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꼬리표만 붙으면 급등…"성장성 높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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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꼬리표만 붙으면 급등…"성장성 높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4.1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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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주가 올해 평균 23.9% 상승
에코프로 전날 82만원까지 올라 신고가 경신
"IRA로 국내 기업 단기적 수혜,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 격화"
"코스닥 이끌던 개인들의 수급 모멘텀도 3월 말 이후 약해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올해 들어 전기차 산업 성장세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에코프로 그룹주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들이 증시를 이끌고 있다. 투자심리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2차전지와 관련해서 향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2차전지가 반도체와는 달리 업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지만,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현재 고평가된 주가도 다시 재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관련 주식은 올해 20% 이상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올해 초 44만6000원에서 전날 61만원으로 16만4000원(26.8%) 올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LG화학 주가도 20만2000원(25%) 상승했다.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초 15만5000원에서 20만3000원으로 2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21.5%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누적수주 물량은 2018년 110조원에서 2022년 1000조원을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2차전지 관련주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도 같은 기간 각각 646.6%, 219.76%, 83% 올랐다. 에코프로의 경우 지난해 말 10만원대였던 주가가 전날 82만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특히 리튬을 생산하는 POSCO홀딩스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IRA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차전지 생산 과정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창출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OSCO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수산화리튬 30만톤을 생산할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약 8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며 장기 전망가격(25달러/kg) 적용 시 약 10조원에 달하는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POSCO홀딩스의 주가도 올해 초 27만2000원에서 전날 39만7000원으로 31.4% 올랐다. 이에 국내 증시를 끌고 가는 주체가 2차전지라는 말도 나온다. 

리튬 산업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으며 POSCO홀딩스 주가는 올해만 31.4% 올랐다. 자료=한국거래소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 자체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36.7%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와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전기차(xEV) 신차 판매량은 약 1000만대(판매비중 약 13%)를 기록했는데, 각국 정부의 탈탄소 움직임과 점진적인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등의 친환경 정책, 가격인하에 따른 전기차 대중화 추세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2030년경 전기차 시장은 약 4500만대(판매비중 약 43%)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셀과 소재 업체들의 2022년 합산 매출액은 약 62조원을 기록하며 2019년 대비 3.5배 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전기차 시장규모 확대를 감안하면 향후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이러한 성장세로 인한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전날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IRA가 단기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을 배제하게 될 경우 최우선 대안은 한국이 되며, 단기적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제한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유럽 2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IRA 의도대로 미국 제조업 강화와 친환경·안보 측면에서 자국 2차전지 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중국의 2차전지 산업 육성 방식과 유사하게 자국 기업에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배터리 업체 간 기술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너도나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도체의 경우 최첨단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선도 기업과 아닌 기업의 격차가 큰 편이지만, 배터리의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리고 글로벌 기업들 간 기술 수준도 거의 차이가 없어 평준화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톱레벨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은 고객사 대응능력이 뛰어나거나 방향성을 잘 잡는 등 기술력보다는 부차적인 이유로 구분되고 있다"며 "국내 업체가 단기적으로는 IRA 등으로 수혜를 입고 있지만 이러한 선점 효과가 몇 년이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로 인해 현재 코스닥이 강세인 것에 대해 "불황이 끝나고 유동성이 넘쳐나는 전형적인 강세장의 모습인데, 계속 이러한 장세가 유지되기는 어렵다"며 "그간 코스닥의 강력한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인들의 수급 모멘텀이 3월 말 이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 안에서도 역대급 주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2차전지도 이제는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며 "따라서 이제부터는 코스피 내 종목들, 특히 대형주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관 수급이 비어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개인에 비해 기관의 경우 2차전지 관련주를 담기보다는 파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기관은 에코프로비엠을 4747억원 순매도하고, 에코프로를 4694억원 순매도했다. 포스코홀딩스난 246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SK하이닉스(8190억원), 셀트리온(2939억원), DB하이텍(2521억원)을 꾸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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