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주식 보유 규모 636조원…시가총액의 약 27%
"외국인 매물출회는 코스피 하방압력 가중 변수"
낙관론 우세 기조의 연장 가능성도 나와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4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수 규모가 정점을 통과해 이달부터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외국인 매물이 다량으로 출회될 시 현재 24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 남아 있어 낙관적 전망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 6조146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말 대비 국내주식 보유 잔액은 62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순매수로 국내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외국인들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 규모는 2013년 9월(8조3320억원) 이후 9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총 636조원으로 국내 시가총액의 약 27% 수준이다. 다만 지난달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3840억원을 순매수하고 코스닥시장에선 2380억원을 순매도하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시장 순매수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증시, 환율, 외국인 수급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며 증시가 잘 버티고 있다. 지난주 2월 옵션만기 영향도 일부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은 단기간에 8조원을 매수하면서 단기 매수 강도 정점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이번주 추가적인 채권금리 반등,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전개될 경우 외국인 차익실현 심리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17조5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하고 있다. 7월과 8월 6조원, 10월과 11월 7조원, 올해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8조원으로 누적 순매수 규모를 늘려가는 추세다. 다만 9월에는 2조5000억원, 12월에는 1조7300억원 매도해 코스피가 2200선 이하로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2200 이하에서 적극 순매수, 2400선 후반에서는 일부 차익실현 전략을 이어가며 코스피 시장을 매집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규모는 매집과정에서, 그리고 누적·평균 순매수 측면에서도 정점을 통과했다"며 "매수주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외국인 매물출회는 코스피 하방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순매수한 상위 종목에도 관심이 모인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3조854억원), SK하이닉스(1조932억원), 삼성SDI(4192억원), 현대차(2984억원), 신한지주(2883억원) 등 코스피 대장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1월 들어 9%가량 상승한 데는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이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말 5만530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6만2900원으로 13.7% 올랐다. SK하이닉스도 7만5000원에서 9만600원으로 20.8% 뛰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3개월간 200원가량 하락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국내 시장에 접근하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환율 급등으로 비싸졌던 원화에 대한 가격 부담이 경감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1월 고용 서프라이즈 이후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지난주 환율은 1218원에서 1261원으로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외국인 순매수가 연초 이후 8조원이 들어온 가운데 지난 1주일 간의 환율 급등은 역설적으로 신규 유입을 노리는 외국인들에게 약 3%의 환차익 버퍼를 만들어줬다"며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며, 상대 강도에 있어서 원화가 약한 포지션에 있을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조심스럽게 낙관론 우세 기조의 연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한 점이 주식시장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지만, 물가 안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1월 고용과 같은 경기 호조가 지속될 시 연준의 최종 금리값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을 수 있다고도 발언했지만, 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에 힘입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에 따른 한국 주식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자금집행을 충분히 하지 못한 기관투자자 대기자금 등 수금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급요인에 따른 주식시장의 강세가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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