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애플은 하는데…삼성전자, 전기차 안 만들까 vs 못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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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애플은 하는데…삼성전자, 전기차 안 만들까 vs 못 만들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1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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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삼성 완성차 시장 진출설
삼성전자 공식적으론 "진출 계획 없다" 선그어
전장부품에 집중하는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
특수목적 시장 진출 등 가능성 여전하다는 지적도
2020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최근 삼성전자의 완성차 업계 진출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친환경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전기차가 사실상 '움직이는 스마트폰'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이동성을 갖춘 전자기기로 재탄생하면서 과거와 사뭇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애플에 이어 소니도 혼다와 합작해 2025년 상용 전기차 생산을 공언하면서 삼성전자의 완성 전기차 시장 진출 가능성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전기차 진출설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기차 공동 개발 TF를 발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주목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기차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서도 전기차를 향한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유럽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전장 기업 하만 카돈 그리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BMW 등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변화와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차체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또 전용 플랫폼을 통해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파워트레인 위에 차체를 입히기만 하면 되는 만큼 생산도 단순하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는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칩, 차량용 반도체, 카메라 모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 일부 구동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핵심 제품을 생산한다. 의지만 있다면 전기차 사업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경우 삼성SDI는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 사업에 나선다면 애플이나 소니 등보다 삼성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애플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전기차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소니는 카메라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에 필요한 각종 이미지 센서에 강하다. 여기에 혼다와 합작으로 제조 부담도 덜어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올 1월 CES 2022에서 삼성전자의 완성차 사업 진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완성차보다 전장에 승부수 띄운 삼성

삼성전자는 완성차 진출설이 꾸준히 제기될 때마다 한결같이 "진출 의사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해 1월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도 "'삼성이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안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삼성은 완성차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삼성이 승부수를 띄운 곳은 전장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종전 제조 기술에서 배터리,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테슬라의 돌풍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의 비율은 평균 30%에서 최대 70%까지 높아길 것으로 보인다. 6년 뒤 800조원 시장이 열린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을 종합하면 세계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 달러에 이어 2028년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삼성이 완성차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를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찾고 있다. 삼성이 경쟁자가 되면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과 거래를 끊거나 핵심 부품을 무기화해 사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분야에선 퀄컴과 경쟁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애플과 퀄컴의 위탁 생산 물량 수주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애플과 퀄컴은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겼다가 자사의 기술 노하우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해 삼성전자보다 TSMC를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완성차 시장 진출보다 다수의 기업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실익이 더 큰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벤츠와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GM, 테슬라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기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틈새 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노령화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지역에 가장 적절한 모델을 소형 전동차로 만들어 투입한다면 기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특수목적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 "삼성이 그런 시장을 볼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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