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15% 저축상품 출시한 애플 아이폰 '월렛', 한국서 단기대출 사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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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15% 저축상품 출시한 애플 아이폰 '월렛', 한국서 단기대출 사업 가능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1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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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4.15% 고금리 저축계좌 상품 출시
애플 월렛 생태계 구축 일환으로
BNPL 제약 속 국내 대출 상품 출시는 어려울 것
애플이 미국 평균 예금 금리보다 10배 이상 높은 고금리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애플이 미국 전역의 저축성 예금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은 고금리 저축계좌 상품을 내놨다. 

애플은 18일(한국시각) 연 4.15%이율의 애플 카드 저축계좌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저축계좌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아이폰의 월렛(지갑) 앱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고,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나 최소 예금 등의 요건은 없다고 애플은 설명한다. 계좌를 개설하면 '데일리 캐시' 보상이 저축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데일리 캐시는 애플 카드 사용 때 최대 3%까지 제공되는 '리워드(보상)'다. 

애플이 제시한 4.15% 금리는 저축성 예금의 미국 전국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저축성예금의 연 평균 이자율은 0.35%다. 

애플페이·애플월렛 담당 부사장인 제니퍼 베일리는 "입출금 계좌는 애플 카드의 혜택인 데일리 캐시를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는 동시에 매일 쉽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가 더 올바른 금융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 카드에 저축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사용자는 하나의 앱 내에서 데일리 캐시를 직접 사용하고, 송금하고, 저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로 계산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을 아이폰 속으로 

애플의 이번 고금리의 저축상품 출시는 은행이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서비스를 개선했던 핀테크(금융+기술)시대가 저물고 거대 기술 기업인 빅테크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는 테크핀(기술+금융)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은 은행을 아이폰에 집어 넣으려는 이 같은 일련의 시도를 '브레이크 아웃'이라고 부른다. 애플은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탈피를 목표로 내걸었다.  

애플이 테크핀에 집중하는 건 결제서비스 '애플페이'와 신용카드인 '애플카드'가 애초 목표인 글로벌 사업 확장과 달리 미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애플은 기존 금융사에 의존하던 결제와 신용대출 위험 평가, 금융 사기 분석, 신용조회 및 분쟁 처리를 위한 고객 서비스를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지난달 디지털 지갑에서 온라인 할부 구매를 할 수 있는 선구매후결제(BNPL)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BNPL은 무이자로 할부결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결제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서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보내는 방식을 채택한다. 연회비가 없고 신용점수를 따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용카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페이 레이터는 6주 동안 4회에 걸쳐 결제대금을 지불할 수 있으며 첫 번째 할부금은 구매 시점에서 지불하며 나머지 3회분은 6주 내에 결제된다. 또 소비자는 애플 지갑 앱에서 50달러에서 1000달러 규모의 대출을 수수료와 이자 없이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서비스는 현재 엄선된 일부 소비자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수개월 내에 모든 자격을 갖춘 이용자들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게 애플의 계획이다. 

베일리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애플 지갑 앱을 통해 신용등급의 영향 없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신용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신용등급 조회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매 후 지불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애플은 은행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특히 지난해 3월 애플은 영국의 신용평가사인 크레딧쿠도스를 1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850억원)에 인수했다. 크레딧쿠도스는 머신러닝과 소비자 실시간 은행 데이터로 평가한 신용정보를 제공해 복잡한 대출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또한 애플은 어떤 금융 앱이든 하나만 깔면 여러 금융사의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애플의 단기대출 상품 '애플 레이터' 이미지.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 대출, 한국서 받을 수 있을까

애플은 미국을 중심으로 애플카드(신용카드), 애플캐시(개인 간 송금)에 더해 '애플 세이빙'을 출시해 송금과 결제, 후불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 라인업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로 '애플 월렛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런 애플의 금융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을까. 이 중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페이 레이터의 한국 도입 시점은 언제가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애플페이만 해도 미국 출시 이후 약 9년 만에 한국에 진출했다. 특히 애플페이 레이터의 국내 진출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BNPL 시장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선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아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21년부터 월 최대 30만원 내에서 네이버페이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15만원 내에서 후불 결제 교통카드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토스 또한 대안 신용평가를 거쳐 최대 월 30만원까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금액 자체가 적고, 이들 3사는 금융위의 정기적인 심사를 거쳐 서비스 지정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만큼 제한도 많다. 미국에선 BNPL이 수익 모델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수익 모델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국은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등 BNPL을 대체할 다양한 상품군이 존재한다. 또한 VAN, PG 등 중간 사업자의 결제망을 통한 카드 수수료가 2~5% 수준인 것에 비해 BNPL은 이 보다 높은 5~6%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가맹점 입장에선 비싼 수수료를 내게 돼 BNPL을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채무도 문제다. BNPL은 금융권에서 금융거래 관련 기록이 없어 흔히 '씬 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르는 금융소외계층(무직, 학생, 주부 등)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BNPL은 금융사와 연체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취지는 금융취약계층이 금융권을 이용할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금융권 채무가 있는 사람이 BNPL로 채무를 더 과도하게 지게 될 여지가 크다. 핀테크 업계는 "금융사와 연체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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