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㊶ "100% 전기차 시기상조"…머스크마저 합류한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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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㊶ "100% 전기차 시기상조"…머스크마저 합류한 비관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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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테슬라 등 CEO "100% 전기차 전환 시기상조"
배터리 수요 대비 리튬 등 광물 자원 부족
전기차 배터리 부족 향후 20년 간 지속될 수도
전기차 생산 발생 탄소 발생 '전기차 역설' 해결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부족으로 인한 전기차 공급난을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래 모빌리티의 대세로 자리잡은 전기차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까. 

글로벌 완성차 업체 BMW와 차세대 전기차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리비안의 수장이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암울하다'에 방점을 찍었다. 왜 그랬을까.

"100% 전기차 전환, 시기상조"

지난 4월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새롭게 출시되는 전기차 관련 기술과 활발한 업계 흐름을 볼 때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기차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 대부분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걸 주의해야 한다"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정책을 우려했다.

집세 CEO는 중국을 '특정 국가'로 우회해 표현했다. 이어 그는 "전기차 개발뿐 아니라 연료 효율성이 좋은 내연기관 차량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수익과 환경 모두 고려할 때 합리적인 방향"이라면서 "전기차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고 동급 대비 내연기관차보다 판매가가 높다"를 근거로 들었다. 

집세 CEO는 유럽연합(EU)의 전기차 정책과 전동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2035년부터 유럽 내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전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기로 했고, 볼보와 포드는 2030년,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에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한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과 양산에 300억유로(약 40조원)를 투입할 예정이고, 현대차와 기아는 2040년 모든 차량 라인업을 전동화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비슷한 시기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수장인 로버트 스캐린지 CEO는 일리노이주 공장을 찾아 "반도체칩 공급난은 약과에 불과하다"며 2차 전기 부족을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배터리 생산량을 합쳐도 향후 10년 동안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배터리의 10%도 안된다"며 "배터리 공급망의 90~95%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 채굴, 가공, 배터리 제작 등 곳고셍서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부족은 애피타이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스캐린지 CEO는 "전기차 부품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원자재와 생산량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면 전기차 배터리는 이 보다 심각해 향후 2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리튬이온배터리의 대표 원자재인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80% 가량 상승했으며 양극재 원료인 니켈 역시 가격이 폭등해 올 상반기 런던금속거래소(LME)가 거래를 중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카를루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CEO도 수년 내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와 원자재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바르스 CEO는 2024~2025년 전기차 배터리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2027~2028년 무렵에는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부족으로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함께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조절할 시간이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전기차 업체 CEO들도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년후쯤 리튬 생산 등에서 원자재 제약이 있을 것"이라면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짐 로완 볼보자동차 CEO도 "앞으로 몇 년 안에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내연기관차 모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전기차 출시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어느 기업도 전기차 판매량이나 배터리 생산에 대해 기존보다 높은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칠레의 리튬 채굴 염호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또다른 전쟁 '광물을 확보하라'

배터리 업체 간 원자재 확보 경쟁도 뜨겁다.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채굴량이 배터리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서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리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CATL은 지난해 캐나다 리튬 광산업체 '밀레니엄리튬'을 약 355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 사모펀드 호주 AVZ미네랄스의 콩고 리튬·주석 개발 프로젝트에 약 2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4%를 확보했다. 테슬라 역시 미국 네바다 리튬 매장지 약 41㎢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다. 호주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과도 미국 내 채굴 리튬에 대한 5년 공급계약을 맺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과 코발트의 안정적 수급에 주목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 그레이트 파워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지분 4.8%를 인수했다. 2023년부터 6년간 니켈 총 2만톤을 공급받는다. 전기차 30만대 이상 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같은 해 8월에도 호주 마인사와 니켈·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발트 생산 세계 1위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300만대분 배터리를 반들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 또한 비슷한 움직임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주요 광물과 관련해 지분 투자와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수급 안정화를 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도 주목된다. 이 공장이 완전 가동할 경우 연간 10GWh의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2%(약 2100만톤)를 보유한 세계 1위의 니켈 매장국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광물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호주 니켈 광산,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료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사업 등에서 안정적 원료 공급망과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성능의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의 역설…풀어야 할 숙제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주요 소재인 리튬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을 채굴할 때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부산물이 발생하고 엄청난 양이 지하수를 사용해야 한다.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칠레 아타카마 소금사막 주민들은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리튬 채굴 시 다량으로 사용된 수자원으로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 미국 내무부 산하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리튬 채굴에서 발생한 유해물질로 네바다주 리튬 광산 인근 식물이 고사하고 있다며 리튬 채굴 회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 보다 앞서 2016년 티베트에서는 광저우 롱다 리튬 광업소가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키면서 인근 강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지역 주민들은 리튬 생산 중단 시위를 벌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 에너지 생산비율은 35.6%다. 전기차 생산공장·운행 지역에 공급되는 전력의 종류를 분류하지 않고 단순 수치상으로 계산할 때 전기차 생산·충전용 전기 35%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화석연료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셈으로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폐기하는 과정을 포함하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도 내연기관차 못지않다. 환경부가 2016년 수행한 '자동차 온실가스 라이프사이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 연구에서는 단순 운행 기준으로 1㎞ 주행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기차가 86.9g으로 디젤차(137g), 가솔린차(177.4g)보다 적다고 나왔다. 하지만 차량·배터리 생산·폐기 과정을 포함하면 전기차가 1㎞ 주행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49.12g으로 가솔린·디젤차(44.55g)보다 10%(4.57g) 더 많았다.

전기차로 사용하다 폐기된 배터리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코발트, 리튬, 망간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들어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한다. 화재·폭발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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