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업계 1위 케이카, 현대차 아닌 롯데렌탈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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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업계 1위 케이카, 현대차 아닌 롯데렌탈 품으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0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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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인수전 난항 전망…비싼 몸값·업황 부진
현대차그룹 케이카 인수보다 자체 역량 강화로
롯데렌탈, 쏘카 투자 실패 등 자금 마련 여력 의문
업계 1위 케이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 중고차 업계 1위 케이카(Kcar)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케이카의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중고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대기업들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렌탈 등이 유력 후보군이라는 말이 새어 나온다. 

비싼 몸값, 원매자 찾기 난항

케이카 지분 72%를 보유한 한앤코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두고 케이카 매각을 선언했다. 업계에선 한앤코가 보유한 케이카 지분가치를 경영권을 포함해 55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한앤코는 지난해 10월 케이카 상장 당시 설정한 1년의 보호예수가 풀려 지분 매각에 제약이 없다. 한앤코는 지난해 10월 케이카 상장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당시 구주 매출로 3065억원의 투자금을 되찾아 왔다. 한앤코가 보유 중인 나머지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은 지난해 10월12일로 종료됐다. 

한앤코는 2018년 케이카의 전신 SK엔카 직영사업부를 SK(주)로부터 2000억원에 매입했다. 4년 전과 비교해 케이카의 매각가는 2배를 훌쩍 넘게 불어났고, 중고차 이커머스 사장 점유율도 8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CJ그룹으로부터 조이렌터카를 인수해 회사 덩치를 키웠다. 매출은 2018년 7428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에서 올 3분기까지 매출 1조7210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으로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10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성 자산도 131억원으로 늘어났다. 시장 전망도 밝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기존 SK렌터카에 이어 현대차그룹과 롯데렌탈 등 대기업이 참여하면 2030년까지 48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원매자들의 부담이 커져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여기에 인수 후 사업 시너지를 곧바로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호황기 대비 중고차 시장의 매물이 20~30% 빠진데다 중고차 할부금리마저 법정 최고 수준인 연 20%까지 올라 매매 자체가 얼어붙었다는 게 중고차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케이카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사진=연합뉴스

시큰둥한 현대차그룹

업계에선 유력한 원매자로 현대차그룹 내 중고차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지목한다.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여력은 충분하다. 3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3598억원으로 케이카 인수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케이카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내수와 수출 중고차 판매까지 가능한 '오토벨'이란 관련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인증 중고차를 위한 물류 시설을 갖춰나가고 있다. 케이카의 강점인 중고차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경기 안성에 중고차 거래센터 부지를 확보했으며 경남 양산 출고장을 중고차 전용 센터로 개조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쳤다. 정리하면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과 오프라인 지점 확보 및 품질인증 등 노하우 등을 쌓아가고 있다. 굳이 케이카 없이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능력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현대차와 기아는 5년, 주행 거리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가 가능하다. 케이카를 인수해 팔지 못할 다른 브랜드 차량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롯데렌탈의 케이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2C 중고차 진출 선언한 롯데렌탈 품으로?

롯데렌탈은 자동차렌탈, 중고차판매, 일반렌탈,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와 사무기기, 건설장비 등 렌탈서비스를 아우르는 국내 1위 렌탈 전문 기업이다. 매출액 비중은 2021년 기준 자동차렌탈이 58.9%, 중고차판매가 26.7%, 일반렌탈 8.0%, 모빌리티(카셰어링) 6.4%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B2C)으로 하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가 장·단기 렌터카로 활용하던 차량을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매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롯데렌탈은 회사가 활용하던 렌터카를 자사의 자동차 경매장인 롯데오토옥션을 통해 도매 형태로 판매해왔다. 롯데렌탈이 판매하는 중고차 판매대수는 연간 6만대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은 3% 규모다. 

롯데렌탈은 2025년까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매매사업자에게 중고차 물량을 공급하는 동시에 중고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중고차업예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롯데렌탈의 중고차 사업 개시에 청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업계와 만나 자율조정을 통한 상생안 마련으로 이견을 좁혔다. 여기에 올해 초 중고차 매매 플랫폼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렌탈이 케이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5500억원대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렌탈의 차입금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기대했던 쏘카 상장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손해를 떠안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년 말 3조9322억원이던 롯데렌탈의 총차입금이 2021년 말 3조7372억원으로 다소 줄었다가 올 3분기 기준 다시 4조559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렌탈료 연체 시 직접 회수 가능한 렌탈자산의 특성을 감안할 때 롯데렌탈의 자산 부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유사시 렌탈자산 매각을 통한 추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점과 롯데그룹의 신인도를 바탕으로 한 차환 가능성 및 계열로부터 재무적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롯데렌탈의 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부실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시장의 돈줄이 말라가는 '돈맥경화' 추세 속에 롯데렌탈이 케이카 인수를 위해 신규자금을 끌어올지 베일 속에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카셰어링 기업 쏘카 지분을 인수하며 렌터카-카셰어링-수리-중고차 판매로 이어지는 모빌리티 서비스 수직계열화 이룰 토대를 마련했다. 1832억원을 투자해 쏘카 지분 13.9%를 품으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2위 그린카(지분 84.71%)를 자회사를 두고 있는 롯데렌탈은 업계 1위 쏘카 지분을 확보하며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렌탈이 지난해 사업목적에 이동체 통신사업, 전기 신사업 등을 새롭게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렌탈은 쏘카와 협력 강화로 신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쏘카 상장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롯데렌탈은 손해를 떠안았다. 롯데렌탈이 지난해 3월 1831억원을 투자할 당시 쏘카의 기업가치를 약 1조3000억원으로 산정했다. 4일 종가 기준 쏘카의 주가는 1만9050원으로 공모가 2만8000원과 비교해 68% 하락했다. 롯데렌탈의 올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685억원으로 케이카 인수대금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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