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핵정책에 맞춰 전술핵 재배치해야”

아산정책연구원 전성훈 박사 “북한, 핵 포기 않는다…전술핵 결단이 필요” 김현민l승인2018.03.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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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핵무기에 댛산 기본구상과 전략을 담은 핵태세검토보고서를 냈다.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8년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전략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무기의 역할 축소과 핵군축을 추진한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 유지’라는 목표 아래 핵사용 옵션을 다양화하고 유연성을 높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전성훈 박사는 연구원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전략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기대하거나 재래식 전력만으로 대응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타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다 해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면서 “우리는 한반도가 이미 핵시대에 진입했음을 깨닫고 핵시대에 걸 맞는 국가안보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트럼프 정부의 핵 정책에 맞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전성훈 연구원의 논문 전문

 

트럼프 행정부의 핵 보고서

 

Trump 행정부의 NPR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Ⅰ. 서론

 

미 국방부가 2월 2일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에 대한 기본구상과 전략을 담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를 발간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NPR이 2010년 4월 발간된 지 8년만이다.

새로운 NPR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미국이 핵무기의 역할 축소과 핵군축을 선도하겠다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난 8년간 러시아와 중국이 신형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등 미국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을 위협하고 이란도 핵무장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핵확산과 핵테러 위협도 높아지는 등 전체적으로 안보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NPR은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여 작년 12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에도 명시된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 유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입각한 새로운 핵전략과 정책을 담고 있다.

트럼프 NPR은 적대세력의 각종 안보위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이 다양성과 유연성 및 탄력성을 갖춘 맞춤형 핵전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핵무기를 중시하고 핵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러·북·중 3국은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서도 적대적인 행위를 일삼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이 전술핵전력의 우세를 바탕으로 재래식 도발을 일으키고 전술핵 사용과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위협하며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핵 확전우위’(nuclear escalation dominance)를 시도할 가능성에 극도의 경계감을 표시했다.

NPR은 러시아와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해서 핵사용 옵션을 다양화하고 유연성을 제고하는 등 전술핵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유럽 전술핵 전력을 유지·강화하고 일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핵탄두를 저강도 전술핵탄두로 교체하며 중장기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해체한 핵탑재 해상크루즈미사일(SLCM, Sea-Launched Cruise Missile)을 다시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 동북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도 이중용도전투기(DCA, Dual-Capable Aircraft)와 전술핵탄두를 전진 배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NPR은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한의 핵독점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한국의 앞길에 청신호를 켜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와 묶어서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전술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저강도 전술핵을 선제 사용해서 전장을 주도하려는 경우 미국은 비례성에 맞지 않는 고강도 전략핵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트럼프 행정부가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전술핵에는 비슷한 규모의 전술핵으로 대응해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핵억지의 유연성, 탄력성 및 맞춤형 원칙에도 부합한다. 결국 트럼프 NPR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서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이고 타당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을 담고 있다.

 

 

Ⅱ. 트럼프 NPR의 주요 내용

 

트럼프 행정부의 NPR 내용을 11가지 주요 항목으로 분석해서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 ‘4+1’의 위협에 대처

 

국가안보전략에서 핵심 적대세력으로 규정한 ‘4+1’(현상변경국가 러시아와 중국, 불량국가 북한과 이란 및 테러조직)이 제기하는 핵위협을 미국의 핵전력이 대응해야 할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 러시아·중국: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허니문 기간이 끝났고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러·중과 강대국 경쟁 시대에 진입했으며 양국의 핵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러시아는 전략 및 전술 핵무기를 증강하면서 핵확전을 통한 우위 확보 전략을 추진 중이고, 중국도 기존 핵전력의 현대화는 물론 특정한 국가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맞춤형 핵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힘으로 주변을 억압하고 유럽의 지형을 바꾸려 하면서 중거리핵미사일폐기조약(INF)을 비롯한 각종 군비통제조약을 위반했고,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 등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 북한·이란:

북한의 핵도발은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이란의 핵야망도 해소되지 않은 우려사항이다. 북한은 수 개월 내에 본토를 타격할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며, 화학, 세균, 재래식 능력과 극도의 도발적인 언행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의 가장 긴급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협이다. 아울러 북한 핵은 다음과 같이 3중 위협을 제기한다: ①핵능력이 야기하는 직접 위협, ②북한의 핵능력이 제 3자의 손에 들어갈 확산 위협, ③북핵 위협에 직면한 비핵국의 핵무장으로 인한 핵도미노 위협. 이란도 핵협정이 종료되는 2031년 이후 핵프로그램을 재개한다면 1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 테러조직:

핵테러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실적인 위험이며 테러집단은 핵을 손에 넣으면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핵테러를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우선 사안이다.

 

2. 현실과 맞지 않는 과거의 인식 극복

 

트럼프 NPR은 과거 NPR의 기반이었던 사항들 가운데 오늘의 현실과 맞지 않는 가정과 전제를 극복하고,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게 핵 전력, 정책 및 태세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0년 오바마 NPR의 토대가 되는 전제사항들 가운데 다음 세 가지가 2018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 강대국간 군사적 충돌의 전망이 낮아졌고 앞으로 더 크게 낮아질 것이다

■ 미국은 핵무기의 역할과 숫자를 줄임으로써 범세계적인 핵확산과 핵사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며, 다른 핵국들도 미국의 선도에 따라 핵감축을 할 것이다

■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불필요하고 핵무기 생산인프라가 노후화되어도 괜찮다

아울러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으로 새로운 강대국 경쟁 시대에 진입한 상태이고, 러·중 양국은 미국의 핵감축 노력에 역행하여 핵전력을 확충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은 재래식, 핵, 화학, 세균, 우주, 사이버 등 전례없이 다양한 범주의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핵무기의 연구, 설계,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3. 기존 정책의 계승·유지

 

트럼프 NPR은 SLBM,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장거리폭격기로 구성된 3축체제(Triad)와 이를 뒷받침하는 서유럽의 전술핵전력 그리고 확고한 핵명령·통제·소통(NC3, nuclear command, control, and communication) 시스템이 핵억지를 유지하는 가장 저렴하고 전략적으로 타당한 수단이라는 역대 정부 NPR의 입장을 계승한다. 과거에 3축체제에 회의적이던 매티스 국방장관도 3축체제가 억지에 효과적이라며 지지입장으로 선회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착수한 기존 핵무기의 현대화 및 수명연장 계획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술핵탄두의 개량과 전략핵탄두의 수명연장은 물론 SLBM과 핵잠수함, ICBM, 중거리폭격기 및 이중용도전투기 등 운반수단의 개량사업도 그대로 진행된다. 다만 전술핵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계획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에 일부 SLBM의 핵탄두를 전술핵탄두로 교체하고 중장기적으로 핵탑재 SLCM을 개발할 예정이다.

 

4. 핵군축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 반영

 

매티스 국방장관이 NPR 서문에서 밝혔듯이, 미국은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충실하고 군비통제와 핵비확산 의무를 회피하지 않겠지만 현재의 안보환경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추가 핵군축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았다. 미국은 핵, 화학, 세균 무기의 궁극적인 폐기를 지지하지만 2010년 NPR 발표 이후 적대세력들로부터 전례없이 다양하고 고도화된 핵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핵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핵국들이 군비통제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미국이 핵실험전면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의 관련 활동을 지원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고 관련 능력도 유지하겠다고 명시했다.

 

5. 러시아와 북한의 전술핵 위협 경계

 

트럼프 NPR은 러시아와 북한의 전술핵전력 확충과 핵확전 우위 전략의 채택 가능성을 경계했다. 우선 러시아가 기존의 3축체제를 개량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ICBM, 초음속운반체, ICBM급 핵어뢰를 개발했고, 특히 전술핵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무기를 개발해서 對美 우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이 B61 계열의 중력탄 한 종류인 반면, 러시아는 단거리탄도핵미사일, 탄도탄요격핵미사일, 대함핵미사일, 핵어뢰, 핵포탄 등 육상, 해상, 공중을 망라하여 11종에 달하는 2,000여 개의 전술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전술핵 우위를 바탕으로 국지전이나 저강도 분쟁에서 다양한 전술핵 옵션을 구사해서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으며, 북한도 러시아와 비슷한 오판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러시아와 북한의 오판을 시정하고 강력한 핵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이 전술핵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술핵에 1:1로 대응할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어떤 적대세력도 제한적인 핵확전이나 전략적 공격을 통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유연하고 다양한 핵억지 옵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6. 핵 및 재래식 도발에 대응한 핵억지의 효과 인정

 

트럼프 NPR은 핵전력이 적대세력의 핵·비핵 도발을 억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비핵전력도 중요하지만 억지의 효과 면에서 핵전력과 견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핵무기가 없던 재래식 시대에는 억지가 실패해서 강대국 간의 전쟁을 예방하지 못했지만 핵시대에는 핵억지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핵국간의 전쟁을 예방했기 때문이다. 핵시대에 자체 핵무장을 포기하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동맹국을 안심시키는데도 재래식 억지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7. 유연한 맞춤형 핵억지력 구축

 

모든 경우에 적용가능한 표준형 억지는 비현실적이며 다양한 적대세력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서는 맞춤형의 유연한 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트럼프 NPR의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대 핵심 적대세력에 대한 억지의 중점을 다음과 같이 파악한다:

 

■ 러시아: 지도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위험에 빠드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제한적인 핵사용으로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도부의 오판을 방지함

■ 중국: 지도부가 전장에서 핵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핵 사용 자체가 가능하다고 인식하지 못하게 함

■ 북한: 정권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지도부로 하여금 미국과 동맹에 대한 어떠한 핵공격도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며 김정은이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시나리오는 없다는 점을 각인시킴

■ 이란: 미국과 동맹에 대한 어떠한 비핵전략 공격도 격퇴되고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도부에게 이해시킴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전력의 유연성을 높이고 맞춤형 억지가 가능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적대세력의 핵 확전우위 전략과 비핵전략공격에 대비해서 국력의 다양한 요소를 통합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핵능력을 개량하고 NC3를 현대화하며 핵 및 비핵 군사계획의 통합성을 제고

■ 이에 맞게 전투사령부와 예하 부대의 조직을 정비하고 자원을 확충

■ 적대세력의 핵 위협과 사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의 핵전력과 비핵전력을 통합하여 계획·훈련하고 핵공격 상황을 상정한 NC3 강화

■ 핵위협에 직면한 동맹과 함께 핵전력과 비핵전력의 통합을 조율하고 핵억지로 발생하는 추가 부담의 공유 기회를 모색

또한 아시아에서 확장억지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사일방어구축과 군사훈련을 통한 안보공약을 과시하고, 동맹과 함께 핵위험과 필요한 억지소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8. 유연하고 탄력적인 전술핵 능력 강화

 

트럼프 NPR은 적대세력이 전술핵을 제한적으로 선제 사용해서 전장을 주도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상대의 전술핵 사용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핵 옵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술핵의 규모와 다양성에서 미국보다 앞선 러시아가 선제 전술핵 사용시 전술핵이 열세인 미국이 비례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전술핵 사용을 상정한 군사교리를 채택했으며 북한도 러시아를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적대세력의 도발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술핵전력을 강화해서 억지력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유럽의 전술핵은 미국이 핵확전에 대응한 전진 배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적대세력에게 과시하는 명확한 신호라고 주장하면서 동북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도 필요한 경우 DCA와 전술핵탄두를 배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명시했다.

 

9. 핵무기의 사용 기준 명시

 

NPR은 1945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서 지켜 온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 ‘극단적인 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 사용

■ 방어적 목적으로만 사용

■ 억지가 실패해서 핵을 사용하는 경우 ‘무력충돌법’(law of armed conflict)과 ‘통일군사재판법’(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을 준수

■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내고 억지를 복원

 

여기에 추가해서, 카터 행정부 이래의 정책인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s: NSA), 즉 NPT 회원국으로서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국에 대해서는 핵을 사용하거나 사용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적대세력을 억지하고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과거와 같이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 NFU) 정책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핵을 사용할 지에 대해 일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억지에 효과적이라는 입장에서다.

 

10. 미래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

 

트럼프 NPR은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며 예상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핵전력과 정책 및 전략을 제시하는 만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래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을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기술발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구분해서 대처하고자 했다. 국제관계의 세력전이, 핵보유국 정부의 붕괴 등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해당되고, 치명적인 세균무기나 사이버 기술의 발달 등은 기술적 불확실성에 해당된다. NPR은 앞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정학적 및 기술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보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1.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

 

NPR은 북한의 WMD 능력과 도발적 언행이 미국과 동맹에 ‘긴급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협’(an urgent and unpredictable threat)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핵능력을 국제안보에 대한 ‘가장 긴급하고 끔찍한 확산 위협’(the most immediate and dire proliferation threat)으로 규정하면서 핵확산으로 인한 핵테러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광범위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재래식 분쟁에서 핵을 선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북한도 러시아처럼 재래전에서 전술핵을 선제 사용해서 확전우위를 확보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전략을 수립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을 보유한 김정은 정권이 남한 영토와 함정에 대한 공격 등 더 무모한 도발을 자행할 수 있다고 오판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NPR은 정권유지에 집착하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동맹에 대한 핵공격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면서 도발 시에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도록 관련 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하 깊숙이 은폐된 당·정·군의 핵심 시설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재래식 및 핵 능력을 실전 배치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관련 능력을 파괴할 수 있는 방어 및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파괴할 수 있는 조기경보 및 공격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III. 전술핵 재배치에 주는 시사점

 

트럼프 NPR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주는 정책적 함의와 시사점을 아래와 같이 10가지로 분석해서 제시한다.

 

1. 對北 핵억지의 중요성 재확인

 

NPR은 핵이 출현하기 이전의 재래식 시대와 달리 핵시대에는 핵억지를 통해 강대국 전쟁을 예방했다면서 핵이 적대세력의 핵과 재래식 도발을 억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공할 파괴력의 핵이 제공하는 힘의 균형을 통해 적대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북한 핵에 대응해서 추진중인 소위, 한국형 ‘3축 방어체계’(Kill-Chain, KAMD, KMPR)가 한반도 핵시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핵의 요소가 빠진 채 재래식 능력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략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핵억지는 한반도 역외의 미국 핵자산에 의존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으로는 눈앞에 닥친 북핵의 파고를 감당할 수 없다. 한국도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미 핵공유 체제를 구축해서 남북간에 핵균형을 이뤄야 한다.

 

2. 미국의 핵전쟁 통합대응태세 구축에 대비

 

NPR은 적대세력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전과 재래전에 대비한 군사계획을 통합하고, 이를 위해 미군의 조직과 자원 배분을 조정하고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이라는 엄정한 현실 인식과 러시아와 북한의 핵 선제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전쟁에서 핵이 사용될 가능성에 실질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핵에 대응한 미군의 대응태세가 크게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미국은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그리고 예하 부대 차원에서 핵전과 재래전을 통합하는 군사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을 정비하며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인 한국 및 일본과 통합 활동을 조율하고 핵억지 강화에 따른 부담을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동맹과 핵위험에 대한 이해와 필요한 억지소요에 대해 공감대를 넓혀나가겠다고 한 만큼, 북핵위협에 대응한 한·미 공동의 대응을 강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독점 하에 살고 있는 우리가 서둘러서 대비했어야 할 문제인데, 미국이 먼저 발벗고 나선 형국인 것이다. 이는 북핵을 실체가 있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전술핵 재배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3. 북한의 선제 전술핵 사용 가능성 차단

 

NPR은 전술핵전력의 對美 우위를 바탕으로 국지전을 일으키고 미국의 개입시 전술핵을 선제 사용해서 핵확전 우위를 확보하고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러시아의 전략을 경계하면서 북한도 러시아와 같은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에서 러시아가 미국에 비해 전술핵전력의 우위를 확보한 것과 같이, 한반도에서는 핵을 독점한 북한이 전술핵전력의 대남, 대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한이 선제 핵사용을 통한 확전우위 전략을 따른다면, 핵이 없는 남한을 상대로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하고 과감한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서해의 백령도나 수도권 북부 지역을 침공해서 장악한 후 한·미가 보복하려는 경우 먼저 전술핵을 한 두발 터뜨려 한·미의 진격을 차단하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이 경우 미 본토에 대한 북한 ICBM의 보복을 우려해야 하는 미국이 비례성에도 맞지 않는 전략핵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술핵을 동원하려면 미 본토에 있는 DCA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해서 한반도까지 비행해 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복의 시기를 놓치고 한·미 내부적으로 핵보복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전쟁국면은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 결국 북한의 턱 밑인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만 일차적으로 북한이 대담한 도발을 쉽게 생각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고, 억지가 실패하더라도 신속한 보복이 가능한 현장 즉응성을 시현함으로써 도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4. 러시아의 문제 제기 가능성 배제

 

미국은 1991년 제 41대 부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대통령핵구상’(Presidential Nuclear Initiatives: PNIs)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완전히 철수했다. 당시 고르바쵸프 대통령도 부시의 구상에 화답해서 해외 배치 전술핵을 철수하고 전술핵전력을 대폭 감축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양국의 전술핵 감축은 조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쌍방 대통령의 무언의 약속을 바탕으로 유지되어왔다. 트럼프 NPR은 러시아가 전술핵전력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무언의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판하고 러시아가 보유한 11종의 전술핵무기를 공개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 가능성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지 모를 중요한 외교적, 군사적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5. 남북관계의 안정적 기반 확보

 

NPR은 핵능력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면서 골드파인(David Goldfein) 공군참모총장의 발언을 서두에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핵억지력이 모든 외교와 군사작전의 토대를 이룬다고 규정했다. 미국의 군사력이 성공적인 외교를 뒷받침하는 힘이라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인식이다. 북한의 핵독점 상황은 남북간 대화와 군사적 대치의 제반 측면에서 한국이 딛고 설 수 있는 기반이 크게 함몰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상태로는 남북대화를 하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벌어지던 간에 운신의 폭이 제한되고 제대로 움직일 여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말이 더욱 거칠어지고 안하무인 식으로 행동하는 등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갑질은 더욱 노골적으로 거세어질 것이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더라도 북한이 핵사용 위협을 하거나 실제 보여주기 식으로 사용할 경우 한국은 전의를 상실하거나 굴욕적인 패배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핵시대의 한반도에서 남북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진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균형을 회복해야만 나라의 자존을 유지하고 북한에게 끌려다니는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6. 북한의 도발에 맞춘 유연하고 탄력적인 핵억지력 구축

 

NPR은 적대세력의 다양한 위협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핵옵션을 갖춤으로써 핵억지력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전술핵 선제사용 전략이나 인구밀집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비핵전략공격 그리고 장래의 기술발전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사이버/화학/세균/우주 공격과 대규모 재래식 도발에 대응해서 다양한 핵옵션을 갖춰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적대세력의 위협에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핵억지의 유연성 확보 정책은 북한의 핵과 비핵 위협에 노출된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과 같이 한반도 역외의 전략자산에만 의존하겠다는 경직성은 트럼프 NPR에서 강조한 핵억지력의 다양성과 유연성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북한은 단거리(1,000km 이하), 중단거리(1,000-3,000km), 중장거리(3,000-5,500km), 장거리(5,5,00km 이상) 등 전 영역에 거쳐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는 육상, 해상, 공중의 다양한 운반수단을 핵공격에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한반도 역외의 미국 전략핵자산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억지의 유연성과 이를 위한 전술핵의 중요성을 강조한 트럼프 NPR을 한반도에 제대로 적용한다면 전술핵 재배치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NPR이 서유럽의 전술핵이 적대세력의 핵확전에 대응한 미국의 전진배치 능력을 과시하는 신호라고 주장하면서 동북아에도 DCA와 전술핵탄두를 배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명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핵 선제 사용을 통한 확전우위 전략을 우려하는 만큼, 이제 핵위협의 성격 면에서 서유럽과 한반도에 더 이상 차이가 없게 되었고 전술핵 재배치의 전략적 타당성은 충분히 확보되었다. 북한의 핵전력에 1:1로 맞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 선제사용을 통한 확전우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의미있는 규모의 전술핵을 시급해 배치해야 한다.

 

7. 현실적인 대북 맞춤형 억지전략 수립

 

NPR이 주창하는 맞춤형 억지는 상대가 생각하는 비용과 위험에 맞춰서 도발시에는 그 비용과 위험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점을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최우선 관심사가 정권유지라는 판단 하에 핵도발시 정권이 사라질 것임을 입증하는 능력 보유를 대북 억지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맞춤형 억지의 요체가 상대에 대한 정확하고 현실적인 이해라고 할 때, 북한 지도부가 정권유지를 가장 중시한다는 것과 더불어 핵포기 의사가 전무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맞춤형 억지를 북한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에 입각해서 북핵에 대비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하면서 기약없이 비핵화 협상에 목매던 지난 한 세대 기간의 정책실패를 이제 더 이상은 되풀이 할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핵 도발시 정권이 소멸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한국의 대북 억지전략에 필수불가결한 2대 요소이다.

 

8. 한국을 안심시키는 맞춤형 조치

 

NPR은 미국이 확장핵억지를 통해 동맹을 안심시키는 데도 맞춤형 개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서유럽과 아시아의 핵우산 체제가 다른 것은 각 지역의 안보환경과 적대세력의 능력 및 동맹구조를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시에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각 지역의 핵전력을 조정할 능력이 있고, 적대세력이 핵을 사용해서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인프라와 능력 및 정치적 합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안보정세 변화에 따라서 동맹과 합의 하에 미국이 핵전략과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NPR의 이 대목은 동북아를 포함한 해외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 그리고 동맹과 함께 핵전력 및 비핵전력의 통합을 조율하고 핵억지의 부담을 공유하겠다는 부분과 함께 미국이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한반도 역외의 전략핵에 의존하면 된다는 현재의 확장핵억지는 북한에 핵이 없던 시대에 현실성에 대한 고려없이 개념적으로 유지되던 선언적 입장에 불과하다. 이런 입장은 북한의 핵독점으로 핵시대에 접어든 21세기의 한반도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또한 북한의 전술핵 도발에도 전략핵자산으로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보복의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나고 현장 즉응성도 떨어진다. 소련의 전략핵 위협에 노출된 서유럽과 달리 한반도는 중·러의 명시적인 핵위협이 없기 때문에 굳이 미국의 전략핵 자산이 필요하지도 않다. 전반적으로 대북 핵억지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우리 군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역부족인 구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일정한 규모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야 말로 한국을 안심시키고 대북 억지의 신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반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조치이다.

 

9. 북한의 획기적 기술진보에 대비

 

NPR이 장래의 지정학적, 기술적 불확실성과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한반도에도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한국도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과 획기적인 기술진보의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나가야 한다. 북한 붕괴와 같은 큰 혼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핵의 통제와 관리 및 유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핵무기의 물리적, 기술적 특성은 물론 핵전략과 정책을 망라하여 핵시대에 걸맞는 총제적인 핵전문성을 국가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사이버, 세균, 화학 기술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 힌국에 대한 비핵전략공격이 가능해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 비핵전략공격을 핵보복 위협으로 막지 못하면 현재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대규모 재래전뿐이다. 한국 사회가 마비되었다고 해서 미국이 전략핵자산을 동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전략공격 가능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

 

10. 한국의 자체 핵무장보다 미국의 수용 가능성이 큰 대안

 

NPR은 미국의 확장핵억지가 핵·재래식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함으로써 동맹의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없앴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핵자산을 통해 동맹에 대한 안보공약을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의 핵보유국 수를 줄이고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 목표도 달성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입장은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 용인과 전술핵 재배치 요구 수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을 때,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임을 말해준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IV. 결론

 

트럼프 NPR은 적대세력의 핵·비핵 도발을 억지하는 데 핵무기가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하고, 특히 전술핵전력이 미국의 대응에 유연성과 다양성을 제공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질서가 미, 러, 중이 각축하는 강대국 경쟁시대에 진입했다는 미국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정세변화가 없는 한, 다양한 핵옵션을 통한 핵억지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트럼프 NPR에서 드러난 미국의 새로운 핵전략의 골간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위협 앞에서 자체 핵무장은 포기한 채 미국의 확장핵억지에 의존하는 한국의 일차적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핵전략을 우리의 안보이익에 맞게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적대세력의 위협에 맞서 전술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과 동맹의 핵과 비핵 전력을 통합해서 운용하겠다는 트럼프 NPR의 정책방향은 현재 핵전력이 전진배치 되어있지 않은 동북아 지역에도 군사전략상의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북한 핵과 힘의 균형을 맞춰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NPR은 미국의 정책과 전략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큰 장애물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는 대북 군사전략에서 핵이 갖는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전술핵 재배치를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전략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언제 가능할지 모를 비핵화 협상에 기대하거나 재래식 전력만으로 대응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타성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남북정상회담을 한다 해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한반도가 이미 핵시대에 진입했음을 깨닫고 핵시대에 걸 맞는 국가안보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그것이 비핵화 정책 실패의 수모를 딛고 일어서 나라의 자존을 회복하고 국가를 보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트럼프 NPR은 전술핵 재배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결집해서 결단을 내리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 전성훈 박사

 

전성훈 박사: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김현민  op@o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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