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탈아입구(脱亜入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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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탈아입구(脱亜入欧)'
  • 윤경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6 15:21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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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칼럼니스트] 일본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탈아입구(脱亜入欧)'를 외쳤다.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자는 뜻이다.

유럽 강대국들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더 이상 중국과 조선 등 아시아는 따를 것이 없으니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요즘 한국 도로나 주차장에서는 외제차가 눈에 많이 띈다. 2001년까지만 해도 99%가 국산차였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한일 공동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처음으로 1.3%를 기록하더니 딱 10년 만인 2012년 10%를 돌파해 10.01%로 집계됐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흐른 2022년에는 19.69%로 20%에 육박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는 외제차라는 얘기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 추이.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수입차 중에서는 독일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2022년 한 해 동안 메르세데스 벤츠가 8만여 대, BMW 7만 8000여 대 등 독일 차가 20만 대 넘게 팔렸다. 미국 차는 쉐보레 9000여 대 등 2만 5000대가 판매됐다.

그 다음으로는 볼보 만 4000여 대 등 스웨덴 차가 만 7000여 대로 3위를 기록했다. 일본 차는 렉서스 7500여 대 등 만 7000대 가까이 팔려 4위였다. 

비율로 보면 유럽차가 85%로 압도적이었고, 미국차가 8.8%, 일본차는 6%다.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 한때 No재팬, 불매 운동이 벌어졌음에도 일본 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 6%로 선방한 것이다. 

그래픽=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그래픽=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그럼 일본 시장은 어떨까. 2019년 일본의 수입차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도요타가 31%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혼다(14.5%) 스즈키(13.9%) 다이하쓰 (13.2%) 닛산(11.4%) 등이 이었다. 

6%밖에 안되는 수입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22.2%로 톱이었다. (5대 중 한 대꼴) 그 뒤를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 BMW미니, 볼보, 지프 등이 이었다.

현대차는 아예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일본차가 외제차에 시장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이유는 우선 일본의 탄탄한 자동차 메이커가 8개나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현대차 기아차 구조와는 판이하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던 현대차는 쓴맛을 보고 2009년 철수해야 했다. 부품 호환성 등 수리의 문제도 있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점, 당시만 해도 일본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경제력, 국가 위상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본차. 이미지=연합뉴스
일본차. 이미지=연합뉴스

당시 도쿄특파원이었던 필자는 일본인 지인에게 한국차가 안 팔리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답은 이랬다.

"일본 사람들은 유럽 브랜드에 대한 동경심이 있어요."  

현대차 일본법인 현대모빌리티재팬이 지난 2월 4일 일본 교토에 '현대 모빌리티 라운지 교토 시조'를 열었. 사진은 현대 모빌리티 라운지 교토 시조 전경. 사진=연합뉴스

난공불락의 일본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차가 지난해 재진출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682대를 파는 데 그쳤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다.

유럽 브랜드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 그들의 내면에는 여전히 '탈아입구(脱亜入欧)'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빗장을 열고 '탈구입아(脫歐入亞)'의 팻말을 걸 수 있도록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

전기차 개발 열차에 뒤늦게 올라탄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메이커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도록, 한국 자동차제조업체가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기를 바란다.

 

● 윤경민 칼럼니스트는 YTN에서 도쿄특파원을 역임한 일본통이다. 채널A에서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을 지냈다. 늦깎이 학도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덕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일본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은퇴 후 전 세계 20개 도시 한 달씩 살아보기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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