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인플레] ②90달러 넘긴 WTI, 글로벌 경제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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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인플레] ②90달러 넘긴 WTI, 글로벌 경제 걸림돌 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9.15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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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지난해 11월 이후 배럴당 90달러 넘어서
인플레 압력 재차 상승...연준 통화정책에도 영향
저성장·고물가 이끄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확산
14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3.68달러까지 치솟았다. 

일부 물가지표의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가 결실을 맺는 듯 했으나 유가가 랠리를 재개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의 흐름이 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배럴당 90달러 넘어선 유가...고금리 이끄나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WTI 가격은 종가 기준을 배럴당 90.16달러를 기록, 90달러를 넘어섰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한 때 배럴당 94달러까지 올랐다. 이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의 상승세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우려가 겨우 둔화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CNN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중앙은행들이 이룬 진전의 일부를 되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가의 상승세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도 확인됐다. 

8월 헤드라인 CPI는 예상보다 높은 3.7%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8월 에너지 가격은 1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돌았고,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PPI의 강세에도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으며, 11월 이후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11월 금리를 동결한다 하더라도 금리 인하 시점이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프린스펄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을 감안할 때 헤드라인 CPI의 상승세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는 연준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는지 여부를 의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유가로 소비 위축...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미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연구 자료를 인용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미국 소비자들의 고정비용은 연간 230억달러 더 지출된다"고 설명했다. 

즉 유가가 오른 만큼 기타 소비가 위축된다는 것. 

전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매 판매에서도 전월 대비 0.6% 증가하며 견조한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휘발유 가격 상승이 지출액 증가를 상당 부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강승원 연구원은 "2022년 미국 경제는 가계가 보유한 2조1000억달러 이상의 초과 저축의 힘으로 국제유가 급등에도 소비 위축이 없었으나,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이미 고괄됐거나 10월 중 고갈을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과 저축의 버퍼가 없는 유가 상승은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도 연결된다. 고유가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저성장이 나타남과 동시에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최고 금리 시기가 이어지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즉 고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수반하는 모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고유가·고금리·강달러 등 삼중고 

고유가 흐름은 달러의 강세 국면을 더욱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여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가는 구리나 농산물 등 여타 원자재와 흐름을 같이 하지만, 최근의 경우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에너지 가격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재 및 농산물의 경우 강달러 환경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5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7월 중순 100선 아래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유가의 강세가 강달러를 지지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가 강세에 유럽과 일본 경제가 상당히 취약한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달러화 강세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유럽과 일본이 주요 산유국인 미국보다 유가 강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유가 강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유럽과 일본의 시장 금리도 미국과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어 최근 유가 강세는 달러 지지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와 이에 따른 고금리, 강달러 현상은 주식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모트캐피탈 창립자인 마이클 크레이머는 "여름 증시 랠리가 고유가와 고금리, 강달러에 무릎을 꿇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로 인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달러로 표시되는 에너지, 식량 등의 물가 상승, 신흥국의 자본유출 및 부채 부담 증가 등의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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