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내년 초 금리인하로 U턴 채비...한국 인하 시점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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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내년 초 금리인하로 U턴 채비...한국 인하 시점은 '안갯속'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1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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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미 FOMC 5.25~5.5%, ECB 4.5% 유지
한은, 7회 연속 3.5%..."인플레이션 잡힐 때까지"
시장 "내년 상반기 美·EU 금리 인하 할 것"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미국과 유럽이 우리나라에 앞서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암시했다. ECB(유럽중앙은행)는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를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쯤에나 긴축 분위기를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통화 완화적 발언을 내놓으며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언제가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려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밝혔다.

FOMC 위원들 역시 금리 인상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내년 기준금리 수준은 19명 중 2명이 5.25~5.5%, 1명이 5~5.25%, 6명이 4.5~4.75%, 5명이 4.75~5%, 4명이 4.24~4.5%, 1명이 3.75~4%로 내다 봤다.

내년 말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75bp(1bp=0.01%포인트) 낮은 4.6%가 제시됐다. 한번에 25bp씩 내린다고 가정하면 내년 중 3회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수치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사진=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사진=연합뉴스

유럽은 완화기조로의 전환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금의 물가상승 둔화가 당연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4일 ECB 통화정책이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금리 인하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4.5%, 수신금리를 4%, 대출금리를 4.75%로 동결했다. 유로존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로 올라선 후 9월 1.25%, 10월 2%, 12월 2.5%, 지난 3월 3.5%, 6월 4%, 9월·10월 4.5%로 빠르게 인상됐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선적으로 잡겠다는 의지였다.

시장은 연준이 ECB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연준은 내년 3월, ECB는 내년 4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인하를 시작해 5월, 6월까지 연속으로 내릴 것으로 내다 봤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는 6월을 인하 사이클 전환시점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시점은 미국과 유럽보다 늦을 전망이다. 한은이 긴축기조를 완화기조로 바꾸는 조건은 2%대의 물가상승률인데 그 시기를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반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현 수준 금리 유지는)우리가 조건을 단 것처럼 물가상승률이 2%대 목표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라며 "성장률 전망과 물가 전망 예측치에 의하면 2%대 초반,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오는 2025년 초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전년 동월대비 5.2%로 연 최고점을 찍은 후 7월 2.3%로 최저점, 8월부터 3.4%, 9월 3.7%, 10월 3.8%로 오르다가 지난달 3.3%로 하락했다.

한은은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7연속 동결한 3.5%를 유지했다. 금통위원 6명의 전원 일치였다. 이 중 4명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까지 밝혔다. 물가경로 상향조정, 비용상승 파급효과 지속성, 향후 국제 유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기준금리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완화 기조가 우리나라에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물가가 내년 들어 잡힌다고 하면 정책 운영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며 "국내 경기 역시 아직 회복세가 강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역시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2분기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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