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백년 가게’ 육성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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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백년 가게’ 육성 아이디어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6.1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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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등 주요 내용 빠지고 타기관 제도와 겹쳐…초헌법적 내용도

 

중소벤처기업부가 거창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30년 넘게 장사한 소상공인을 ‘백년가게’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무려 20 페이지나 되는 장황한 자료를 내놓고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궁금증이 앞선다.

우선, 왜 정부가 나서서 백년가게를 육성하는지 의문이다. 가게든, 소상공인이든, 중소기업이든, 스스로가 노력해서 100년이든, 200년이든 가는 것인데, 정부가 육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둘째, 가장 중요한 대목이 빠져 있다. 가게를 100년간 유지하려면 적어도 3~4대를 이어가야 하는데, 상속세를 줄이지 않으면 대를 이어가기 힘들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100년 가게가 많다고 예를 들었는데, 그 나라의 상속세 제도가 어떤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남의 나라에서 장수가게가 많으니 우리도 키우자는 것인가.

셋째, 조그마한 가게가 커져 대기업이 되면 또 수많은 규제가 기다린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2~3세대 전에 쌀가게, 소규모 건설업에서 출발해 덩치를 키웠다. 중소기업부의 백년가게 정책은 대기업으로 크지 말고, 적당한 규모로 길게 살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기업화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지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넷째,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름이 다른 정책과 겹친다. 전체를 통합하자는 것인지, 기존의 것에 하나 덧붙이자는 것인지, 그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결국은 ‘백년가게’ 인증서 하나 내주는 홍보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 취지 >>

대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명소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창업수는 78만개, 폐업수 71만개로, 창업 후 얼마 가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래된 가계의 경우 종사자의 고령화, 청년인력 유입 감소 등으로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저해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90여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의 경우는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2만2,000여개에 이른다.

이에 성장잠재력 있는 소상공인을 발굴해 백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여 지속가능한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

 

<< 육성방안 >>

①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을 영위한 소상인 가운데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한다.

② 홍보・마케팅, 금융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지원한다.

백년가게 인증현판 제공을 통해 신뢰도・인지도를 높이고, 식신 등 유명 O2O 플랫폼 및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협업을 통해 홍보하며, 소상공인방송 홍보 동영상 제작을 지원한다.

③ 보증비율(100%), 보증료율(0.8% 고정) 등을 우대하는 특례보증을 신설하고, 소상공인정책자금(경영안정자금) 금리를 우대(0.2% 포인트 인하)한다.

프랜차이즈화, 협동조합화 등을 통해 체인화・협업화를 지원하고,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해 경쟁력을 높인다.

④ 우수 백년가게 대표의 강사 활동, 지역별・업종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경영 노하우 전수・공유, 사례집 발간 등을 추진한다.

⑤ 가업승계 관련 교육 및 인식개선, 안정적 임차환경 구축, 청년 인력의 안정적 유입 등을 추진한다.

 

▲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이 내용을 들여다 보면, 특별한 지원책이 눈에 띠지 않는다.

홍보를 해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결국은 ‘백년가게’ 인증서를 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기존의 행정안전부의 ‘착한가게업소’, 식약처의 ’위생등급 모범음식점‘, 서울시의 ’오랜가게‘, 대구시의 ’스타가게‘, 경기도의 ’명품점포‘, 경북도의 ’향토뿌리기업‘ 등과 겹친다.

이들 업소에 인증서 하나 더 붙이는 셈이다.

 

중소기업부가 내놓은 자료에 소상인 가운데 “가업승계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11.3%, “의향이 없다”가 59.6%라는 중기중앙회 설문조사가 첨부되어 있다.

잘 되는 가게 주인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상속세의 문제다. 상속세를 재산의 절반 가까에 내면 승계가 어렵다. 차라리 가게를 팔아서 자손들에게 돈으로 물려주고 싶어 한다.

상속 문제에 대해 중소기업부가 내놓은 대책이 “가업승계 정책에 대한 교육, 인식 개선을 위한 저변 확대”다. 기업 하는 사람을 교육시켜 대를 이어나가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관료적이다. 기업인은 동물적 감각을 가진 존재다. 엄청난 상속세를 내고서라도 대를 이으라고 정부가 교육시킨다고 될 일인가.

또다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우수사례 소상공인을 현장에 방문하게 해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제작, 홍보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방안에는 또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퇴거보상제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퇴거보상제는 건물주가 재건축ㆍ철거 등 사유로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 영업시설 이전비용을 보상하는 제도다.

이 법안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요소가 많다. 장수가게를 만들기 위해 초헌법적 약속을 할 필요가 있나. 설사 주무관청인 법무부가 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장수기업을 받아들이지 않게 돼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 있다.

장수 가게에 청년 유입을 촉진시키기 위해 제시된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방안으로 내놓은 것을 보면, 우수 점포에서 일정기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에 임금 수준을 낮게 설정토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열정 페이’를 감수하고 젊은이들에게 장수기업을 위해 일하라고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영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할 일은 아니다.

 

이날 김병근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충무로의 부산복집에서 백년가게 육성방안 브리핑을 했다. 그 자리에는 최상해 음식점 대표,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 협의회장, 안병익 (주)식신 대표, 황교익 외식경영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구성 멤버가 너무 제한된 업종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다.

 

▲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추진일정

 

추 진 과 제

추진일정

부처

1. 백년가게 선정

 

 

① 사업공고 및 신청・접수

’18. 6

중기부

② 평가 및 선정

’18. 7~

중기부

③ 확인서 발급 및 현판 수여

’18. 8~

중기부

2. 대상별・수준별 연계지원

 

 

① 백년가게 홍보 및 마케팅 지원

’18. 하

지자체 협업

② 특례보증 시행 등 금융 지원

‘18. 8

중기부

③ 유망 프랜차이즈 육성사업 참여 우대

‘19. 2

중기부

④ 백년가게 컨설팅 지원단 운영

‘18. 하

중기부

3. 노하우 전수 및 성공모델 확산

 

 

① 백년가게 강사 활동

‘18. 11

중기부

② 지역별, 유형별 네트워크 결성 및 워크숍

‘18. 하

중기부

③ 기획 프로그램 제작・송출, 언론 홍보

‘18. 하

중기부

④ 성공・실패 사례집 제작 및 배포

‘19. 상

중기부

⑤ 소상공인대회 포상 신설 및 박람회 전용관 운영

‘18. 11

중기부

4. 체계적 사후관리

 

 

① 백년가게 DB 구축

‘18. 8

중기부

② 실태조사 및 성장 경로 관리

‘19. 상

중기부

③ 추가 인센티브

‘19. 하

중기부

5. 지속가능성 제고

 

 

① 가업승계 관련 교육 프로그램 제작・제공

‘18. 8

중기부

② 우수사례 현장방문 프로그램 마련 등 인식 제고

‘18. 하

중기부

③ 안정적 임차 환경 구축 추진

‘18. 하

법무부 협업

④ 임대차 보호 관련 안내 자료 제작・배포

‘18. 10

중기부

⑤ 청년상인과 백년가게 연결

’19. 2

중기부

 

국내 유사제도 현황

 

소관기관

명칭(목적)

대상 및 기준

지원내용 및 혜택

지정 현황

행안부

(지자체)

착한가격업소

(물가안정)

· 소상공인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 가격, 위생, 서비스 수준 등

· 현판 수여

· 위생소모품 보조

· 보증한도 우대 등

 

*’17년부터 예산 전액 삭감

총 5,817개

 

*’11년 시행

식약처

(지자체)

위생등급제

(舊)모범음식점

(위생‧서비스 수준 향상)

· 일반음식업

· 식품접객업소 위생등급 평가

(매우우수, 우수, 좋음)

· 2년간 출입·검사면제,

· 위생등급 표지판 제공,

· 시설·설비 개·보수 (70백만원 한도 융자, 식품진흥기금 활용)

총 800개

 

*’17년 시행

(모범음식점은 ’89년 시행)

서울시

오래가게

(관광콘텐츠)

· 요식업, 전통‧공예, 패션‧디자인, 생활문화 분야 기업

· 업력 30년 이상

· 홍보콘텐츠 제작

· 관광객 대상 홍보

(영상물‧책자, 촬영 어플 연동)

총 39개

 

*’17년 시행

대구시

스타가게

(관광, 골목상권)

· 소상공인

· 20년 이상 동일업종

(기술, 메뉴개발, 서비스

‧브랜드 등 경영혁신)

· 스타가게 현판

· 언론홍보, 홈페이지 지원 등

(10백만원 한도)

총 26개

 

*’15년 시행

경기도

명품점포

(지역경제, 상권 활성화)

· 전통시장 상인회 가입 소상공인

· 인증현판, 방송홍보 지원 등

· 점포 환경개선 및 홈페이지 지원 등(4백만원 한도)

총 57개

 

*’13년 시행

경상북도

향토뿌리기업

(장수기업 지속성 유지)

· 전통산업 관련 제조업

(양조장, 정비소, 옹기장 등)

· 30년 이상

· 현판 수여, 온라인 홍보 지원

· 국내‧외 전시회 참가, 환경 개선(7백만원 한도)

 

*별도의 노포지원단을 구성, 맞춤형 디자인, 홍보 콘텐츠 등 개발 지원(25백만원 한도)

총 57개

 

*’13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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