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법에 답없는 尹 정부…"WTO제소안돼...한미 FTA 분쟁절차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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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법에 답없는 尹 정부…"WTO제소안돼...한미 FTA 분쟁절차로 풀어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26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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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법 시행, 원론적 답만 내놓고 있는 尹정부
'先 대화 後 대응' 원칙…WTO·FTA 등 제소 검토
2년째 겉도는 WTO 분쟁해결 능력에 의구심 커져
배터리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 심화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IRA 기자간담회에서 '선 대화 후 대응' 원칙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가결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해법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광물·부품 요건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고 있다. 

'先 대화 後 대응' 원칙 밝힌 정부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IRA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IRA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협의를 우선 진행한 뒤 필요하면 WTO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先) 대화 후(後) WTO 제소 등 행동'으로 읽힌다. 같은 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단기간에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한정하며 올해부터 즉각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미국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한국산이 3만2000대, 독일산이 5만여대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과 부품 요건까지 추가되면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라도 보조금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광물 원료를 제품화하는 제련 시설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된 때문에 업계와 정부는 짧은 기간 안에 모든 요건을 충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제련 의존도는 리튬 58%, 코발트 64%, 흑연은 70%에 달한다. 현재 IRA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관련 핵심광물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4년 50%, 2027년 80%로 높아진다.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핵심 광물 中 의존 심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코발트, 천연 흑연의 대중국 의존도는 올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발표한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1~7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 총액은 17억4829만달러로 이 중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전체 84.4%인 14억7637만달러에 달한다. 그 뒤를 칠레 2억2657만달러(13.0%), 러시아 3029만달러(1.7%) 순으로 이었다. 같은 기간 대중국 코발트 수입액은 1억2744만달러로 전체 수입액(1억5740만달러)의 81.0%에 달했다. 천연 흑연은 전체 수입액 7195만달러 중 89.6%인 6445만달러가 중국산이다. 

대중국 의존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수산화리툼의 경우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코발트는 같은 기간 53.1%에서 64.0%로 높아졌다. 천연 흑연도 83.7%에서 87.5%로 상승했다. 특히 천연 흑연의 경우 올해 더 높아져 90%에 근접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친환경차 판매 호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의 WTO 개혁이 미국의 비협조 속에 표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TO 제소 사실상 불가능…FTA로 가야

이창양 산자부 장관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IRA가 WTO 협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날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미국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WTO 제소 여부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교섭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대응팀을 구성해 미 행정부와 입법부 등을 대상으로 대응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당장 이번 달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미국으로 보내고 다음 달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부는 독일, 스웨덴 등 IRA로 전기차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는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WTO의 분쟁해결 능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WTO 상소기구에는 미국의 상소위원 선임 보이콧으로 2019년 말부터 전체 7명의 위원 중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WTO는 한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을 제소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1차 판정을 하고 이의가 제기되면 상소기구가 최종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WTO 상소기구가 월권적 사법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임기가 끝나는 상소위원을 대체할 새 위원 선임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보이콧을 계속하고 있어 WTO의 분쟁해결 능력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FTA 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부각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하지만 한미FTA 이후 분쟁해결 절차가 개시된 전례가 없다는 점과 만약 분쟁해결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미국이 다른 사안으로 적극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 장관은 '협상이 실패했을 때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양자협상을 통해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최후수단으로 WTO 또는 FTA 제소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WTO와 FTA 모두 제소할 수 없다보니 다자간 공조가 가능한 WTO를 통한 분쟁해결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WTO를 통한 분쟁해결안 검토와 관련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26일 '오피니언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무기력하게 만든 WTO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신속하게 한미 FTA 분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WTO 제소 방침은 미국의 명백한 한미 FTA 위반 행위를 한국이 스스로 묵인해주는 행위"라면서 "신속하게 한미 분쟁해결 절차에 제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국의 통상 관료들이 한미 FTA 성공 논리에 갇혀 미국의 협정 행위를 사실상 눈감아주는 무책임한 처사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차별적 전기차 산업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IRA의 핵심인 '북미주 조건 조립 요건'에 대해 한미 FTA 2.2조 '내국민 대우'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가 조립된 나라가 어디인지에 따라 차별적 조세를 가하는 건 수입품과 국산품을 차별하는 것에 해당하며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보조금 차등은 북미주 밖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일방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효과와 같다는 설명이다. 또한 배터리 일정비율을 미국산으로 채우도록 한 조항 역시 한미 FTA 2.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송 변호사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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