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연준, 당분간 마음 바꿀 가능성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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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연준, 당분간 마음 바꿀 가능성 크지 않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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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최근 미국 증시, 나아가 글로벌 증시를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주식시장이 원래부터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경향이 더 강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오히려 주가에 반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좋은 경제지표에는 부정적으로, 나쁜 경제지표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얘기다. 경제지표가 좋으면 증시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미국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은 9.1%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뿐 아니라 우리 증시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동안의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이미 예상되는 악재를 모두 반영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경제 상태에 따라 연준의 정책 기조가 민감하게 바뀔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연준 관계자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이 마음을 바꿔 긴축 강도를 줄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전적으로 믿고 있진 않다는 얘기다. 그 동안 연준의 전망과 정책에 대해 불신이 쌓인 투자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시장은 연준의 정책기조에 반신반의 

특히 최근 들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더더욱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황과 러시아의 대유럽 에너지 수출 정책,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WTI 가격은 7월 들어 100달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고, 비철금속 위주로 원자재 가격은 그보다 더 큰 폭인 고점 대비 20~30% 하락했다. 원자재 시장에서 높은 가격 그 자체와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긴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은 7월들어 100달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미국 채권시장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이자의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채 10년물은 3.4% 이상으로 올랐었는데, 최근 이 수치는 3% 내외를 기록 중이고, 단기적으로는 2.8% 선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경기 침체 자체, 경기 둔화로 가까운 미래에 정책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란 전망, 심지어 내년 이후 인하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 등이 반영된 탓이다. 그런가 하면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금리 차이는 200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역전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정말로 연준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여부일 것이다. 이미 일정 부분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라도 강한 긴축에 나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 온 연준이, 최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부 경제 지표의 둔화에 대해 시장과 마찬가지로 긴축 속도를 완화해야 할 징조로 보고 있는 것일까?

일부 증시 투자자들이 원하듯 금리 인상→ 높아지는 경기 침체 가능성→ 인상 기조 둔화→ 경기 회복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이제부터는 안심하고 주식 투자에 나서도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적어도 올해까지는 그러한 낙관이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올해까지는 섣부른 낙관은 금물

앞서 유가와 금리의 경우도 언급했지만, 사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1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애틀란타 연방은행에서 발표하는 GDP Now에서 2분기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일반적으로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주로 재고의 축소와 수입의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수 경제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는 탄탄한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수입의 증가가 소비와 투자증가를 능가하고 재고 축적도 안됐다는 얘기는 생산은 부진하고 다른 누수가 있다는 얘기인데, 만약 이것이 공급망 이슈라면 지금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

연준이 미국 경제를 탄탄하게 보는 더 중요한 이유는 고용시장이다. 6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증명되기도 했지만, 미국 고용시장은 현재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 기준이 되는 실업률로 보든, 광의의 실업률로 보든 과거 경기 확장기의 저점과 거의 유사하게 낮은 실업률은 연준이 명목적 목표 중 하나인 고용의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님을 시사한다.

물론 현재의 실업률 수치가 건강한 경제 상황을 의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부로부터의 이전 소득이 고용시장 참여를 줄인 부분이나,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으로부터의 인력 유입 감소, 높은 물가에 따른 고용 참여 압박 등은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내포한다. 하지만, 어쨌든 원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소득을 얻고 있는 상황, 어떤 이유에서든 구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를 더 부양하게 되면 고용시장은 더 과열될 것이다.

반면 앞서 지적한 고점 주장에도 불구하고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미국의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근 7%에 육박하며 비교적 뚜렷하게 오르고 있는데, 이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공급망 훼손 등 공급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미 사람들의 기대를 자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과 타이트한 고용시장의 결합은 결국 임금 상승이다. 또한 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마진 축소를 감수하거나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임금 상승 → 제품 가격 상승 → 물가 상승 →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조금씩 둔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이미 높아진 부동산 가격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케이스실러 미국 주택가격 지표는 아직 4월까지 수치만 발표된 상태지만, 그 시점까지 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20%의 상승률을 보였다. 작년 같은 시기에도 전년동월비 13~15%의 상승률을 나타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 3월부터 계산하면 불과 2년 만에 40% 정도 상승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전월 대비 0.7% 수준의 상승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져 이미 올라버린 거주비와 임금 상승 압력을 상쇄하지 않는 한 미국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 대비 9.1% 상승하며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연준의 긴축정책, 그 끝은 어디?

그렇다면 연준이 수행하고 있는 긴축 정책의 끝은 어디일까? 누구도 정확하게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앞서 고용에 대한 판단과 물가 수준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을 텐데, 일단 과거 연준은 실업률이 5%를 넘어서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책금리 인하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 그리고 2000년대 중반 금리 인하 시기를 보면 실업률이 5%를 넘어섰거나 넘어설 것으로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통화 완화정책이 시작됐다. 물론 폴 볼커 의장이 취임한 이후 80년대 초반에는 더 높은 실업률 하에서도 강한 긴축을 유지했지만, 아직 그 때보다는 실제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도 과거와 유사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금리가 오르고 경제가 위축되어 실제로 실업률이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날 내년 중반에야 연준의 정책 방향이 바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물가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절대적 수치보다 하락 방향성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연준이 물가 자체만큼이나 기대를 중시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준은 그 이전보다 물가가 상당 폭 하락할 때까지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초에도 의미 있는 완화가 시작된 것은 물가 고점 후 1년 넘게 시간이 흐른 후였다. 하락 속도나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에도 적어도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책 방향의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추론에도 불구하고, 채권, 주식시장이 기대하거나 바라는 대로 연준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 역시 0%라고는 볼 수 없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불확실성은 말 그대로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에 어떤 패턴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이번에도 같거나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투자를 비롯한 경제적 의사 결정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논리적이거나 확률적인 근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논리나 확률을 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역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과거 역사를 보면 지금은 시장의 바람에 따라 연준이 조기에 긴축을 마무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하기 보다는, 생각보다 더 길고 빠르게 긴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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