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 칼럼니스트] 일본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탈아입구(脱亜入欧)'를 외쳤다.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자는 뜻이다.
유럽 강대국들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더 이상 중국과 조선 등 아시아는 따를 것이 없으니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요즘 한국 도로나 주차장에서는 외제차가 눈에 많이 띈다. 2001년까지만 해도 99%가 국산차였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한일 공동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처음으로 1.3%를 기록하더니 딱 10년 만인 2012년 10%를 돌파해 10.01%로 집계됐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흐른 2022년에는 19.69%로 20%에 육박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는 외제차라는 얘기다.
수입차 중에서는 독일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2022년 한 해 동안 메르세데스 벤츠가 8만여 대, BMW 7만 8000여 대 등 독일 차가 20만 대 넘게 팔렸다. 미국 차는 쉐보레 9000여 대 등 2만 5000대가 판매됐다.
그 다음으로는 볼보 만 4000여 대 등 스웨덴 차가 만 7000여 대로 3위를 기록했다. 일본 차는 렉서스 7500여 대 등 만 7000대 가까이 팔려 4위였다.
비율로 보면 유럽차가 85%로 압도적이었고, 미국차가 8.8%, 일본차는 6%다.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 한때 No재팬, 불매 운동이 벌어졌음에도 일본 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 6%로 선방한 것이다.
그럼 일본 시장은 어떨까. 2019년 일본의 수입차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도요타가 31%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혼다(14.5%) 스즈키(13.9%) 다이하쓰 (13.2%) 닛산(11.4%) 등이 이었다.
6%밖에 안되는 수입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22.2%로 톱이었다. (5대 중 한 대꼴) 그 뒤를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 BMW미니, 볼보, 지프 등이 이었다.
현대차는 아예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일본차가 외제차에 시장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이유는 우선 일본의 탄탄한 자동차 메이커가 8개나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현대차 기아차 구조와는 판이하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던 현대차는 쓴맛을 보고 2009년 철수해야 했다. 부품 호환성 등 수리의 문제도 있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점, 당시만 해도 일본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경제력, 국가 위상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당시 도쿄특파원이었던 필자는 일본인 지인에게 한국차가 안 팔리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답은 이랬다.
"일본 사람들은 유럽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이 있어요."
난공불락의 일본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차가 지난해 재진출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682대를 파는 데 그쳤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다.
유럽 브랜드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 그들의 내면에는 여전히 '탈아입구(脱亜入欧)'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빗장을 열고 '탈구입아(脫歐入亞)'의 팻말을 걸 수 있도록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
전기차 개발 열차에 뒤늦게 올라탄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메이커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도록, 한국 자동차제조업체가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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