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성 예금 이탈 가속…수익성 악화·대출금리 급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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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원가성 예금 이탈 가속…수익성 악화·대출금리 급등 우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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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저원가성 예금 44조2000억원 빠져나가
은행들 예금 금리 올려 수신 경쟁…정기예금 56조 증가
조달비용 증가하면 NIM 하락 요인으로 작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지난 한 달 사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이 빠지면 조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최근에는 은행 정기예금 잔액의 비중이 저원가성 예금 잔액 비중을 추월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0.1% 수준에 불과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등을 말한다. 적은 비용으로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저원가성 예금 한 달 만에 44조원 감소…총수신 중 비중도 정기예금에 추월당해

11일 한은에 따르면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 한달간 44조2000억원 줄었다. 이는 지난 7월 기록한 역대 최대 월간 감소폭(53조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저원가성 예금은 8월 15조3000억원, 9월 3조3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10월까지 4개월 연속 116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한은이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반면 10월 정기예금은 56조2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오르자 저원가성 예금에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은행 총수신에서 정기예금 비중(41%)은 저원가성 예금(40%)보다 커지며 32개월 만에 역전됐다.

실제로 주요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경우 5%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연 4.98%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연 4.9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이 최고 연 4.85%의 금리를 적용한다. 

은행, 은행채 대신 예금으로 자금 조달…금리 경쟁 나서

이처럼 저원가성 예금이 빠지고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은행들이 수신 유치를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통상 은행채 발행과 수신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이에 금리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적극적으로 정기예금과 시장성 수신을 조달한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과 만기도래 저금리 정기예금의 추가 이탈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또 채권시장의 경색 현상 심화로 기업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은행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에 따른 은행간 정기예금 금리 경쟁은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비은행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기 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대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4%대에 조달하게 되면 대출금리가 오르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는 15일 발표되는 10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4%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코픽스는 전월대비 0.44%포인트 오른 3.40%로 2012년 7월(3.40%)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단행한 두번째 빅스텝에 따른 예·적금 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면 10월 코픽스는 4%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코픽스는 2010년 관련 공시 이후 4%대에 진입한 적이 없었으며, 2011년 7월 3.80%가 최고치였다.

은행 NIM 내년 상반기 하락 전환 우려

저원가성 예금이 계속 빠져나갈 경우 내년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bp(0.01%포인트) 기준 두자릿수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지난 3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NIM은 1.61~1.76%를 기록했다. 하지만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나 4분기부터는 NIM이 하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4분기부터 하락하지 않더라도 내년이면 하락 전환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파른 NIM 상승 영향에 따라 내년 연간 누적 NIM은 올해 대비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면서도 "예대금리차 인하 압력과 조달비용 상승 영향 등을 감안 시 분기 NIM은 상반기 중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 지속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경우 NIM 하락 전환 시기가 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저원가성예금 방어력 등 조달경쟁력이 은행의 핵심경쟁력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모바일앱 월간활성자수(MAU), 기업고객 충성도, 시금고·구금고 유치 능력이 저원가성예금 방어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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