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핵공포 “이젠 정말 죽는구나, 끔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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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핵공포 “이젠 정말 죽는구나, 끔찍했어요”
  • 김현민
  • 승인 2018.01.14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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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탄도미사일 발사 오경보…하와이 주민들, 대피소동

 

오전 8시 10분.

하와이 주민들의 휴대폰에 일제히 빨간 불이 켜지고 문자가 들어왔다.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발생. 즉각 피난처를 찾을 것.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BALLISTIC MISSILE THREAT INBOUND TO HAWAII. SEEK IMMEDIATE SHELTER. THIS IS NOT A DRILL}

토요일은 13일 (현지시간), 태평양 한가운데 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에 미사일 소동이 벌어졌다.

휴일이어서 늦잠을 자거나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거나, 바닷가에 슬슬 나갈 채비를 차리던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으로 대비훈련이 시행된 터라, 실제상황임을 강조하며 대피하라는 비상 메시지에 하와이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깜짝 놀랐다.

곧이어 사이렌마저 울리면서 하와이는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인가보다 싶어 피난처를 찾아 우왕좌왕했고, 고속도로로 몰렸다.

하와이 주민들의 머리에 우선 떠오른 것은 북한 미사일이 하와이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호텔에 있던 사람들은 일단 로비로 몰려들었다. 일단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지하주차장으로 대피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퇴역군인은 “내 머리 속에 있는 시나리오대로 달렸다. 하지만 갈 곳도, 숨을 곳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는 “최후의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해야겠다며 본능적으로 가족을 모았다”고 했다.

 

▲ 13일 오전 8시 10분 하와이 주민 휴대폰에 들어온 탄도미사일 위협 경보문제 /cnn 캡쳐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경보였다. 하와이 비상관리국(HEMA: Hawaii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의 상황실에서 하루 세 번 하는 훈련 과정에서 컴퓨터 키를 잘못 누른 것이다.

하와이 당국은 오경보를 날린후 10분뒤에 그 경보가 잘못된 것임을 알렸다. 당국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와이주의 경보 해제에 관한 매뉴얼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하와이 주지사 데이비드 이게(David Y. Ige)는 “오늘 발생한 일은 받아들일수 없다. 이일로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크게 감정이 손상당했다. 모든 사람이 겪었을 고통과 혼선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파장은 컸다.

뉴욕타임스에 인터뷰한 한 여인은 “정말로 이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자동차를 몰아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그게 성공할지 모르지만…. 도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앞에 어른거렸다.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결혼 28주년을 기념해 오하우에서 부인과 함께 휴가를 온 레이 거스트씨는 목장 투어 도중에 경보를 들었다. 그는 “모든 버스가 멈춰섰다. 사람들이 목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1분 동안에 아무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광객을 태우는 버스는 산으로 올라 갔가 한 콘크리트 벙커에 승객들을 내렸다. 버스가 15분쯤 갔지만, 휴대폰에선 아무런 (해제) 신호가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와이섬의 코나워나(Konawaena) 고등학교에선 레슬링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그 학교는 쓰나미 경보 훈련에 익숙해 있었 이번 경보에 비교적 협조적으로 대처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하와이의 오경보 사태를 보고받았다.

자영업자들은 일찌감치 장사를 접기도 했다. 호놀룰루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는 "아침에 일어나 미사일 경보를 봤다"면서 가게 문을 닫으려고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7,200㎞ 떨어져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에 들어가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작년 12월초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이렌 대피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하와이 주정부의 경보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아울러 비상시 대피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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