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최초 3나노 성공…관건은 '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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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최초 3나노 성공…관건은 '수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30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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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양산
3나노 수율 확보 최대 관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자가 30일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나노(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초격차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1나노는 머리카락 한올의 10만분의 1 크기를 말한다. 현재 최첨단 공정인 4나노보다 반도체 회로 굵기가 훨씬 더 미세한 공정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은 나노 단위의 광원으로 얼마나 정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광원 굵기가 가늘수록 트랜지스터 사이 너비를 줄여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10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다. 양사는 5나노 공정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TSMC는 애플의 아이폰13에 5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3나노 공정과 4나노 공정을 비교하면 3나노 공정이 연산 능력은 10~15% 빠르고 소비 전력은 25~30% 더 적게 든다. 처리할 정보량이 많고 속도가 빨라야 하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만든 3나노 공정 반도체의 첫 번째 고객사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AMD와 퀄컴 등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애플, 인텔,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잠재적 고객군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적용한 GAA(Gate All Around) 기술도 주목 받고 있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구분된다. GAA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어 반도체의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하는 등 채널 조정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 맞닿아 있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GAA가 효율이 더 높다.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고 성능은 23% 향상했다. 또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효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100곳인 고객사를 2026년까지 3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 핀펫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공정 성숙도를 빠르게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5→4→3나노, 관건은 수율

세간의 시선은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로 쏠린다. 수율관리는 고객사 신뢰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항이다. 첨단공정으로 설계됐더라도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삼성전자가 세트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AP 브랜드인 '엑시노스'(Exynos)의 시장점유율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화권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도 있지만 낮은 수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2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에 그쳤다. 전년 동기(7%)보다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대만 미디어텍(33%), 미국 퀄컴(30%)·애플(21%), 중국 유니SOC(11%)에 이은 5위로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019년만 해도 전세계 스마트폰 AP 점유율 14%대로 애플을 앞질러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2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면서 같은해 4분기 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5%까지 내려갔다. 급기야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4%에 그쳤다.

특히 엑시노스 시리즈의 제품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점은 삼성전자로서 가장 뼈 아프다. 과거 삼성전자는 내수용 갤럭시S 시리즈에는 AP로 엑시노스를, 미국 등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적용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성능, 발열 등에서 엑시노스가 뒤처진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공격적으로 수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4나노 공정은 초기 램프업(수율 향상을 통한 생산력 증대)이 지연됐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현재 예상 수율 궤도에 진입한 상황"이라면서 "5나노 공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5나노와 4나노에 이어 3나노 수율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약 4년 만에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DS반도체 부문 긴급 경영회의 주요 의제가 3나노 양산 등이었다. 이 회의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사장은 "상반기에 차세대 GAA 공정 양산으로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는 동시에 공정 안정화와 생산확대로 공급능력 확대에 집중할 것이다"라며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AI 등 주요 성장 응용처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PPA, 극대화된 전성비(단위 전력당 성능)를 제공하며 차세대 파운드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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