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주식 집중 투자, 정답 아니다...다만 외면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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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주식 집중 투자, 정답 아니다...다만 외면해서도 안된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4.2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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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동학 개미들에 이어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수난 시대다. 작년 중반부터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증시에 집중적으로 투자에 나선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늘었는데,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2% 하락한 상황이고, 우리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20%나 하락했다. 

최근 미국 증시 하락 폭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큰 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0% 정도 떨어졌고, 일본은 8%, 인도는 2% 정도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험이 커진 유럽의 독일 증시 하락 폭이 13%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확실히 작년 말부터 미국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하다. 특히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과 특정 기업들에 대해 지나치게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박탈감은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라고 판단된다. 즉, 연준의 적당한 대응으로는 물가를 잡지 못할 것이고, 물가를 잡기 위한 대응은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됐던 과거 몇몇 사례에서 증시 하락율은 현재의 두 배 이상이었기 때문에 공포감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평가가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사상 초유의 장기간 호황을 보였고,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침체 이후 다시 장기 호황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가 미국이 갖는 다양한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기가 됐다는 믿음도 강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지금의 물가 상승이 단순히 공급망 훼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최근 상황은 한 국가의 주식시장에 대한 필요 이상의 신뢰가 수익률 제고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분명 미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신기술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 이외에도 다양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별 국가의 거시 경제 환경과 주식에 대한 평가 수준은 언제든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는 확실한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주식 투자를 멈추고 국내 주식에 집중하든가 또는 주식으로부터 아주 떠나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그보다는 적절한 분산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즉, 국가별로도 자산군별로도 극단적인 집중보다는 나누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이 역시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가 분산으로서 의미를 갖는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해외 투자시 항상 환율 선택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앞서 살펴 본 각국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각국의 통화를 기준으로 한 수익률이다. 각국의 지수를 작성할 때 적용되는 주가와 시가총액은 해당 국가의 통화로 표시된다. 그런데 올해 중 원달러 환율은 4월 28일까지 7% 올랐다. 바꿔 말하면 다른 거래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환헤지 없이 미국 증시에 투자한 경우 수익률은 S&P500 기준 약 -5%, 나스닥 지수 기준 약 -13%인 셈이다. 원화로 투자하고 현금화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S&P500 지수에 대한 투자는 비록 마이너스 수익률이긴 했어도 코스피에 투자한 것보다 나은 실적을 보인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환율의 영향...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

하지만, 환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미국이 갖는 다양한 경제적 우위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우위는 역시 기축통화국이라는 이점에서 출발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하에서 미국이 단행한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과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다른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는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지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 크게 꺾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채권시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최근 크게 오르긴 했지만, 미국 시장금리 상승 폭 역시 연준 위원들의 정책금리 인상 전망과 일치하는 정도로 통제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경제의 위기는 글로벌 위기인데, 이렇게 미국이 위험할 때 피해갈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자산이 별로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이점은 결국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강점을 바탕으로 한 달러화의 신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여기에 미국에는 2010년대 들어 이러한 강점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겼다. 바로 셰일 오일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독립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산유국이지만, 기술적 어려움, 결국 같은 얘기인 높은 생산비로 인해 90년대 이후 장기간에 걸쳐 주요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중동, 러시아 등에 비해서는 생산비가 높고 채굴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은 글로벌 석유 생산 1위국의 지위를 되찾은 상황이다. 글로벌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동맹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비용도 줄어들 여지가 생겼다.

장단기금리 차 역전으로부터 출발한 미국의 심각한 경기 침체 우려도 지금으로서는 다소 이른 판단일 수 있다. 과거 장단기금리 차 역전이 경기 침체 전에 나타났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과거 침체 전에 동시에 진행됐던 민간 부문의 부채 과잉 현상은 뚜렷하지 않다. 정부가 부채가 아닌 소득의 형태로 자원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채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 한 위기로 전이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 예상밖의 하락세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세’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뚜렷한 침체 신호 없는 미국 경제

실제로 현재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에서도 다소간의 조정 이외에 뚜렷한 침체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높은 물가로 에너지 소비 규모가 늘어난 가계의 에너지 이외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줄었지만, 기업 활동은 여전히 왕성하고, 특히 고용시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타이트한 상황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건 수준이고, 실업률은 3%대 중반으로 완전 고용에 가깝다. 최근 세계은행과 IMF가 내 놓은 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보더라도 미국은 3% 중후반으로 2% 내외로 전망되는 대부분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도 최근 3% 아래로 내려왔다)

물론 이렇듯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 경제와 증시에도 남겨진 위험은 있다. 이 컬럼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적해 온 연준의 실패 가능성이다. 과거 경기 침체 시점에도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었고, 오히려 지금보다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이 더 컸었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최적의 판단이라고 생각했던 정책조합(Policy Mix)이 침체를 막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연준은 이미 물가 전망에는 실패했다. 과거 10년에 한번 꼴로 나타났던 자산시장 버블 및 붕괴와 금융 시장 위험도 연준의 정책적 판단이 늘 맞는 것은 아니란 점을 시사한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경제 성장과 자산 시장이 다시 회복됐으니 성공한 것 아니냐는 주장은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한가한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자산을 미국 증시에 집중하는 전략은 정답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은 우위를 갖는 경제와 증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개별 기업들은 당분간 등장하기 어렵고, 이는 미국 주식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장기 투자성과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앞서 지적한 대로 글로벌 위험이 커질수록 안정되는 달러화의 성격까지 감안할 때 더더욱 그렇다. 미국 투자에 집중하는 서학 개미라면 최근의 실적에 너무 실망해 미국 증시로부터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겠지만, 이보다는 적절한 비중 조절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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