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사랑⑤] 향기의 종류
상태바
[보이차 사랑⑤] 향기의 종류
  • 김현민
  • 승인 2017.12.01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 이거 가짜 아니야.”

누군가가 보이차라고 선물했는데, 끓여 마셔보니 전에 마시던 향이 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보이차를 사지말라는 말은 가짜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들은 탓인지 영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데 그 차를 선물한 사람을 의심한 것은 잘못이었다. 보이차는 한가지 향기만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향기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보이차에는 네가지 향기가 있다고 한다.

 

▲ 타차 /남곡 김중경 제공

 

① 진향(陳香)

진향(陳香)은 보이차에서 나는 묵은 향으로 노차(老茶)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이다. 보이차가 자연이 준 선물이라면, 그 향기는 세월이 주는 보너스다.

진향은 흙의 냄새다. 흙의 따스함과 함께 콧속으로 스며들던 흙먼지 특유의 향이다.

오래되고 좋은 보이차의 진향은 보이차 속의 폴리페놀과 발효효소가 공기(산소)와 결합해 오랜 세월 후발효를 거치면서 생성된 자연의 향으로 진년(陳年)의 보이차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발효향이다. 시골의 따스한 담벼락에 기대서 맡던 흙먼지와 유사한, 깊은 세월의 향이다.

고온다습하고 통풍이 차단된 인위적 환경에서 조작된 대량생산된 습창차는 퇴창(退倉) 후 거풍(擧風) 과정을 거쳐도 특유의 창미(倉味)가 남아 있어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을 유발한다.

습창차를 판매해온 상인들이 이러한 것들을 “보이차에서는 지푸라기 썩는 냄새가 난다”는 황당한 말로 호도해 왔다. 발효라는 개념을 매개로 청국장에 관여하는 바실러스 균과 연결시키려는 기막힌 상상력의 결과라고나 할까.

발효가 잘된 보이차는 마실수록 청량해지며 깊은 세월이 무르익은 자연의 향을 느낄수 있다.

 

②장향(樟香)

중국 윈난(雲南)농업대학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 ‘보이차의 향기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장향은 녹색근균, 흑국균, 소근균균, 양주효모 등의 미생물들이 발효에 관여하는 과정에 생긴 방향성 화합물들에서 만들어지는 향이다. 다양한 시료를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악퇴를 거친 숙차와 습창을 거친 차에서도 동일한 화학적 성분이 발견된 바 있다.

운남 각지엔 녹나무 군락지가 많다. 녹나무는 햇빛을 적당하게 차단해 주기 때문에 녹나무 밑은 보이차가 생장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 된다.

보이차에서 장향이 난다고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녹나무 군락지 주변에서는 장나무 잎의 강렬한 향이 차나무 잎에 흡착되므로 보이차에서 장향이 난다.

△ 차나무의 뿌리가 녹나무 뿌리와 땅속에서 얽혀 자라기 때문에 보이차 뿌리가 녹나무 뿌리에서 일정 성분을 빨아먹기 때문에 보이차에서 장향이 난다.

△ 녹나무에서 떨어진 잎이 분해 된 후 차나무 뿌리에서 흡수 되어 보이차에서 장향이 난다.

운남 각지에 녹나무 숲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녹나무는 크기가 작은 것은 1장(3.33m)이고 큰 것은 20장(67m)에 달한다. 녹나무는 적당히 햇빛을 차단한다. 그래서 녹나무 밑은 차나무가 생장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 된다.

또 녹나무가 있기 때문에 차나무의 병충해 발생이 줄어 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차나무의 뿌리가 녹나무 뿌리와 땅속에서 얽혀 자라면서 차 잎은 녹나무 향을 띄고, 녹나무 잎은 차향이 풍기게 됩니다. 서로 도와가며 사는 식물들의 공생이 좋은 찻잎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채집한 차 잎이 숙성되며 생기는 향이 장향(樟香)으로, 잘 발효된 보이차에서는 은은한 녹나무 향이 나게 된다.

 

▲ 녹나무 /남곡 김중경 제공

 

③ 연향(蓮香)

운남 대엽종 차나무의 부드러운 잎을 따서 만든 보이차는 후발효 과정을 거치면 짙고 강렬한 청엽향이 제거된다. 청엽향이 제거되면 담담한 연꽃 향이 남게 된다. 보이차 잎의 등급을 나눌 때 가장 고급(어린 싹)을 특급(特級) 또는 궁정급(宮庭級)이라고 불린다.

이를 보통 아(芽)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하얀 빛을 띈 솜털들이 덮여 있다. 그 솜털들을 백호(白毫) 또는 은호(銀毫)라고 하는데 이런 은호가 덮인 아(芽)는 끝이 뾰족하기 때문에 은침(銀針)이라고 한다. 따라서 시중에 나온 제품에 은침라는 명칭이 들어간 차(예를들면, 은침공병)가 있다면 이는 당연이 생차이면서 은호가 많은 고급의 차청을 주로 사용한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은호 속엔 밀향(蜜香)을 내는 성분이 많아 대체로 백호가 많은 차는 우렸을 때 단맛이 좋다.

생차의 은호(또는 백호)는 세월과 함께 갈변이 진행되면서 황금빛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를 금호(金毫)라고 부르는데 숙차의 경우 인공 발효 과정에서 은호가 금호로 바뀌어 출시된다. 따라서 금침(금침)이라는 용어가 쓰인 차는 금호가 덮힌 아(芽)를 원료로 만든 숙차다. 하지만 확보할 수 있는 차청의 양이 많지 않고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차청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출시 가격이 당연히 높지만, 보이차는 각각의 등급별로 각기 다른 맛의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차청의 등급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차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각기 다른 만큼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차가 가장 좋은 차라 할 수 있다. 이 솜털에는 밀향(蜜香)을 내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생차 상태의 은침이나 노차 혹은 숙차의 금침에서는 밀향이 많이 나지만 가공 및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며 연한 蓮香[荷香]이 생성된다.

금침백련(金針白蓮)은 저런 잎들을 원료로 만든 숙차입니다. 금침백련(金針白蓮)이란 이름을 가진 차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① 채용된 차청의 등급은 궁정급이고, ② 가공 유형은 숙차이며, ③ 차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적인 향은 백련향이다.

 

▲ 중국 윈난성 따리의 얼하이(洱海)호수 /위키피디아

 

④ 난향(蘭香)

운남성 大理(따리)는 풍화설월(風花雪月)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下風、上花、山雪、海月-하관의 바람, 상관의 꽃, 창산의 눈, 얼하이의 달을 일컬은 표현이니 그 자연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얼하이(洱海)호수는 따리시의 북서쪽에 위치하는 담수호로 남북으로 길이 약 42.6 km, 동서로 약 8km의 폭을 가지고 있는데 아래쪽 하관진에 국영 제2 차창이었던 하관차창이 있다.

히말리야 산맥의 끝자락으로 최고봉이 4,122m인 창산(長山)이 천연 요새를 이루고 있는 따리 지역엔 야생 난초가 유명해 해마다 난초를 구하러 국내외의 수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보이차의 향에 대한 유명한 가설이 생겼다. “창산의 야생난들이 개화하면 그 향이 수백리에 퍼져 인근에 자라는 차나무 잎에 흡착되서 그 지역의 찻잎에선 난향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차에서 느끼는 향은,

첫째,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향들이 스키마(schema)로 반응하면서 상기되어 구체적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이며,

둘째, 후발효 혹은 악퇴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생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난초꽃이 피어서 난향이 난다”는 논리는 호사가들이 지어낸 얘기일 뿐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난향(蘭香)에 대해 알아보자.

생차의 2급~3급의 차청들을 우리면 은은한 난향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난향은 향을 내는 원소들의 화학적 비율에 의해 찻잎 내부에서 생성돼 내재하는 것이지 난초의 개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과는 무관한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따르면 타차(沱茶)는 찻잎을 병배할 때 2급~3급의 잎을 주로 많이 채용합니다. 따라서 타차를 우렸을 때 가장 빈번히 난향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한 보이차의 청엽향은 오랫동안 보존하면 청엽향이 청향으로 바뀐다. 또 녹나무 숲에서 자란 차나무는 녹나무 향을 띄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녹나무 향이 비교적 약한 것은 청향과 어울어져 난초향을 풍기게 된다. 난초향은 보이차 향 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것으로 꼽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