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㊷ 'K-배터리' 위기감 고조…주도권 쥔 중국과 일발역전 일본
상태바
[모빌리티 세상읽기]㊷ 'K-배터리' 위기감 고조…주도권 쥔 중국과 일발역전 일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ATL·BYD 등 해외 진출 잰걸음…'내수 넘어 해외로'
일본 전고체 배터리로 이차전지 주도권 확보 나서
배터리 생산 공정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의 'K-배터리'가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 주도권을 쥔 중국과 '배터리 종주국'의 자존심을 전고체 배터리로 되살리며 일발역전을 노리는 일본의 파상공세 속에 기로에 섰다.

중국은 내수를 넘어 해외 진출로 진정한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고, 일본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키워 한국과 중국내 빼앗긴 이차전지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진출 서두르는 중국

중국 배터리 기업은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주요 해외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우리 기업과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내수를 넘어 해외로 눈길을 돌린 중국 배터리의 선두주자는 CATL이다. CATL은 중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회사다. CATL은 최근 헝가리 데브레첸에 신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BMW와 협업이 인상적이다. CATL은 BMW 헝가리 공장이 있는 데브레첸 지역에 200ha 부지를 매입했고, 그동안 각형 배터리에 집중해 온 BMW는 새 원통형 배터리 공급사로 CATL을 선택했다. CATL은 2025년부터 BMW 차세대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에 탑재할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또 다른 중국 기업인 EVE에너지도 헝가리에 원통형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EVE에너지는 지난해 BMW가 발주한 80억 유로(약 10조7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한국 기업도 헝가리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2공장 건설을 마치고 이르면 올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에서 삼성SDI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SK온도 헝가리에 코마롬 1공장에 이어 2공장을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 이반차에도 생산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중국 전기차의 약진도 눈에 띈다.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기업 시가총액 3위를 달리고 있는 BYD는 일찌감치 유럽 시장에 공을 들였다. EU-EVS닷컴이 유럽 주요국 전기차 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BYD의 점유율은 5.5%로 집계됐다.

BYD는 국내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직접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나 건설기계 분야에서 중국 메이커가 한국에서 판매된 경우는 있었지만 중국산 승용차는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바 없다. BYD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BYD 등 중국 기업의 해외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YD 이외에도 중국 내 최대 민영자동차 회사인 지리자동차는 볼보·벤츠 등의 지분을 확보하며 유럽 브랜드와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다. 2020년 하반기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 지리자동차는 현재 유럽 내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중국의 자신감은 막강한 내수에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다르면 지난달 중국 내 신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월 50만대에 육박한다. 월간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이 월 20만대 안팎, 미국이 월 10만대가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다. 한국은 월 1만대를 조금 웃돈다.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도요타 공식홈페이지 캡처

일발역전 일본의 히든카드 '전고체 배터리'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시장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내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상위 10개 업체 중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 뿐이다. 나머지 빈자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과 CATL, BYD, cALB, 궈쉬안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일본 기업의 배터리 생산량을 2030년까지 60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생산수준(60~70GWh)의 10배 수준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생산능력 확대 이외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시장 경쟁력을 일거에 확보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류가 흐르는 길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흔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며 액체 전해질을 쓸 때보다 폭발 위험은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여 효율을 극대화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 중이지만 기술력 및 관련 특허 부문에서 일본이 크게 앞서 있다. 전고체 배터리 특허와 관련해 상위 10위 중 6곳이 일본 기업이며 도요타가 가장 많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4위), LG화학(6위), 현대자동차(9위) 등 한국 기업도 빠르게 관련 특허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공개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살펴보면 도요타가 1331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파나소닉HD(445건)과 이데미쓰코산(272건)이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닛산도 지난해 11월 요코하마공장 내 전고체 배티러 시제품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혼다 또한 2030년쯤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셀 형태를 파우치형으로 선정하는 등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 있어 한국은 매섭게 추격 중이다. 특허 획득 속도가 남다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도요타가 취득한 특허는 앞선 5년에 비해 40%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배 이상, LG화학도 3배로 늘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업체들은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등 실용 단계 성능에 직결된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 7일 선보인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 시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파나소닉이 양산 중인 '4680배터리'도 일본의 강력한 무기다. 4680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020년 9월 배터리데이에서 처음 소개했다. 부피는 기존 원통형배터리보다 크지만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커 주행거리는 16~20% 가량 늘어난다. 파나소닉은 2024년 3월부터 4680배터리를 양산한다고 공언했다. 납품처는 테슬라가 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3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4680배터리가 대량 생산되면 배터리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