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푸르밀' 사업 종료...유업계도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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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푸르밀' 사업 종료...유업계도 긴장감 고조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10.1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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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이어온 푸르밀 사업종료…유업계 위기감 고조
우유 소비 줄고 원유 가격 올라…"가격 경쟁력 잃어"
대체우유·건기식 등 신사업 확대로 수익성 제고 나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우유.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내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유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적자 기조를 이어온 푸르밀 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유업계는 대체우유, 건강기능식품 등의 신사업을 확대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우유 소비 감소·원유 가격 상승 악영향

지난 17일 푸르밀은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결정을 통지했다. 사측은 메일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푸르밀은 2018년 영업손실 15억원을 낸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확대됐고 같은 기간 매출도 꾸준히 감소했다. 

푸르밀 노조는 갑작스런 사업 종료에 반발하고 나섰다. 올해 초 퇴사한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8년부터 회사가 적자 전환하며 위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모든 적자의 원인은 오너의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으나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이 우유 시장의 위축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노조 측은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노조가 향후 회사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관련 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푸르밀의 사업 종료가 유업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영업적자는 2020년 767억원에서 지난해 778억원으로 커졌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347억원)보다 커진 4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우유의 영업이익은 2020년 595억원에서 지난해 58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세를 보인 매일유업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 줄어든 308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업계의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 원유 가격 인상과 해외 제품의 유입 등이 꼽힌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백색 우유의 1인당 소비량은 2001년 31kg에서 2021년 26.6kg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4kg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우유 소비는 줄었는데 농가로부터 미리 정해진 양을 매입해야 하는 '원유 할당제'로 재고는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로 인해 수요 감소에도 원유 가격은 더 오른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원유값을 용도에 따라 결정하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치솟는 사룟값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농가도 문제다.  

현재 유업체와 낙농가가 참여하는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원유 기본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가격이 확정되면 유업체들의 우유 가격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유업계에서는 올해 원유 기본가격 인상 폭을 전년의 2.3% 대비 2배 이상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멸균우유의 비중이 커지고 국내산 우유는 점점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우윳값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로 신성장 동력 모색

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 3종. 사진=매일유업

이처럼 우유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유업계는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2018년 첫 선을 보인 '셀렉스'로 단백질·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공략 중이다. 꾸준히 셀렉스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전문 법인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 '매일 두유', '아몬드 브리즈', '어메이징 오트' 등 비건과 MZ세대를 겨냥한 식물성 대체 우유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유제품을 활용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우유 치즈를 사용한 피자 제품이나 크림떡을 선보였으며 아이스크림 라인업 확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도 건강기능식품과 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으며 올해는 독일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손잡고 케어푸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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