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필립모리스, 경쟁사와 손잡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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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필립모리스, 경쟁사와 손잡은 까닭은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1.3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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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PMI 15년 장기계약 체결…KT&G '릴' 수출국 확대
앞서 2020년 계약 성과…"매출 2배·영업이익 4.6배"
KT&G 글로벌 외형 확장·PMI 포트폴리오 확대…'윈-윈' 전략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담배 릴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 체결식에서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KT&G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KT&G와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15년간의 장기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KT&G 무연제품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맺고 양사가 협업해 전세계 시장에서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계약을 통해 KT&G는 PMI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PMI는 전자담배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됐다. 

지난 30일 KT&G와 PMI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KT&G-PMI 글로벌 협력' 행사를 열고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 CEO를 포함한 각사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2023년 1월 30일부터 2038년 1월 29일까지 15년간에 달하는 장기 파트너십이며 이에 따라 KT&G는 전자담배 제품을 PMI에 지속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계약 대상 제품은 KT&G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 ‘릴 에이블’ 등의 디바이스와 전용스틱 ‘핏’, ‘믹스’, ‘에임’ 등이다. 향후 출시될 제품들도 포함된다.

양사는 지난 2020년 1월 해외 판매를 위한 공급 계약을 최초로 체결했다. 이후 릴을 일본 등 3개국에 첫 출시하고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과 중앙아시아, 중앙아메리카 권역으로 해외진출의 외연을 넓혀 글로벌 31개국에 진출했다. 약 3년의 시간이 흐르고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15년에 달하는 파트너십을 재차 체결한 것이다. 

임왕섭 KT&G 사업본부장은 "구체적인 실적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1년 만에 매출액이 2배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4.6배정도 성장했다"며 "비즈니스의 성격상 전자담배 기기가 판매된 후에 스틱 판매량이 올라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후 매출액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맺은 계약에서 양사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실적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전자담배 전용스틱에 대한 최소 구매수량을 보증한다. PMI는 계약 초기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소 160억개비의 판매를 보증하기로 했다.

매출 발생 구조는 공급상품에 대한 상품 매출, 공급상품 판매분에 대한 로열티, 계약 상대방이 대체 생산한 상품 판매분에 대한 로열티로 구성된다. 지난 계약을 통해 진출한 31개국 외에 현재 PMI의 아이코스가 출시된 모든 국가에서 릴의 수출이 진행될 예정이다. 

야첵 올자크 PMI CEO는 "지난 협업을 통해 양사는 흡연자 개개인과 공중보건, 그리고 사회 전반을 위한 담배 연기 없는 미래 실현을 도모했다"며 "본 계약은 남아있는 10억명의 흡연자들을 위한 양사의 공통된 약속을 명확히 보여주며 이들에게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MI의 아이코스 일루마(위)와 KT&G의 릴 에이블 시리즈. 사진=각 사

KT&G와 PMI는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경쟁사다. 출시 초기 87.4%의 점유율을 기록한 뒤 시장 1위를 지켜왔던 PMI의 아이코스는 지난해부터 KT&G에게 점유율을 역전당했다. 지난 3분기 국내 궐련현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의 스틱 점유율은 48.5%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PMI가 1위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KT&G가 해외로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선 PMI의 유통망과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전자담배로 세계 시장을 '재패'하기 원하는 PMI 입장에서도 KT&G는 좋은 동반자다. 

웨인 우 PMI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계약을 통해 PMI는 KT&G의 브랜드 및 혁신제품 파이프라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PMI의 무연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며 중·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공급도 가능케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KT&G는 이번 계약으로 향후 15년간 해외 NGP(Next Generation Products)사업에서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 20.6%, 연평균 스틱매출수량 성장률 24.0%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PMI의 상업화 역량과 유통 인프라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재무적인 효율성 강화와 자원 절감 효과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T&G 측면에서는유럽중심 31개국 진출 이외 추가지역에 대한 확장 가시성이 높으며, 저변 확대 목적의 디바이스 분포 가속화 및 현지 시장 내 유의미한 지배력의 스틱 안착 또한 기대할만 하다"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 사가 장기간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해외 진출 국가의 추가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며 "KT&G는 현재 총 31개국에서 전자담배 판매를 하고 있으나 PMI가 진출한 70개국 모두로 판매처가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날 백복인 KT&G 사장은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백 사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며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글로벌 담배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지금 오늘 협력 계약으로 양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멀리, 함께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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