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최초 빅스텝·3회 연속 인상…대출이자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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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최초 빅스텝·3회 연속 인상…대출이자 '눈덩이'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3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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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부터 10개월간 기준금리 1.75%p 올라
은행채 5년물·코픽스 일제히 급등
연말 기준금리 2.75~3.0%까지 오를 수 있어
금리 0.25%p 증가시마다 이자 부담 3조2000억 증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현행 기준금리가 2.25%로 지난해 8월 이후 1.75%포인트 증가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 10개월만에 기준금리 1.75%포인트 올려

한은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존 1.25%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0.50%포인트 올렸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해 0.75%로 조정했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까지 내렸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친 후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며 통화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0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높아졌다. 

금통위가 통상적인 인상폭인 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의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과 5월, 7월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도 역시 마찬가지로 전례가 없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승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고속 상승할 전망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700~6.09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연 3.71~5.21%) 대비 최대 0.886%포인트 오른 수치다.

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26~6.10%로 같은 기간 연 3.88~5.63%에서 0.4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까지 연 7%를 넘던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이날 한은의 빅스텝으로 다시 7%를 돌파할 전망이다.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12월 31일 2.259%에서 지난달 17일 4.147%로 올랐다. 이후 24일 3.948%로 소폭 낮아졌지만 한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3%까지 끌어올릴 경우 은행채 5년물 금리 역시 상승해 주담대 금리가 8%를 내다볼 전망이다.

변동형 주담대 역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금리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는 정기예금 증가분을 반영해 오르는데 시중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바로 수신금리를 최대 0.90%포인트 올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85조959억원으로 전달(679조7768억원)보다 5조3191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코픽스 금리와 주담대 금리도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씩 증가한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올랐기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0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22조4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말 기준금리 2.75~3.0% 합리적 기대"

앞으로 기준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기대"라며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예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가 될지 그 밑이 될지 3.0이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에 따라 유가가 변화할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며 "지금으로서는 2.75~3.0%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8월에도 연속으로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물가 전망 경로에 대해서는 "향후 몇 달 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환율상승 및 자본유출압력 증대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우리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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