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중단"...곡물가격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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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흑해곡물협정 중단"...곡물가격 영향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7.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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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단기간 내 공급부족 가능성은 제한적"
장기적 시장 타격 불가피...저소득국가 영향 클 듯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인해 17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됐다. 사진=연합뉴스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인해 17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인해 17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됐다. 

지난해 7월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차질없이 여타 국가로 수출되면서 식량가격 안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나, 러시아가 이날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식량 가격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밀과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은 일제히 큰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식량 가격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곡물가격 널뛰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해외 언론은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17일 자정을 기해 만료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이후 러시아 측은 지금까지 세 차례 협정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날 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네 번째 연장은 무산됐다.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이 중재한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식량가격 안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협정이 체결된 후 오데사를 비롯한 흑해 3대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약 3500만톤 이상이 전세계로 수출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통해 곡물을 운반하는 선박들의 통행을 막자 2022년 3월 곡물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7월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후 식량가격은 약 23% 가량 떨어졌다.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협정에 대해 "세계 식량 안보에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흑해곡물협정이 만료됐다는 소식에 곡물 가격은 널뛰기를 했다. 

CNBC에 따르면, 협정 종료와 동시에 밀 선물 가격은 3% 급등한 부셸당 689.25달러를 기록, 지난 6월28일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옥수수 선물은 부셸당 526.5센트로 올랐고,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당 188.7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오후 들어서는 상승폭을 반납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이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농산물 시장 책임자인 카를로스 메라는 "러시아의 협정 연장 거부는 시장에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수출하기 위해 육지 경로를 이용하거나 다뉴브강의 더 작은 항구를 활용해야 하는 등 수출 경로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운송비용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는 우크라이나 농부들의 이익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다음 시즌에 농부들은 곡물을 덜 심을 수 있고, 이는 앞으로 전세계 식량 공급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 기준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전 세계 밀 수출의 10%를 차지하며, 해바라기유 세계 수출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보리와 옥수수 등의 세계 3대 수출국 중 한 곳이다. 

메라는 "이번 협정 종료로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산 밀을 더 많이 사들이게 될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이를 무기화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무역 전문가이자 장크트갈렌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사이먼 J. 이베넷은 "앞으로 관건은 러시아가 밀 수출을 무기화할 지 여부"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러시아가 곡물 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내 공급부족 없겠지만 영향 불가피"

일각에서는 세계 식량가격이 단기간 내에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피터 세레티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흑해곡물협정의 종료로 인해 세계 식량 인플레이션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러시아의 곡물 수출은 계속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또한 다른 경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이 제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직접적인 영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유럽 지역의 가뭄이나, 엘니뇨 등 이상기후에 따른 식량 가격 상승 압력을 더 부각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서비스 회사인 스톤엑스의 수석 상품 경제학자인 엘런 서더먼은 "러시아는 여전히 값싼 밀을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밀의 공급 부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협정 종료가 세계 식량 공급에 큰 위험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이 가중되고 있음을 의미해 시장의 불안감을 안길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저소득 국가의 타격은 클 수 있다. 

메라는 "흑해곡물협정이 개발도상국의 식량 부족을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협정 종료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의 저소득 국가들에게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지역의 국가 또한 수개월 내 식량가격 상승의 영향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물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며, 두번째로 큰 수입국은 스페인이다.  

식량안보 전문가이자 중동 연구소의 마이클 탄춤 연구원은 "스페인에 대한 공급 차질로 인해 소비자들은 약 4개월 후 더 높은 가격으로 진열된 식료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CNN은 "이번 협정의 종료는 해당 지역을 뛰어넘어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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