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은 '일회용품 퇴출'…업계 "취지는 공감하나 현장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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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남은 '일회용품 퇴출'…업계 "취지는 공감하나 현장 혼란 우려"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0.2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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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확대
편의점 비닐봉투·카페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금지
"소비자 홍보 부족해" 업계는 현장 혼란 우려
환경부 계도기간 검토…일회용품 정책 후퇴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다음달 24일부터 편의점 일회용 봉투와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환경부는 계도기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개정·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제한된다. 이를 어길 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먼저 편의점이나 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3000㎡ 이상)와 165㎡ 이상인 슈퍼마켓에서만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비닐봉투를 매장에 따라 20∼100원에 판매하고 있으나 시행규칙이 도입되면 돈을 내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구매할 수 없다.

식당이나 카페의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고 경기장 등에서 일회용 비닐 응원봉 등도 금지된다.

편의점 업계는 다음달 시행에 앞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GS25는 지난달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했다. CU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도 순차적으로 일회용 봉투 발주를 중단하고 종량제와 다회용 쇼핑백, 종이봉투로 대체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소비자에게 해당 제도를 알리기 위해 관련 포스터·안내문을 설치하기도 했다.

카페·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대체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내달부터 모든 브랜드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포장 시 사용하는 일회용 봉투를 종이 또는 다회용 소재로 교체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브랜드 사업부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혼란 우려에 계도기간 검토…"적응기 필요 vs 환경 정책 후퇴"

다만 업계에서는 시행 초기 갈등과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아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체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작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지금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구매해야 한다고 안내하면 '잔돈이 없다', '어떻게 들고 가라는 말이냐'라고 말하는 손님이 많은데 다음달부터 돈을 내도 판매할 수 없게 된다면 당연히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편의점에 장바구니를 챙겨오는 손님은 정말 적다"며 "손님 스스로 본인이 편의점 갈 때 장바구니 챙겨 본 적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보면 아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고심에 빠졌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종이 빨대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묻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한 자영업자는 "종이빨대 단가가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두 배정도 비싸다"며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비용도 자영업자가 감당하고, 어쩌다 빚어진 실수로 인한 과태료도 오로지 자영업자가 감당하게 되는 게 맞는 건가"라며 비판했다.  

적용 기준이 일괄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치킨, 어묵, 핫바 등 식품의 경우 편의점 매장 내 취식할 때 나무젓가락 사용이 금지된다. 반면 식품접객업 영업 허가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컵라면 등의 식품에는 나무젓가락 사용이 가능하다. 

이같이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나 소비자 부담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계도기간 도입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확대한 후 계도기간 중에는 위반 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다만 계도기간이 도입되면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도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3주 앞두고 12월로 연기하면서 '일회용품 정책 후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법 개정으로 도입돼 환경부가 2년간 시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도 지난해 12월 말 공포된 만큼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환경부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계나 자영업자들이 계속해서 요구하는 건 부처의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라며 "가이드 라인에 따른 체계적인 준비가 없으면 시행 시점이 언제든 혼란은 발생할 것이고, 혼란으로 인한 시행 연기도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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