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기의 K-반도체, 반등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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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위기의 K-반도체, 반등 포인트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2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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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나란히 조(兆) 단위 적자
메모리 감산, 하반기 반등 기대…AI 반도체 수요 증가
역대 최대 R&D 비용 지출…미래 위한 투자 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 속에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K-반도체'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불황에 빠지면서 수조원 이익을 내던 업체들이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SK하이닉스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이 올해 1분기 매출 13조7300억원,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부진에 따라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파운드리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위축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2조8639억원)대비 큰 폭의 낙폭을 그리며 3조402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낸 이후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DDR4 8GB 2133기준) 지난해 3월 3.41달러에서 올해 3월 1.81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4.81달러에서 3.93달러로 하락했다.

메모리반도체 불황 속에 국내 반도체 '투톱'이 모두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치킨게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40.6%인 D램과 31.6%인 낸드플레시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 메모리반도체로 올해 상반기까지 상당한 적자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K-반도체가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치킨게임'의 승자여서다. 과거 삼성전자는 가격이 폭락하는 시기에도 감산을 하지 않았다. 이 기간 가격하락을 견디지 못한 해외 경쟁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그렇게 시장이 정리되고 나면 가격이 오르고 호황 사이클에 접어들 때 삼성전자는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SK하이닉스도 다르지 않다.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며 반도체 신화를 썼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 규모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졌지만 메모리 반도체 플레이어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의 과점 상태다. 한 곳이 무너지면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시장 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2025년 4773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의 저장을 주요 기능으로 하며 소품종 대량생산을 한다. 반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의 연산과 처리를 통해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보통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통상 '디자인(설계)→전(前)공정→후(後)공정'으로 제조한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팹리스라 부르며 엔비디아, 퀄컴이 대표적이다. 전공정 단계는 웨이퍼를 제조·가공한다. 전공정 전문기업을 파운드리라고 하며 대만의 TSMC와 UMC가 대표적이다. 후공정 단계는 웨이퍼에 그려진 각각의 칩에 대한 품질검사와 패키징으로 이뤄진다. 후공정 전문기업을 조립·검사(OSAT) 기업이라 부르며 대만의 ASE그룹이 대표주자다. 이 모든 공정을 하는 기업을 종합반도체회사(IDM)라 부르며 삼성전자가 해당한다. 

AI반도체가 'K-반도체'의 차세대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챗GPT로 부상하는 AI반도체

챗GPT가 급부상하면서 AI반도체 시장이 매력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22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달러(약 6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26년에는 AI 반도체 시장이 861억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PC나 스마트폰에 의존했던 메모리반도체의 사용처가 고성능 제품을 통해 챗GPT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도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고대역폭 프로세싱인 메모리(HBM-PIM)’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기존 대비 메모리 용량을 4배 높인 512GB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데이터저장 용량을 높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챗GPT 등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멀티칩 패키지(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 속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로 10조7000억원으로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구개발(R&D)비도 6조5800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7.2%에 해당하는 4조905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건전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축소 효과가 반영되면서 점진적 수급 개선이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1월 31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챗GPT 같은 AI 기반 처리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느냐’는 물음에 "자연어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대량 연산할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라고 답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서버 시장에서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AI와 챗봇 등 신규 수요가 확대되면 올해 DDR5가 명실상부한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며 AI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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