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아육대'가 사라진 지상파 추석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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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아육대'가 사라진 지상파 추석 특집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30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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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2023년 추석을 맞는 지상파 방송국에서 스포츠국이 제일 바빠 보인다. 예년이라면 온갖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될 시간에 아시안게임 경기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스포츠 행사 때문인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조차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명절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던 MBC의 아육대, 즉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가 지난 설에 이어 올 추석에도 편성되지 않았다. 대신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와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가 지상파와 종편 방송을 통해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다.

아육대, 사라진 명절 특집의 대명사

MBC가 제작한 아이돌스 육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는 2010년 추석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다. 아이돌 팀들이 노래나 춤이 아닌 육상 등 스포츠 경기로 경쟁하는 아육대는 팬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갔다. 그래서 명절마다 제일 먼저 편성되던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아육대는 종목도 육상은 물론 리듬체조와 미니축구, 심지어는 e스포츠까지 망라했다. 시청률도 명절 프로그램 중 선두권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모이다 보니 잡음이 계속 생겼고, 인기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아육대는 운동 경기를 펼치는 만큼 경쟁심을 부추긴다. 성적이 좋으면 화면에 많이 나오니 소속사 차원에서도 아육대를 위해 연습 시간을 따로 뺄 정도였다. 그런 경쟁심이 아이돌의 투지를 불사르게 되고 부상으로 이어져 결국 활동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경우가 많았다.

방송국의 갑질도 지적됐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미끼로 아육대 출전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현장의 팬덤 관리를 소속사에 맡기기도 했다. 워낙 많은 출연진이 참가하기에 분량 논란도 있었다. 인기 아이돌 중심으로 화면을 잡는 건 기본이지만 신인 팀의 멤버들이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편집에서 홀대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장에 응원간 팬들을 제작진 측에서 홀대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장시간 촬영하면서 관객석이 비지 않게 출입을 통제했고 심지어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게다가 현장을 찾아준 팬들의 식사는 소속사나 팬클럽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돌 소속사마다 천차만별인 도시락과 기념품의 질을 놓고 서로 비교하거나 경쟁하기도 했다.

관객석에서 오랜 시간 응원해야 하니 팬덤 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마찰은 팬 커뮤니티 간 다툼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었다. 이렇듯 팬덤의 수고를 존중하지 않고 잡음만 생기게 되니 아육대를 향한 팬덤의 관심은 식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아육대를 향한 대중의 흥미가 떨어졌다. 초기에는 아이돌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다채로움이 있었으나 K팝의 위상이 올라가며 그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유튜브에는 아이돌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무수히 많다. 팬과 스타가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도 여럿 있다. 대중들은 아육대가 아니더라도 아이돌을 만날 수 있고 호기심을 풀 수 있게 되었다. 

MBC가 이번 추석에 아육대를 편성하지 않은 결정은 명절에 TV 앞으로 시청자를 모이게 할 이슈를 찾는 고민 끝에 나왔을 것이다. 다른 방송사들도 같은 고민을 했을 텐데 그 결과가 콘서트였을 것이고. 다만 콘셉트가 방송사마다 다를 뿐이었다. 

KBS 'ㅇ ㅁ ㄷ 지오디' 콘서트. 사진=KBS
KBS 'ㅇ ㅁ ㄷ 지오디' 콘서트. 사진=KBS

1세대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

28일 오후 8시 50분 KBS2에서 ‘ㅇㅁㄷ 지오디’가 방영됐다. KBS 창사 50주년과 지오디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였다. 지난 9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티켓 창구가 열린 후 3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이가 지오디를 기억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번 지오디 콘서트가 예고된 후 ‘ㅇㅁㄷ’라는 콘서트 제목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ㅇㅁㄷ’는 ‘국민이 만든 그룹 지오디’라는 뜻이었다. 

1999년 1월에 데뷔한 지오디는 친숙한 이미지로 대중에 다가갔다. 히트한 노래도 많지만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28일에 방영된 콘서트에서는 지오디의 프로듀서였던 박진영과 작곡가로 참여했던 방시혁이 영상 편지로 등장해 국민 그룹의 탄생에 세계적인 K팝 프로듀서들의 손길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앵콜곡을 포함해 21곡의 노래가 펼쳐졌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외모지만 지오디 다섯 명 멤버들은 그 시절 못지않은 퍼포먼스로 현장을 찾은 2만여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객석의 팬들 또한 떼창과 응원 구호로 그 시절의 ‘오빠’들에 열광했다.

물론 다른 분위기의 콘서트도 방송에서 즐길 수 있었다. 명절에 TV 앞을 지키는 시청자층이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판단했을까 종편은 물론 지상파에서도 트로트 콘서트를 대거 편성했다.

지오디 콘서트가 한창 방영 중이던 28일 오후 10시 TV조선에서는 ‘그레이트 김호중’이 방영됐다. ‘그레이트’는 김호중이 그렇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방송에서 김호중은 "그레이트의 의미는 여러분이 바로 그레이트다"라며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추석 당일인 29일 TV조선은 여자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를 편성했다. ‘미스트롯’ 시즌 1에서 진선미를 한 송가인, 정미애, 홍자가 출연했다. 이들 세 명은 지난 3일 합동 콘서트를 열었는데 TV조선에서 그 실황을 공개한 것. 

같은 날 선배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을 지상파에서 볼 수 있기도 했다. 2020년 추석에 나훈아를 동원한 KBS가 올해에는 ‘김연자’와 ‘진성’의 합동 공연을 편성했다. 이 공연은 오후 8시 40분에 방영되었고, TV조선의 미스트롯 3인방 콘서트는 오후 10시에 방영되었다. 트로트 팬들에게는 두 콘서트를 이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때문에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콘서트는 어쩌면 방송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떤 취지로 편성됐든 이들 콘서트 프로그램은 명절에 TV 앞을 지키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지오디 콘서트에 영상으로 등장한 박진영의 “그들의 청춘이 팬들의 청춘”이라고 한 말이 뭉클했다. 지오디와 팬들은 지난 25년간 함께 세월을 보내온 것이다. 또한 트로트 가수들과 그들의 팬들도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며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팬들에게 콘서트는 한가위에 걸맞은 풍성한 선물은 아니었을까.

2023년 추석 명절 연휴, 아육대가 사라진 자리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콘서트가 채워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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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2-10 00:08:28
결국 지오디콘서트 광고 기사

s.j.yoon 2023-09-30 16:11:28
아육대 폐지는 설마겠지만 진짜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