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전 속 '수출 1위' 거머쥔 한국산 자동차의 이유 있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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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고전 속 '수출 1위' 거머쥔 한국산 자동차의 이유 있는 질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4.1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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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반도체 제치고 9년 만 무역수지 1위로
SUV 등 제품 판매 단가 개선 및 친환경차 약진
IRA·탄소배출 규제 등 통상 변수 풀어야 할 숙제로
자동차가 9년 만에 반도체를 제치고 무역수지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자동차가 9년 만에 반도체를 제치고 무역수지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반도체 빙하기 속에 흔들리는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1~2월 합계 자동차와 부품을 합친 수출액이 반도체를 넘어 1위에 올랐다. 친환경차 등 고부가 차량이 실적 향상을 주도하며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자동차 수출액은 105억7795만 달러, 수입액은 26억5710만 달러로 79억2084만 달러(약 10조5000억 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2위는 석유제품(47억9849만 달러), 3위는 합성수지(32억2152만 달러), 4위는 선박해양구조물·부품(26억2468만 달러), 5위는 자동차부품(25억7015만 달러)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역수지 1위였던 반도체는 18억9895만 달러로 7위에 그쳤다. 자동차의 무역수지가 전체 수출 품목 중 1위에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반도체를 앞지른 것은 자동차가 2위, 반도체가 3위를 기록했던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분야 수출 실적은 올해 들어 반도체를 앞지르면서 국내 1위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2월까지 자동차와 부품을 포함한 합산 수출액은 143억187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4.8%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차의 약진

가속 페달을 밟은 자동차의 수출 호실적 뒤엔 대당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수출 증가와 국산차의 상품성 강화에 따른 글로벌 판매 호조 등이 자리한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월 수출 물량은 6만3000대로 1년 전보다 61.6% 늘었다. 신차 출시 효과 등이 겹치면서 처음으로 월 6만대 벽을 넘었다. 수출액은 같은 기간 83.4% 늘면서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친환경차는 역대 최고인 20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자동차의 총 수출액의 36.1%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이 고르게 성장한 것이 긍정적이다. 

상품성 개선에 따른 글로벌 판매 호조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전기차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기아의 EV6는 대중 전기차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올해의 SUV'로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선정하기도 했다. 

판매 단가 개선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SUV와 고급 브랜드 등의 양호한 수출이 전체적인 수출 실적 상향을 견인했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SUV를 적극 개발·판매하고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의 성능과 인지도, 이미지가 빠르게 좋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미국 내 2월 평균 판매가는 6만2768달러로 렉서스(도요타) 등 경쟁 차종보다 높다. 그럼에도 제네시스의 SUV 라인업인 GV70, GV80 등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간다는 말이 나온다. 단적으로 GV70의 경우 미국 시장정보업체 아이시카스닷컴 자료를 종합할 때 지난 2월 정가 4만4299달러(약 5800만원)보다 약 27.5% 높은 평균 5만6476달러(약 7500만원)에 판매됐다. 이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신차 권장 판매 가격보다 8.8% 높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의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점유율 역시 상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8%와 9.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올 1~2월 국내서 가장 많이 수출된 승용차는 GM 한국사업장의 SUV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다. 

미국 판매 딜러가 소비자에게 현대차의 장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업계 실적 '맑음'

수출 호조 속에 국내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실적 전망도 장밋빛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GM 한국사업장 역시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호조 속에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애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35조4936억원, 영업이익 2조6638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38.1% 상승한 수치다. 기아의 예상 실적은 더 높다. 기아의 1분기 전망치는 매출 22조3561억원, 영업이익 2조165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견줘 각각 21.8%와 34.8% 증가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미국 중심으로 수출을 배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는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38만2354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판매고를 작성한 바 있다. 현대차는 19만8218대, 기아는 18만4136대를 팔았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각각 15.6%, 21.8% 늘었다. 

당분간 자동차 부문이 한국의 수출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10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액은 16억 9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7%나 급증했다. 산업부는 “자동차 수출액 증가는 대당 수출단가가 높은 친환경차의 수출량 증가와 국산차의 상품성 강화에 따른 글로벌 판매호조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최대 67%까지 확대하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추진한다. 사진=연합뉴스

IRA 이어 탄소배출 규제까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같은 통상 문제에 이어 탄소배출 규제까지 변수가 상당하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자동차 탄소배출 기준을 강화해 전기차 판매량을 최대 67%까지 확대하는 규제안을 추진한다. 표면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차원이나 자국 전기차 보급 속도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뉴욕타임스는 "규제안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규제가 되는 동시에 자동차 업계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설비를 투자했지만 이같은 규모에 부합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현지에 생산공장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활용되는 원자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미국 내 전기차 인프라 시설이 미비한 점 역시 부담이다.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58%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같은 기간 북미 전기차 목표를 47%로 잡았다. 하지만 2032년까지 전기차 비중 67%라는 미국 정부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선 기존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앨라배마주 공장과 조지아주 공장의 전기차 추가 생산 시기를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가동을 앞두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완공 시기도 내년으로 당기기로 했다.

판매대수도 늘린다. 현대차는 지난해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푤르 1887만대로 제시했지만 이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지난 5일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전체 판매 대수 430만대 중 160만대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전기차 목표는 347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량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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