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 무덤에 자란 함경도 억새…한식에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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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 무덤에 자란 함경도 억새…한식에 자른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4.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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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관리소, 6일 한식 맞아 ‘청완예초의’ 지내…역사해설도

 

조선조 왕릉에는 대개 잔디가 덮여 있다. 하지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무덤 건원릉(健元陵)에는 억새가 심어져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성계는 자신이 죽으면 둘째부인 신덕왕후(神德王后)가 묻혀 있는 정릉에 합장하기를 원했다. 아들인 태종 이방원(李芳遠)은 신덕왕후를 무척 미워했다.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 때 신덕왕후 강씨의 소생인 방번과 방석을 죽였고, 신덕왕후는 그 일로 인해 화병으로 사망했다.

이성계는 자신이 죽으면 태종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향인 함경도 함흥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태종은 왕조를 일군 태조를 멀리 함흥에 묻을 경우 제사를 지내기 어렵고, 아버지의 유언을 거스를수도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때 신하들이 타협점을 궁리해 냈다. 함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다 봉분을 덮는다는 것이었다.

 

▲ 구리 동구릉내 건원릉 /문화재청

 

건원릉의 억새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인조 7년(1629년) 3월 19일 기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홍서봉(洪瑞鳳)이 아뢰기를,

"건원릉(健元陵) 사초(莎草)를 다시 고친 때가 없었는데, 지금 본릉에서 아뢰어 온 것을 보면 능 앞에 잡목들이 뿌리를 박아 점점 능 가까이까지 뻗어 난다고 합니다.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靑薍)을 사초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무 뿌리가 그렇다는 말을 듣고 어제 대신들과 논의해 보았는데, 모두들 나무 뿌리는 뽑아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사초가 만약 부족하면 다른 사초를 쓰더라도 무방하다고들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한식(寒食)에 쑥뿌리 등을 제거할 때 나무 뿌리까지 뽑아버리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야 능 전체를 고치려고 하다니 그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라도 흙을 파서 뿌리를 잘라버리고 그 흙으로 다시 메우면 그 뿌리는 자연히 죽을 것이다. 예로부터 그 능의 사초를 손대지 않았던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였던 것이니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청완쳬초 행사의 고유제 /문화재청

 

조선왕실은 매년 한식(寒食)에 건원릉 봉분의 억새를 자르는 의식을 행했다. 억새는 한자로 청완(靑薍)이라고 하는데, 건원릉의 억새를 자르는 행사를 ‘청완예초의(靑薍刈草儀)’라고 한다.

올해 한식은 6일이다. 문화재청 산하 조선왕릉관리소는 6일 한식을 맞아, 구리 동구릉(사적 제193호) 내에 위치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靑薍)를 자르는 ‘청완예초의’ 행사를 진행한다.

예초의식은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능 윗부분의 억새를 베는 것으로 시작된다. 풀을 벤 후에는 10시 30분에 제관의 행렬이 재실(齋室)을 출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 일에 대한 사유를 고하는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제사가 끝나면 조선왕릉 제향(祭享)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복(飮福)행사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동구릉이 무료로 개방되면서 동구릉 안에 있는 건원릉 능침도 무료로 개방된 만큼, 관람객들은 건원릉 청완예초의 역사해설을 듣고 봉분 보식용 청완(억새)도 운반하는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다.

조선왕릉관리소는 고등학생(3명, 남성)과 일반인(3명, 남성)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거쳐 모두 6명의 제관을 선발했다.

 

건원릉을 제외한 다른 왕릉들의 봉분은 잔디로 덮여 있어 5월부터 9월까지 5~7차례 깎지만, 건원릉의 봉분은 한식날 단 한 차례 예초(刈草, 풀베기)를 한다. 조선왕릉관리소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이 의식을 8년 전부터 절향(節享, 계절에 따른 제사)인 봄 제사로 거행해 왔다.

 

▲ 2016년 청완예초의 행사 모습 /문화재청
▲ 2017년 청완예초의 행사 모습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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