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연준, 당분간 '강한 긴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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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연준, 당분간 '강한 긴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 승인 2022.05.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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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미국 연준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후, 우리 한국은행도 5월 금통위에서 15년만에 처음 두달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는 1%, 우리는 1.75%다. 그런데 금리를 인상한 후에도 양국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5월말이 가까워지며 증시는 조금 안정됐지만, 그 전까지 미국에서는 주요 지수가 주간 단위로 8주 연속 하락하는 약세가 나타났다. 월말의 안정은 이제부터 추세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 보다는, 단기간에 많이 빨리 떨어진 데 따른 반등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각국이 금리 올리는 이유는 물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물가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월과 4월 연속해서 8%를 넘어섰고, 기저 효과 때문에 떨어지더라도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8%를 기록했는데, 5월에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준의 물가가 문제인가? 높은 물가가 바로 임금과 금리에 반영된다면 실질 소득과 금리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굳이 공격적 긴축을 통해 해 물가를 빨리 잡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임금과 금리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차가 있고, 실물 대비 화폐가치의 하락은 실질 가치로 측정한 자원의 배분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물가보다 낮은 명목금리는 대출자의 부담을 크게 낮추고 금리부 자산 보유자의 자산가치를 빠르게 훼손한다. 지금 미국에서처럼 실질금리가 약 -5%로 10년간 유지되면 대출이든 자산이든 10년 후 1만원의 실질가치는 6000원 아래로 떨어진다. 당연히 지금 물가상승률은 경제에 각종 변화와 부담을 일으킬 만한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물가를 잡으려 할 때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경기 침체가 도래할 수도 있다. 현재 증시가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고점 대비 20%, 30%으로 이미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하에서는 이 보다 더 떨어졌던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 하에서 자산 시장의 불안은 종종 금융 시장의 시스템 위기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경우 증시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어딘가 숨어 있는 과잉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이 충격을 받게 되는 상황일 텐데,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다면 투자자들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월 FOMC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어려운 숙제'를 풀고 있는 중앙은행들

따라서 연준이든 한국은행이든 각국 중앙은행은 현재 어려운 숙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자칫 긴축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경기 침체가 나타나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긴축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높은 물가가 유지되면서 경제를 갉아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두 경우 모두 긴축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의존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최적의 시나리오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당연히 적절한 조치를 취해 물가 상승의 장기화를 막고 필요 이상의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나는 것도 막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가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들어 미국 연준이 한 번에 50b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인 것, 그리고 미리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한국은행조차 과거와 달리 연속해서 금리를 인상한 것은 모두 기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경제지표들이 과거의 수치에 영향을 받지만, 그 중에서도 물가는 영향을 받는 정도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가상승률 그래프를 그려보면 상당 수준의 추세적인 경향성을 갖는다.

이러한 점은 성장률과 다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등 부정적 충격에 의한 성장률 하락은 정부 정책이 적절히 이뤄질 경우 이듬해에 바로 큰 폭의 성장률 상승으로 상쇄된다. 그러나 물가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만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고물가가 유지될 수도, 저물가가 유지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극단적인 정책은 다양한 부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주저하는 정책당국의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그 자체로 현재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이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져 있는데, 각국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물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 ▲소비자들의 임금 상승 요구 ▲기업들의 가격 전가 욕구 ▲낮아진 실질 금리에 따른 소비·투자의 증가 ▲타국 대비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미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현재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과 제품 가격에 대한 전가 욕구가 매우 강해져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라 수입 물가 상승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았던 볼커 연준의장의 비법은

그렇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과거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특히 1970년대와 80년대 고물가 상황을 벗어났던 볼커 의장의 결정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 알려준다. 많이 알려진 대로 미국은 전쟁 등을 위해 많은 돈을 썼고, 이 때문에 1971년에는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화의 지위는 공고했고,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금본위제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풀린 유동성과 달러화 약세는 결국 높은 물가로 이어졌고, 여기에 1, 2차 오일쇼크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볼커 이전 아서 번스 의장이 도입한 근원인플레이션 기준 통화정책 역시 나름 합리적인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통제의 지연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후 상황은 모두 잘 알고 있다. 1979년 8월에 취임한 볼커 의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10% 수준의 기준금리를 몇 개월 만에 16%로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하에서 계속 10%대를 유지했고, 볼커 의장은 81년 중반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산업생산은 1982년까지 3년간 마이너스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83년 초에 결국 3%대로 내려왔다.

금리 인상으로 낮아진 수요와 유가 하락도 이유였지만, 빠른 긴축에 의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그리고 이후 미국 성장과 물가는 다시 정상적인 궤도를 회복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내려 물가를 내리고 장기적인 정상화를 이루려면 단호한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지금이 그 당시보다 더 나쁜 상황일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그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15%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8%대인 현재의 물가는 낮은 것이 분명하고, 아직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그 당시보다 평균적인 상승률은 낮다.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점이다.

당시에는 달러화 약세가 미국 물가에 치명적이었지만, 지금 달러는 전반적인 강세 기조를 유지 중이다. 산업생산과 소비 역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그 당시처럼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지속하기 전에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초기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그 당시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그 당시처럼 고물가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고, 이는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

되돌아 보면 79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 역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누적된 기준금리가 이후 장기간에 걸친 침체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美 연준, 올 여름까지는 현 기조 유지할 듯

연준은 공언한 대로 올해 여름까지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빠른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인상이 시작된 2분기의 경제 실적을 보고 이후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산시장으로부터 형성되는 기대에 대해서도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일반 물가와 자산시장 가격은 한 나무에서 뻗은 두 개의 가지라고 볼 수 있다. 기대 측면에서 보면 자산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시와 채권시장은 계속 긴축의 부담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많이 떨어진 주가가 반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올해 여름까지는 기대를 완화시키기 위한 연준의 정책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침체로 이어질 것인지 아닌지는 계속 불투명한 상황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채권시장은 강한 긴축이 초래할 수 있는 경기 둔화 위험과 이를 감안한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 변화 가능성까지 반영해 최근 시장금리를 조금 끌어 내렸지만, 이것이 자산가격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연준은 양적 긴축 속도를 높여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주식, 채권시장 모두 단기적인 기회 정도만을 제공 중이라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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