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온리원'의 상징으로 떠오른 CJ올리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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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온리원'의 상징으로 떠오른 CJ올리브영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1.1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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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현장 경영이 최근 화제가 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5년 만의 계열사 방문을 통해 현장 경영을 시작한 점. 둘째, 현장 경영의 첫 걸음을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아닌 CJ올리브영에서 시작했다는 점.

화제의 초점은 후자에 더 집중된다. CJ그룹 온리원 성장의 상징을 CJ올리브영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CJ올리브영, 선제적이고도 기민한 전략 

지금까지 CJ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제일제당, ENM, 대한통운이었다. 각각, 식품, 엔터테인먼트·홈쇼핑,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 CJ그룹의 임원들도 제일제당과 ENM, 대한통운에서 벗어나 보직을 맡으면 밀려났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코로나 덕분이다. CJ올리브영은 코로나19를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코로나 재난은 모든 오프라인을 파괴했다.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았고 IT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시가총액이 급등했다. 코로나 당시 CJ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에 이미 1200개가 넘었다.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전환했음에도 CJ올리브영은 오히려 매장을 늘리며 옴니채널로의 전환을 준비했다. 

올리브영 매장 중 소비자가 넘쳐나는 지점은 사실 손에 꼽힌다. 코로나 상황, 찬 바람이 부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며 사업전략의 패착을 언급한 전문가가 많았지만 이 전략은 꽤 영리했다. CJ올리브영은 우리가 알고 있는 H&B(Health & Beauty) 매장이 목표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온라인 공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누군가의 얘기처럼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이제 경쟁력이 없다. 로켓배송을 희망하는 게 고객의 마음이다. CJ올리브영은 이를 위해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배송하는 ‘오늘드림’서비스를 개시했다. 상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빠르게 다가서기 위해 경영진은 코로나 상황에도 매장을 꾸준히 확대했다. 

참고로, CJ올리브영은 H&B 시장을 벗어난 지 오래다. H&B 시장점유율은 3년 전, 85%를 차지한 만큼 적수가 없다. 올리브영 매장에 가면 식품, 음료, 전자기기, 와인까지 판매하고 있다. 판매 영역과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역설적으로 '오늘 드릴 수 있는' 빠른 배송에 가장 필요한 승부처다. 공략의 초점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건강과 뷰티를 넘어 CJ올리브영은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옴니(Omni)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구매할 수 있는 다채널을 말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오프라인을 강화한 CJ올리브영의 매장 확대를 누군가는 평가 절하했지만 옴니채널을 위해 오프라인 확대는 필수. 이게 온리원이다. 

CJ올리브영 매장
CJ올리브영 매장

그룹의 핵심이 된 CJ올리브영의 온리원 성과 

이재현 회장은 늘 온리원(Only One) 정신을 강조한다. 온리원은 최초(First), 최고(Best), 차별화(Differentiation) 성과를 의미한다. 이는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철학이다. 지난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외부환경 변화, 쿠팡과 넷플릭스 등 경쟁자의 등장으로 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CJ올리브영의 성과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 

CJ올리브영은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2021년 매출액 2조 1192억원, 영업이익 950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수립한 후 2022년 매출액 2조 7809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으로 해당 실적을 넘어섰다. CJ올리브영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23년 매출액 3조 9380억원, 영업이익 3560억원으로 또 다시 기록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지난해 3분기, CJ올리브영은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회사 설립 이래 분기 매출액에서 1조원을 넘어선 파격적인 성과다. 이재현 회장이 현장에 방문, “올리브영이 온리원 성과를 만든 사례”라며 극찬한 이유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재무 성과뿐 아니라 올리브영의 사업 준비방식을 다른 계열사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의 2024년 임원 인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의 모든 임원 인사가 지난달 마무리된 점을 감안할 때 CJ 경영진의 고심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계열사가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도 CJ올리브영은 구성원의 절실함 그리고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으로 지난 3년간 온리원 정신을 성과로 구현했다.

물론, CJ올리브영이 마주한 2024년은 녹록지 않다. H&B 시장을 넘어 유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CJ올리브영의 O2O(Online to Offline) 전략도 익히 알려진 상황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와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강자가 쇼핑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경계선을 허물며 서로 진격, 대립하고 있다.

유통, H&B, 이커머스 영역이 모호해지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CJ올리브영의 온리원 정신이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진검승부는 이제 닻을 올렸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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