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첫 2경 돌파했지만…가계, 자산 줄고 빚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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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첫 2경 돌파했지만…가계, 자산 줄고 빚 늘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7.2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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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사상 첫 2경 돌파…가계 자산만 줄어
국내외 조사 한목소리…韓 가계 부채 위험
신용 대출마저 꿈틀, 가계부채 우상향 가속
국부가 사상 처음으로 2경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계만 순자산이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 한 해 나라의 국부는 사상 처음으로 2경을 돌파했지만 가구당 순자산(금융자산+비금융자산)은 2230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과 정부는 순자산이 늘어났지만, 가계의 재산은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증발했다. 여기에 가계부채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가계빚이 글로벌 1~3위를 싹쓸이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부 사상 첫 2경 돌파…가계만 2230만원 증발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5억2071만원이었다. 2021년(5억4301만원)보다 2230만원(4.1%) 줄었다. 더욱이 올 1분기로 시계를 넓혀 보면 가계 순자산은 50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 종류별로는 1년 새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302조7000억원 줄었고, 금융 순자산도 15조1000억원 감소했다. 현금 및 예금이 151조4000억원 늘었지만 주가 하락 등으로 지분증권·투자펀드가 151조8000억원 줄었다. 또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5.2%에서 지난해 74.6%로 축소됐다.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전체 순자산인 국민순자산(국부)은 2경380조원으로 처음으로 2경원 문턱을 넘었다. 2021년보다 441조5000억원(2.2%) 늘어 역대 최고치다. 다만 증가율 2.2%는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한국은행은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비금융자산이 감소세를 보였고,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순자산도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조사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 가계빚 글로벌 1~3위 싹쓸이

한국의 가계빚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한 해 벌어들이는 국민소득으로 가계빚을 갚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국내외 각종 조사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상위권을 석권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폭 역시 5조9000억원에 달해 1년 9개월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4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한 건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이 크다. 주담대는 6월에만 7조원 늘었다.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정부의 부동산 및 대출 규제 완화 기조와 금융권의 금리인하 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일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증가 역시 한 몫했다. 

국내외 각종 조사는 한국의 가계부채를 경고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34개국 중 유일하게 100%를 넘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빚을 갚을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설명이다. 2위를 차지한 홍콩(95.1%), 3위 태국(85.7%), 4위 영국(81.6%), 5위 미국(73.0%) 등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높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도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2위다. 특히 미국(7.6%), 일본(7.5%)와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으며 이탈리아(4.3%)보다는 세 배 더 가계빚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높을수록 버는 돈에 비해 빚을 갚는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내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요 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0%로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도금, 전세대출 등 DSR 예외 대상을 축소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향 그래프 그리는 가계대출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부터 감소하던 신용대출마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우상향하면서 가계대출도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18일 기준) 682조7048억원으로 전월말 677조9647억원 대비 4조7401억원 늘었다. 특히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9조5057억원으로 6월 말(108조9289억원)과 비교해 5768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1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1년 11월 141조1338억원이던 신용대출 규모는 그해 12월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지난달까지 매달 감소했다. 주담대의 증가세도 여전하다. 18일 기준 주담대 대출잔액은 511조9844억원으로 6월 말 511조4007억원과 비교해 5837억원 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영향이지만, 잠잠했던 신용대출도 소폭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금리는 이미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만, 정작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와 물가상승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 동결 후 "여러 금통위원회 위원이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며 "현재 수준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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