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돌파, 경기침체 서막인가…"지난 금융위기때 보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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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00원 돌파, 경기침체 서막인가…"지난 금융위기때 보다 더 심각"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6.2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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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경기침체 가능성 인정 후 환율 급등
장기간에 걸친 침체 올 수 있어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퍼펙트 스톰'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3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환율이 1300원을 넘길 때마다 금융위기가 동반됐던 만큼 이번에도 이에 상응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1301.8원에 마감…파월 의장 발언 이후 상승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출발한지 약 10분 뒤에 1300원을 돌파했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14일(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증거를 볼 때까지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지속해 올리는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승했다. 

그는 또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상당히 더 어려워졌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연준이 이번달에 이어 다음달도 한번에 0.7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각국의 통화긴축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와 투자심리 위축이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기보다 더한 상황…저성장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앞서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던 사례로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1년 닷컴버블, 2002년 카드채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이 있다. 이에 따라서 시장에서는 이 때와 같은 경기침체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한국은행도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뿐만 아니라 '자이언트 스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환율이 서서히 오르는 상황이라 IMF 때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없진 않다"며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올 텐데 그때 또다시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며 "당분간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는 성장률이 낮아졌다가 회복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지금은 위기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은 전세계으로 저성장 기조라 경제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한은도 자이언트 스텝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연저점 갱신…금융당국 '퍼펙트 스톰' 경고 나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밥상물가도 따라 올라가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서 임금도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면 소비침체와 경기침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미 각종 지표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 2일의 2300.16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 수장들도 경고에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선제적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2차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고물가·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국채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복합적 위기가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보다 면밀하고 폭넓게 리스크를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10대 핵심 리스크를 중점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부실 차단을 위한 선제적 자금지원 제도도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의 운영 사례를 참고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며 "금감원은 세찬 비바람 속에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심경으로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퍼펙트 스톰이란 여러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건전성 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 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회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금리·환율 급등으로 인한 단기 자금 시장 및 회사채 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는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 나가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은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고,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며 "금융시장 이상 징후 조기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 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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