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손 내민 후 시험대에 오른 아르헨티나 정부
상태바
IMF에 손 내민 후 시험대에 오른 아르헨티나 정부
  • 김현민
  • 승인 2018.05.11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크리 정부, 해외 투자자 신뢰 얻고 경기 침체 극복하는 이중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외신들은 마크리 대통령이 IMF에 요청한 금액이 300억 달러라고 전했다.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현지에선 마크리 대통령의 구제금융 신청은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아르헨티나는 IMF의 중요한 멤버"라며, "IMF가 아르헨티나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만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금액이나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IMF는 2001년 디폴트 선언 이후 아르헨티나와 의미있는 협력을 중단한 상태다. 2006년 이후 IMF 연례협의도 중단했다가 마크리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6년부터 재개되었다.

아르헨티나 내 여론은 2001년 디폴트 당시의 경험으로 IMF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하다. 당시 IMF에서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세운 구조조정 조건 및 태환정책 고수 등이 지나치게 가혹해 위기를 오히려 키웠다는 불만감이 팽배하고, IMF도 당시의 강경 기조에 부작용이 있음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따라서 17년만에 다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는 현지의 평가다.

아직까지 구제금융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선호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에는 ▲신축적 공여제도(FCLL Flexible Credit Line) ▲대기성 차관(SBA: Stand-By Arrangement) ▲위기예방 및 유동성 지원제도(PLL: Precautionary and Liquidity Line)의 3가지 종류가 있다. 마크리 정부는 가장 조건이 부드러운 FCL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서는 아르헨티나가 SBA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코트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앞으로 핵심이슈는 마크리 정부가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해외투자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높은 이자율로 인한 국내경기 침체를 극복하는지 여부다.

2019년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 마크리 대통령은 국내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투자가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고금리로 인해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좌파 개입주의 정권이 복귀하고, 그동안 마크리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MF는 구제금융 제공시 가혹한 재정·화폐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마크리 정부가 이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결국 마크리 정부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IMF 구제금융의 카드를 꺼내들었으므로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치를 넘기 전에 투자가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여소야대의 구조인데다 지금껏 진행된 재정지출 삭감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될지도 불확실하다.

Economist Intelligent Unit의 피오나 마키(Fiona Mackie) 라틴아메리카 담당은 "IMF가 아르헨티나에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구제금융 요청은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상당한 도박"이면서 "이번 조치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내정치와 해외투자가들의 신뢰도 회복이라는 2가지 카드에서 후자를 통해 내년 대선 이전까지 경제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바이어들은 급속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수입대금 송금을 일시 보류한 상태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입가격 상승 및 달러구매 어려울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이자율 상승 및 IMF 구제금융으로 경기회복세가 꺾이고 침체가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