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텔루라이드, 제 값 주고 사고 싶은 차 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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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텔루라이드, 제 값 주고 사고 싶은 차 된 3가지 이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18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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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텔루라이드 미국서 불티
벤츠와 비슷한 가격으로…프리미엄 전략 통해
딜러사와 우호적 관계 구축…시장 확대 일조
제네시스 등 美서 '안전하다' 평가 안착
기아 텔루라이드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기아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 시장서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기아의 텔루라이드 돌풍이 매섭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텔루라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흥행을 앞세워 미국 진출 36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 벽을 깼다. '마의 10%'는 미국 빅3(GM·포드·스텔란티스)와 일본의 도요타, 혼다 이외 넘지 못한 벽이다. 폴크스바겐과 BMW 등 유럽 업체들은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가격 올라도 잘 팔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서 팔린 현대차RV의 평균 가격은 올 1분기 6621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5% 상승했다. 지난해 평균 판매가격은 처음으로 6000만원을 돌파했다. 기아 역시 5405만원으로 1년 전보다 6.2% 상승했다. 

판매량도 늘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4월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7만812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8% 늘었다. 이는 현대차 역대 4월 실적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판매를 늘려오고 있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하이브리드, 코나EV, 싼타페 하이브리드, 투싼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각각 57%, 155%, 259%, 101% 늘며 실적을 이끌었다. 소매 판매 역시 6만4895대로 1년 전보다 5% 증가했다. 

제네시스의 4월 판매량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3.0% 증가한 5039대로 집계됐다. 

기아 또한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판매가 늘었다. 카니발과 스포티지, 텔루라이드가 역대 4월 최다 판매고를 썼다. SUV를 포함한 RV(레어용 차량)는 4월 전체 판매량의 71%를 차지했다. 

판매 호조 속에 현대차그룹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올 1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5%와 12.1%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13.6%), BMW(9.8%)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견조한 수요가 유지된 가운데 생산 정상화 및 가용 재고 확대로 판매가 증가했다"면서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 인센티브 절감 등 수익 구조가 개선된 가운데 우호적 환율 영향이 더해져서 최고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70. 사진제공=현대차

'제 값 주고 사고 싶은 차'가 된 3가지 비결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리미엄과 현지 맞춤형 전략 그리고 이미지 개선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었던 2021년부터 아이오닉5, EV6, GV60 등을 연이어 내놓으면 전기차 부문에서 앞서가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은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린 전기차로 이름을 올렸다.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가격 정책도 흥미롭다. 벤츠보다 약간 낮은 가격을 채택한 도요타와 달리 제네시스는 BMW와 벤츠에 버금가는 가격을 책정했다. 단적으로 제네시스의 SUV GV70의 시작가는 4만2900달러 수준이다. 이는 경쟁차인 도요타의 렉서스 NX의 3만9500달러보다 높고 4만5400달러인 BMW의 X3와 비슷하다. 중형 이상 차량의 수요가 많고 국민 평균소득이 높아 고가 모델을 잘 팔 수 있는 북미 시장에 부합하는 프리미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딜러를 장악하며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축한 것도 한몫했다. 미국은 직영점 체제로 가격 변동이 없는 한국과 다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고 판매행위를 할 수 없다. 대신 자동차 판매와 서비스는 딜러사가 제공하며 딜러사는 여러개의 메이커를 판매할 수 없다. 딜러사는 자동차 메이커와 동등하고 독립적 관계를 가지며 자동차 메이커로부터 자동차 매입, 정비, 애프터마켓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자동차 메이커는 딜러사와 관계가 중요하다. 메이커가 좋은 차를 내놓아야 딜러사들의 견고한 유통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악재 속에서도 제품력 향상에 주력하며 신차 공급 부족을 기회 삼아 딜러들에게 주는 판매 인센티브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펼쳤다. 딜러 수는 더 적게 유지하면서 더 많은 매출과 더 나은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단적으로 제네시스의 판매권을 가진 미국 내 딜러사는 48개 지역 800여곳에 이른다. 

'안전한 차'·'사람살린 차'라는 이미지 개선도 인상적이다. 제네시스 GV80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전복사고에서 살려냈고, 전기차인 기아 EV6는 아이스하키 스타를 충돌사고에서 구했다. 아반떼N은 추락사고에서 커플을 지켰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는 지난 2월 현대차 펠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제네시스 G90이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극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텔루라이드는 전체 평가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우수한 충돌 안전 성능을 입증했다. 팰리세이드와 G90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TSP+을 받아 다시한번 안전성을 증명했다. TSP+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운전석 스몰 오버랩 ▲조수석 스몰 오버랩 ▲전면 충돌 ▲측면 충돌 등 총 4개 충돌 안전 항목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획득해야 한다. 또 주·야간 전방 충돌방지 시스템 테스트(차량과 보행자)에서 '우수함(advanced)' 이상의 등급을, 전조등 평가는 차량의 전체 트림에서 '양호함(acceptable)'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한다.

데이비드 하키 IIHS 회장은 "우즈를 살린 것은 GV80에 장착된 에어백"이라며 "총 10개의 안전 표준 이상의 에어백과 운전자 신체를 고정해 충격을 완화하는 무릎 에어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지난해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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