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사랑⑧] 제조와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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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사랑⑧] 제조와 가공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12.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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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질까. 그 과정을 이해하면 보이차의 품질들 저하시키는 상황은 알수 있다.

보이차 제조과정은 ①채엽(採葉) ②위조(萎凋) ③살청(殺靑) ④유념(揉捻) ⑤쇄청(曬靑)의 5단계를 거친다.

 

▲ /남곡 김중경 제공

 

① 채엽 (따기)

좋은 차를 만드는 우선 조건은 찻잎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차나무에서 품질 좋은 차잎을 수확하는 과정이 채엽이다.

② 위조 (시들리기)

채엽과정을 마친 차잎은 그늘에서 자연스럽게 시들게 한다. 이 과정이 위조다.

③ 살청 (덕기)

그 이후에 보이차의 특징인 살청을 거치게 된다. 찻잎을 따서 가공하는 과정은 불발효차든 발효차든 큰틀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특성 짓는 핵심은 살청과 쇄청이다.

살청(殺靑)은 무엇인가. 채엽을 마치고 난 후의 생엽을 그대로 둔다면 폴리페놀과 산화효소, 과산화효소, 단백질 분해효소 등의 효소 작용으로 홍, 갈변이 되어 녹차나 보이차 원료로는 쓸 수 없게 된다. 산화의 진행은 차의 쓰고 떫은맛을 줄여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산화는 찻잎 속의 유리지방산의 함량을 높여 차의 신맛을 내게 만든다.

살청은 열을 가해 찻잎 속의 산화효소를 변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모든 찻잎에 골고루 열을 가해 찻잎의 숨을 죽이고 효소의 활성을 완전히 멈추는 이 단계는 전문가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효소의 변형을 완전히 시키지 못했다면 살청이 끝난 후 유념과 건조 과정 중 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어 이파리가 붉어지는 홍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후발효차인 보이차의 경우에는 효소의 활성을 어느 정도 남겨두어야 한다. 고온에 장시간 찻잎을 살청하면 효소류가 완전히 변성되어 후발효라는 보이차의 특징적 성질이 없어진다.

산화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온도는 40~50도로 이 온도를 넘어가면 산화효소의 활성은 점차 둔화되면서 잎의 온도가 85도 이상일 때 활성이 급격하게 둔화된다.

차를 덖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는 찻잎을 태우지 않고 적절한 수분을 유지함으로써, 어느정도 활성된 효소가 남아있어 후발효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④ 유념 (비비기)

이후에 찻잎을 마는 과정이 유념이다. 적당히 덖은 찻잎이 진액을 분비하게 되면 그 진액으로 덖은 찻잎을 밀가루 반죽하듯 한방향으로 마는 과정이다.

⑤ 쇄청 (말리기)

유념이 끝난 차잎은 통풍이 잘되는 바닥에 골고루 깔고 햇볕에 말린다. 이것이 보이차를 만드는 최종 단계인 쇄청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명품 보이차가 탄생하게 된다.

 

▲ /남곡 김중경 제공
▲ /남곡 김중경 제공

 

하지만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보이차도 대량생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량생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과거와 달리 보이차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보이차의 가공 단계 및 각 단계별로 차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표적인 경우를 들어보자.

① 채엽후 살청 이전까지의 단계에서 과도한 산화에 의한 차청의 품질 저하

② 살청시 고온에 의한 잎을 태우는 경우

③ 위조(시들리기) 시 차청을 너무 두텁게 널어 차청이 상하는 경우

④ 유념(비비기)를 덜 한 경우

⑤ 쇄청이 불가능한 환경(우기, 대량 가공 등)으로 인해 홍청 시 역시 고온으로 인해 차청이 타거나 익어 뭉그러지는 경우

⑥ 증압 성형

⑦ 말리기 단계에서 함수율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서 자연건조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량생산되는 보이차는 열풍기에 의한 속성 건조를 하므로 품질이 자연건조만 못하다.

 

▲ /남곡 김중경 제공
▲ /남곡 김중경 제공

 

보이차는 또 제다(製茶) 방법에 따라 크게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나뉜다. 구분의 기준은 차를 완성할 당시에 발효가 되었느냐, 되지 않았느냐 여부다.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으로 만든 차가 생차, 이미 발효된 찻잎으로 만든 차가 숙차다.

전통적인 보이차 제다법은 생 찻잎으로 차를 만든 후. 장기간에 거쳐 보관하면서 서서히 발효시키는 것이다. 생차로 만들어진 보이차는 보관이 쉽지 않아 오래된 보이차는 수량이 한정되고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생산자들이 새로이 발명한 제다법이 악퇴(渥堆)다. 악퇴(渥堆)는 찻잎에 고온다습한 환경을 만들어 발효를 촉진시키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만들어진 차는 오래된 보이차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내게 된다. 하지만 발효균이 인공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속성으로 만들다 보니 숙미나 숙향이 茶에 남게 된다.

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엔 이 숙미를 즐기시는 분들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는다. 숙미는 악퇴 정도나 긴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5년 정도가 지나면 어느 정도 빠지면서 보이차의 자질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잘 보관된 숙차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차품을 갖게 되므로 생차 노차 못지않은 훌륭한 차품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숙차의 보관시 주안점은 생차처럼 후발효를 위한 환경조성에 맞춰질 것이 아니라 찻속에 남아 있는 숙미 제거에 있다. 다시 말해 온도, 습도, 산소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통풍이 잘 되면서 나쁜 냄새가 없는 깨끗한 환경조성이 관건이다.

숙차는 보관 여하에 따라 좋은 자질을 즐길 수 있는 차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숙차가 생차에 비해 외면당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제다한 생차가 적자(嫡子)라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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