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한 때 2200선 붕괴...英 감세안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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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한 때 2200선 붕괴...英 감세안 파장 어디까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9.27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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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중 2년 2개월만에 2200선 하회
英 감세안 따른 파운드화 급락에 달러화 초강세
킹달러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27일 한 때 2200선을 하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27일 한 때 2200선을 하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영국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감세 정책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국내증시는 장중 2200선을 무너뜨렸고, 미국의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서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글로벌 증시의 힘겨운 흐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키고 있다. 

英 대규모 감세안에 시장 우려 확산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가 1972년 이후 최대 감세 정책이라고 언급한 이번 감세안의 규모는 약 70조원에 이른다. 대대적인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시장은 이같은 트러스 총리의 야심찬 계획에 대해 우려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감세 정책은 가뜩이나 불안한 영국 정부의 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감세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확대됨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더욱 치솟고, 이에 따른 타격을 줄이기 위해 영란은행은 금리를 더욱 공격적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리를 인상하는, 즉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면서 감세에 나서는, 즉 완화적인 재정정책을 내놓은 것인데, 이같은 엇박자는 오히려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테마가 물가 관리인 상황에서 영란은행과 재무부 사이의 엇박자는 금융시장의 상당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며 "결국 영국 재정 건전성과 영란은행의 물가 관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스트레스 상황이 해소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지만 재정정책은 긴축적이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라며 "역사적으로 통화 정책은 긴축인데 재정정책은 완화적일 때 자산 건전성은 악화되고 자산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파운드화 급락에 달러인덱스 20년래 최고치

시장의 반응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 아시아 시장에서 1.0382까지 추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의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로 인해 영란은행의 금리인상이 공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영국의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지난 밤 유럽증시 개장 직후 영국의 국채 금리는 전 만기에 걸쳐 20~30베이시스포인트(bp)씩 급등했으며, 이후 2년물 금리 상승폭은 50bp를 넘어섰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목요일 영란은행의 통화정책회의 이후 80bp 이상 급등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킹달러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파운드화의 급락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를 더욱 치솟게 만들었다. 지난 밤 달러 인덱스는 20년래 최고치인 114.677까지 오른 바 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기업들의 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모건스탠리는 달러인덱스가 1% 상승할 때마다 기업이익에는 마이너스(-)0.5%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를 이끄는 요인이기도 하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외국인의 수급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타격이 된다. 뉴욕증시와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휘청거리는 이유다. 

파운드화 급락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증대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은 글로벌 경제에도 전반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화 급락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달러화에 미칠 악영향"이라며 "달러 초강세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부채 리스크 자극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또다른 위기를 촉발할 도화선"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 또한 영국의 감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영국 정부의 새로운 재정 계획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른 파장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사람들이 향후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는 것. 

보스틱 총재는 '이에 따른 변동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앞서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중대한 경제 정책이나 지정학적 사건이 우리 경제를 더욱 긴축하고,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지연시킨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한 때 2200선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는 오후 12시37분 경 2198.80선까지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2200선을 무너뜨린 것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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