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대비되는 국립공원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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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대비되는 국립공원의 단풍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7.11.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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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국립공원인데…여유로움 가득한 외국과 다른 우리의 문화

 

[조병수 프리랜서] 뉴햄프셔 주에는 미국 동북부에서 제일 높은 해발 1,917미터의 마운트워싱턴(Mount Washington)이 있다. 우리나라 지리산 높이와 비슷하다. 화이트마운틴 국유림(White Mountain National Forest)과 이어져 있고 단풍이 아름답다고 해서, 뉴욕이나 미국 동부에 사는 교포나 주재원들이 가을철 단풍 구경하러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 지역의 브레튼우즈(Bretton Woods)에는, 1944년 7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전후(戰後) 국제통화질서를 출범시킨 브레튼우즈 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마운트워싱턴 호텔도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오래 전 어느 10월, 컬럼버스데이 연휴에 그곳으로 향했다. 북부 뉴저지에서 630km정도 북쪽으로, 자동차로 7시간 정도 달려야 하는 곳이다.

오가는 길목에 펼쳐지는 계절의 색감이 너무나 선명했다. 코네티컷 주를 거쳐서 91번 고속도로를 타고 네 시간 이상 북상하다가 우연히 해노버(Hanover)란 조그만 도시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초록의 드넓은 잔디밭과 가을 빛이 듬뿍 어우러진 멋진 풍광과 마주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였다. 영국식민지 시대였던 1769년에 설립되고, 미국 북동부 8개 명문사립대학교인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종합대학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칼리지라는 이름을 고수한다는데, 멋모르고 지나치다가 평생 기억에 남을 캠퍼스 풍경과 정취를 간직하게 되었다.

 

▲ ▲ 미국 뉴햄프셔주(州) 마운트 워싱턴 주변 /사진=조병수

 

단풍철에다 연휴임에도 화이트마운틴 지역과 마운트워싱턴 주립공원 부근은 한적했다. 마운트워싱턴의 정상(頂上)으로 연결되는 자동차도로(Mount Washington Auto Road)입구에 들어서서 12.2km에 달하는 길을 타고 꼬불꼬불 올라갔더니, Cog Railway이라는 산악기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1934년 4월에는 그 정상의 풍속이 시속 372km를 기록했다는 곳이다. 세차게 불어대는 찬바람 때문에 정상부근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산 꼭대기에서 파란하늘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서있는 조그만 기차의 모습은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 미국 뉴햄프셔주(州) 마운트 워싱턴 정상부근의 산악기차(Cog Railway) /사진=조병수

 

내려오는 길에는 계속되는 커브와 내리막 경사에 브레이크 라이닝이 타버리지 않도록 저속기어를 사용했지만, 사뭇 긴장의 연속이었다. 곳곳에 가열된 브레이크 라이닝 때문에 바퀴 쪽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오르며 서있는 차들이 보였다.

무사히 긴 산길을 내려왔더니, 출구 쪽에서 증명서(A master of The Mountain)와 ”This car climbed MT. WASHINGTON”이라고 쓰인 자동차 범퍼용 스티커를 건네주었다. 그 상큼한 반전 덕분에 안도감과 뿌듯함이 교차했다.

그렇게, 조용한 환경과 아름다운 단풍 색으로 뒤덮인 산하, 그리고 1861년에 개통되고 도로 경계석도 없는 옛 마차 길을 무사히 오르내린 경험이 잊지 못할 순간들로 기억의 창에 남겨졌다.

 

지난 10월 하순에 그런 가을의 색감을 기대하며 설악산을 찾았다. 그때만 해도 가을가뭄과 미세먼지 탓인지 그 색깔이 그리 곱지는 않았다. 단풍철이라서 그런지 평일임에도 차들이 붐비길래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들어선 우리의 국립공원은, 상큼한 공기대신 스멀스멀 피어나는 느끼한 기름냄새와 약간은 흐트러진 분위기가 먼저 환영인사를 했다. .

“막걸리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하는 곳도 있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음을 알리는 “띵동”소리와 번호를 외치며 주문한 고객을 찾는 소리들로 소란스럽다. ‘이런 것을 생동감이라 하고, 우리들의 문화라고 해야 하나?’라고 자문해보지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오랜만에 권금성 케이블카나 한번 타보려고 했더니 평일임에도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 틈을 이용해서 주변에 늘어선 식당 테이블에 앉았더니 식·음료 값도 만만치가 않다. 지긋한 연배의 부부들이 길가의 커피숍에 앉으려다가, 가격표를 보고는 혀를 끌끌 차면서 지나쳤다.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에는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매표소 옆 관리실로 가서 "화장실 시설을 좀 늘리시라"고 했더니, 처음부터 방어자세였다.

"우리 소관이 아니니, 공원관리사무소에다 얘기하세요. 주변 식당 이용객들이 사용해서 그렇지, 케이블카 이용객들은 다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케이블카 승객이 하루에 얼마나 되나요? 이 많은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다가 식당들을 이용하는 것 아닙니까? 내방객들의 불편한 상황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나중에 공원을 빠져 나오기 전에 공원사무실에 들러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은데, 케이블카 승강장 화장실, 특히 여성들이 줄지어 서있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요?"라고 했더니, 그곳의 여직원 역시 "그것은 케이블카회사 소관"이라고 미뤘다.

“외국이나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두 기관이 알아서 상의해보시라”하고 떠나왔지만, ‘국립공원 안의 시설이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못해서야 되겠나?’ 싶었다. 그 북새통이 주말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도 자못 궁금해졌고···.

 

▲ 평일 낮,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승강장 화장실 바깥까지 늘어선 모습 /사진=조병수

 

같은 국립공원인데,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과 맑은 공기가 가득한 외국의 경우와 대비가 된다. 땅덩어리가 좁은 탓에 그렇다고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단풍철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일본 알프스 가미고지(上高地) 지역이나, 국토가 우리 한반도보다 조금 큰 영국에서나 다른 서유럽국가들에서도 국공립공원 경내에서 이런 번잡스런 풍경들을 보지 못했다.

우리만의 풍속이요 역동성이고 이 또한 볼거리라고 차치(且置)하기 전에,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을 한번 더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더구나 몇 달 후에는 근처에서 동계올림픽도 열린다는데···.

달콤할 정도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를 기대하며 먼 길 가서, 사려 깊지 못한 시설과 풍물들 때문에 수려(秀麗)한 자연경관의 감흥에 손상이 가도록 해서야 되겠나 싶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가을나들이였다.

 

▲ 권금성 케이블카 승강장 인근의 가을풍경 /사진=조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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