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대상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반복...H지수 ELS에 70대이상 투자자만 1만7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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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대상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반복...H지수 ELS에 70대이상 투자자만 1만7천명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14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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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연계 ELS, 70대 이상에게 1.8조 판매 돼
2019년 7950억원 규모 DLF 손실률 52.%
2016년 H지수 7505...전년 1만4536 대비 절반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홍콩 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에 연계한 ELS 투자자 가운데 70대 이상은 1만7246명이고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총 1조8258억71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ELS 전체 투자자 중 70대이상이  8.9%에 이른다. H지수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이들은 원금의 반 이상을 손실로 감당해야 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 H지수에 연계한 ELS 편입 ELT(주가연계신탁)·ELF(주가연계펀드) 상품을 총 14조6482억원 판매했다. 판매 고객수는 15만4359명, 건수로는 23만1235건이다.

▲KB국민은행은 8만5010명(12만8983건)에게 8조1199억2000만원 ▲신한은행은 2만5914명(3만8926건)에게 2조3624억3000만원 ▲하나은행은 1만6508명(2만5743건)에게 2조681억4000만원 ▲NH농협은행은 2만6464명(3만7079건)에게 2조566억4000만원 ▲우리은행은 463명(504건)에게 410억원을 판매했다.

이 중 70대 이상에게 판매한 실적은 KB국민 9318명 1조1113억8000만원, 신한 2776명 3177억5000만원, 하나 1854명 3261억7000만원, NH농협 3230명 645억6714만원, 우리 68명 59억4000만원이다. 총 1조8258억714만원 규모다.

하나은행은 90세 이상 고객 11명에게 74억1000만원을 팔았다. NH농협은 6명에게 9억3000만원, KB국민은행은 3명에게 6억6000만원, 신한은행은 2명에게 8000만원을 팔았다. 우리은행의 90세 이상 판매실적은 없다.

지난 2021년 2월 11일 11880.49포인트였던 H지수는 현재 5577.07포인트다.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이와 연계한 상품은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10년 간 홍콩H지수 등락. 자료=구글금융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상품 판매 당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적정 등급 상품을 판매했는지, 법에 따라 상품 위험 설명을 충실히 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설명 여부를 떠나 70대 노인에게 고위험상품을 권유했다는 자체가 검토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 29일 "은행이 자필 자서를 받고 녹취를 확보했다면서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거나 소비자 피해 예방을 했다는 입장인 것 같지만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 것 같다"며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저도 수십장짜리 설명서를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질문에 '네, 네' 답변하라고 해서 했는데 그것만으로 판매사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 상품의 대거 손실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우리은행과 당시 KEB하나은행은 각각 독일 10년물 국채와 미국·영국 CMS(이자율 스와프) 금리에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를 DLF(파생결합펀드)에 편입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한번에 1억원 이상 투자가 가능한 중장년과 노년층이 주요 투자자였다. 2019년 8월 기준 판매 잔액은 두 은행 합쳐 7950억원이었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일정구간 밖으로 벗어나면 투자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게 설계됐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지 않는 이상 연 4~5%이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경기 침체 등으로 독일 국채금리는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주요 중앙은행의 완화기조 선회 등으로 미 금리 역시 낮아졌다.

DLF의 손실률은 최대 98.1%, 최소 34.9%로 평균 52.7%였다. 손실은 대부분 9~10월에 발생했다. 11월까지 해당 DLF에서는 만기 도래 991억원, 중도환매 978억원, 조기상환 111억원이 이뤄졌다. 11월 판매 잔액은 5870억원으로 2080억원으로 줄었다.

만기상환이나 중도환매했을 때 확정되는 손실이 독일 국채금리에 연계한 DLF에서는 1255억원 중 531억원(62.5%), 미·영 CMS 연계 DLF에서는 1229억원 중 564억원(45.9%)이었다.

금리 수준이 유지된 채 만기가 도래한다 해도 독일 국채 연계상품에서는 405억 중 10억원(2.5%), 미·영 CMS 연계 상품에서는 5465억원 중 772억원(14.1%) 손실이 발생할 예정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사들의 공모규제 회피, 투자자보호의 사각지대 활용과 형식적 운영, 금융사 내부 통제 미흡을 원인으로 꼽았다. 원금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찾아가는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고위험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등도 미흡했다.
 
판매시 녹취의무와 숙려제도 강화, 투자자 요건 강화,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 등 규제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다. 금융당국은 공모와 사모펀드 구분 없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시 녹취의무와 숙려기간을 부여했다. 핵심설명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투자위험을 충실히 기재하도록 했다.

은행은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에 제한이 걸렸다.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고령투자자 요건은 70세에서 65세로 낮아져 237만명이 추가됐다.

지난 2016년에는 H지수 ELS 상품에서 똑같은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 판매사들은 2014년부터 '저금리 시대의 중위험 중수익'으로 상품을 홍보했다. 전체의 31%가 60대 이상에게 판매됐다.

2015년 4월 17일 1만4536선에 머물던 H지수는 2016년 2월 12일 7505선으로 내려앉았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규모만 2조원이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2월 1일 정례브리핑에서 "원금보장상품으로 오해하게 하는 등 잘못된 판매관행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하겠다"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해인 2017년부터 H지수 기반 파생결합증권은 다시금 대거 발행됐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41조3000억원이었다. 이 중 70%, 30조원이 홍콩H지수와 연계된 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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