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민영화를 향한 HMM의 험난한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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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민영화를 향한 HMM의 험난한 항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1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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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HMM 공공 보유 지분 단계적 매각 추진"
민영화 걸림돌, '지배구조 리스크'·'높은 가격'
SM그룹·포스코홀딩스·현대차그룹 등 인수후보 거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정부가 HMM의 매각을 공식 언급했다. 사진제공=HMM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민영화로 향하는 HMM의 항해가 순항할 수 있을까. 정부는 공공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을 가정할 경우 70%가 넘는 정부 보유 지분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높인다. 여기에 민영화를 통한 경영정상화는 곧 공적자금 회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해운업황의 특성상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고가의 매각가로 쉽사리 인수자를 찾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HMM 민영화를 멈출 생각이 없다.

민영화 시동…해수부 "지분 단계적 매각"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HMM의 민영화 의사를 처음 입 밖으로 냈다. 조 장관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HMM 매각 등 내용을 담은 2022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해수부는 HMM 경영관과 관련해 공공이 보유한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중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전환사채 등을 고려하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공공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20.69%(주권기준, 전환사채 등 포함하면 36.02%), 19.95%(주권기준, 전환사채 등 포함하면 48.29%)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영구 전환사채 등을 반영하면 정부가 보유한 HMM 지분율은 약 74%에 달한다.

조 장관은 "HMM이 흑자 내는 상태에서 시장에 맡겨야 하는 상황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며 "공공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민영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어 “HMM 경영권을 확보(지분 34∼35%)하려 해도 10조 원 가까운 돈이 투입된다”며 “(한꺼번에 매각할 경우) 민영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취임 초인 올해 5월만 해도 “당장 민영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래픽=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

'민영화'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유일한 해법…관건은 가격

HMM의 홀로서기의 다른 말은 공적자금 회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70%가 넘는 정부 보유 지분 탓에 시장에선 HMM이 지배구조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HMM은 호실적에 힘입어 해진공이 보유한 6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했지만 해진공은 받아들이지 않고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성 HMM 전략·재무총괄은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전환사채와 관련해 회사는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회사의 상환청구권보다 전환사채의 전환권이 우선"이라면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스텝업(채권 발행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항)을 사실상 만기로 보고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환사채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조원의 공적자금 회수라는 과제를 떠안은 정부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손해를 보고 지분을 매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수자 편에서 보면 HMM의 높은 인수가는 부담이다. 최근 HMM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홀로서기를 위해 토대를 다졌다고는 하지만 향후 운임 하락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HMM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방안은 일반 주주의 반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보유 지분가치는 5조원을 웃돈다. 민영화를 위해 일부 지분이라도 시장에 팔아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야 하는 상황이나 '오버행(대량의 잠재적 매도 가능 주식)' 이슈 등 고려해야 할 산안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더해 HMM은 최근 중장기 전략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1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인수합병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기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제2의 대우조선해양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해양 플랜트 등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한 이후 몸값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펼쳤으나 유가 파동 등 충겨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의 중장기 투자가 성공하더라도 이후 리스크는 회사가 감당해야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HMM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원매자의 영향력 아래 장기적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이나 당장 원매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HMM 후보군으로 다양한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제공=HMM

HMM 인수 후보군은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는 포스코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최근 3대 주주로 올라선 SM그룹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SM그룹은 HMM 지분 5.52%를 확보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에 이어 3대 주주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온 SM그룹인 만큼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닌 향후 인수를 염두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SM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는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SM그룹이 공식적으로 단순 투자라고 밝혔고 아직 특별한 요청은 없다"면서 "저희도 단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월 출범한 포스코홀딩스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2일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2030년까지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포스코그룹이 물류부문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한 점도 HMM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올 1분기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조3295억원으로 유동성은 풍부하다. 

다만 포스코는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HMM 인수에 대한 제안이나 제의를 받은 적 없고 내부적으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벌크선과 자동차운반, HMM은 컨테이너선이 핵심 사업군인 만큼 두 회사의 합병 때 큰 효율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인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16년 채권단이 HMM 인수를 타진하자 "인수 의지가 없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현대차는 2020년 오랜 기간 보유했던 HMM 소액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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