위원장의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편으론 한 비대위원장이 92학번 즉 1992학년도에 대학을 입학했고 최근 강조하고 있는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의 운동권 시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셈이다.

과연 한 비대위원장의 ‘1992’는 롯데 자이언츠일까 아니면 민주당의 운동권 정치인 청산을 강조하는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일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강조하는 86세대 운동권 청산 주장은 여론 조사에서 높은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30~31일 실시한 조사(전국1018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60년대 생 이른바 운동권 정치인들에 대해 현실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응답자 10명 중 6명에 가까운 58%로 나타났다. 압도적이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로 나왔다. 86세대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에 공감하는 의견이 각각 56%, 58%, 60%로 압도적으로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별로 볼 때 오는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울과 인천, 경기 수도권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청산 퇴진론은 60%남짓할 정도로 압도적인 결과다. 중도층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무려 10명 중 8명이 넘는 83%가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청산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1992’는 세대교체의 의미다.

정치는 꿈보다 해몽

물론 한 비대위원장이 부산 자갈치 시장 방문 때 입었던 옷의 ‘1992’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징한다는 의미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정치는 상징이고 숫자는 상징의 결정체다. 특히 스포츠의 상징적 기능은 정치적으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파장이 크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언제나 야구와 관련된 모임에 가거나 발언을 할 때면 시카고 화이트삭스 모자나 점퍼를 착용하는 경우를 다반사로 보게 된다. 바로 그의 정체성과 지역적 기반을 분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부산 지역 정서를 롯데 자이언츠라는 스포츠를 통해 스며들어가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만사는 해석에 달렸다. 꿈보다는 해몽이다. 한동훈 정치가 정조준하는 노림수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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