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급락...쌓여가는 재고에 힘 못쓰는 닥터 코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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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급락...쌓여가는 재고에 힘 못쓰는 닥터 코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5.2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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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새 11% 급락한 구리 가격
中 미미한 경기회복에 쌓이는 재고
현-선물 가격차 17년래 최대...슈퍼 콘탱고 발생 
구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구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리의 현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선물 가격과의 차이는 2006년 이후 17년래 최대차로 벌어졌다.

세계 경제를 정확하게 반영해 닥터 코퍼라고도 불리는 구리 가격의 하락세에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미미한 경기반등에 구리 가격 급락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11% 급락, 톤당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16% 하락한 것이다. 

세계 경제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해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구리 가격이 급락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리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미미한 경기 반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상당히 부진하다. 

지난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10.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중국의 소매판매도 급감했다. 4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1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21.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 구리 가격은 지난해 11월 톤당 8000달러 수준에서 올해 1월 중순 한 때 톤당 9436달러까지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중국의 경기회복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구리 가격 또한 빠른 속도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중개업체인 MAREX의 금속 전략가인 알 문로는 "구리 가격의 강세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은 중국의 경기회복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서 "서방국가들의 경기 둔화세와 동시에 중국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희미해지면서 구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도 구리 가격 하락에 일조 

달러 강세 또한 구리 가격 급락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달러화 또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10거래일 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연일 상승 흐름을 기록중이다. 23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장중 한 때 103.65선까지 올라섰으며, 이는 지난 3월20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다. 

달러화 강세는 미 통화로 가격이 매겨진 상품들을 더 비싸게 만들고, 이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는 효과로 연결된다. 

이같은 흐름으로 인해 구리의 현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3개월 만기 선물 가격과의 격차도 확대, 슈퍼 콘탱고 현상이 발생했다. 

원자재 시장의 경우 현물 가격은 선물 가격 대비 낮은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원자재를 보관하는 비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하회하면 슈퍼 콘탱고가 발생한다. 

22일 기준 3개월 만기 선물 가격과 현물 가격의 차이는 66달러로 벌어졌는데,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높은 금리 속에서 은행들은 비싼 자금 조달 비용을 지불하고 잉여 금속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졌다"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재고가 쌓이면서 현물 가격이 하락, 극적인 슈퍼 콘탱고 구조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중순 약 5만톤 수준이던 LME 구리 재고는 두 배 가까이 증가, 최근 9만톤선까지 확대됐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타이트한 실물 수급을 반영한 아시아 지역 LME 구리 재고가 3300톤에서 약 6만톤까지 확대,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연간 구리가격 전망 하향조정 

월가 분석가들은 중국의 약한 경기 회복세,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 불확실성, 달러화 강세 등으로 인해 구리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덴마크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책임자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과, 중국의 미약한 경기회복으로 구리의 단기 전망이 악화됐다"며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추가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은 톤당 8370달러선에 위치해있다. 

한센은 "구리가 200일선 부근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다음 지지선인 톤당 7850달러선 부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1일 올해 구리가격 전망치를 기존 톤당 9750달러에서 톤당 869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등으로 인한 수요 급증을 예상해 올해 구리 가격이 재차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이 초전도 금속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전력망에 대한 지출을 늘림에 따라 연말까지 구리 가격이 톤당 1만달러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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