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돌아왔다. 지난 달부터 방송과 언론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추 전 장관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추 전 장관은 정치적으로 남다른 궤적을 남겨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서울 광진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섯 번이나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을 할 정도로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이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치명적인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장관은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고 충돌하면서 결국 윤 대통령이 보수층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대선 후보가 됐고, 결국 당선에 이르게 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정권이 교체되고 난 이후에 거의 공식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방송과 언론에 등장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저격하는 행보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달 30일에 ‘오마이TV’에 출연해 장관직을 그만둔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저도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저에게 물러나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받았다. 중간에 농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날 자르려면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주면 좋겠다.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또 지난 3일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이 장관에서 물러날 당시 상황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며 이 전 대표를 저격했다. 이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를 앞둔 2021년 초 추 전 장관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악재로 작용하자, 당시 집권 여당 대표였던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 전 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저격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간디'로 추켜세우고 있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이 등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외연이 확장되기는 커녕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상승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지난 3~5일 실시한 NBS 조사(전국2005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응답률16.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봤다.
윤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8%로 직전인 2주 전 조사보다 2%포인트 올라갔다. 부정 평가는 51%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내려왔다.
민감한 이슈가 많았음에도 대통령 지지층이 더 결집한 결과로 해석된다. 비단 추 전 장관의 재등장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 지지율까지 끌어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다.
추 전 장관이 등장한 시점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리스크로 정치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에 추 전 장관이라는 '리스크'가 하나 더 가중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구도 예측은 의미심장한 결과다. 이번 NBS 조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어느 쪽 주장에 더 공감하는지' 물어봤다. '국정 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정부여당 지원이 46%로 나왔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정부·여당 견제 의견이 41%로 나타났다.
6월에 실시했던 조사 결과보다 '정부·여당 지원' 답변 비율이 더 올라갔다. 지난 4~6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자체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봤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와 동일한 33%로 나타났고, 더불어민주당은 2%포인트 하락한 32%로 나왔다. 가뜩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리스크, 김남국 의원의 코인 리스크에다 추미애 전 장관이 등장하는 리스크마저 덧붙여진 시점이다.
추미애 전 장관이 최근 방송과 신문에 등장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양상인데 그 목적과 이유가 총선 출마이고 친명과 돈독한 관계로 가기 위한 서막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 추 전 장관이 불러온 검찰 갈등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무게감이 큰 추미애 전 장관의 등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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